첫사랑·정치판..뻔한 얘기, 신파 덜어내니 재미 샘솟네

김유태 2022. 9. 30.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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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극장가 장식한 국내영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가수 이문세의 1996년작 '조조할인'이 스크린에 흐른다. '아직도 생각나요 그 아침 햇살 속에 수줍게 웃고 있는 그 모습이….' 여기는 1980년대 청춘 남녀들의 메카, 작년 영업이 종료된 서울 종로구 서울극장 앞이다. 1980년대로 회귀한 영화는 이제 막 연애를 시작한 오세연(염정아)과 강진봉(류승룡)을 비추고, 그 주위로 행인들이 함께 모여 '조조할인'을 부르는 뮤지컬로 바뀐다.
한국 최초 주크박스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가 개봉했다. '한국판 라라랜드'라는 평이 가능할 정도로, 삽입된 노래와 주연·조연 배우, 무대 연출력이 깔끔하게 돋보이는 영화다. 1980~2000년대를 살아온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바로 그 노래'를 배경음악 삼으면서 한 편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솜씨가 놀랍다.

줄거리는 이렇다. 40대 중반에 이른 세연은 그간 남편 진봉과 무심한 아들, 그리고 아이돌에 푹 빠져 엄마 말을 뒷전으로 듣는 딸을 뒷바라지하며 살아왔다. 세연은 폐암 말기 진단을 받지만, 진봉은 극렬히 화를 내며 세연의 생일조차 챙기지 않는다. 마지막 생일도 챙기지 않는 남편 진봉에게 화가 난 세연은 '최후의 생일 선물'을 내놓으라고 한다. '자신의 첫사랑을 찾아 달라.'

고교 시절, 세연은 아나운서가 꿈인 방송반 오빠를 짝사랑했다. 그 오빠의 첫사랑도 바로 자신이었다고 확신했지만, 그 시절 오해가 생겨 마지막 인사도 제대로 나누지 못한 채 헤어졌다. 이름 외에는 아무 단서도 없지만, 진봉은 막무가내로 나오는 아내 세연을 대신해 여행길에 나선다.

목포에서 부산으로, 청주로, 또 보길도 섬으로. 세연은 첫사랑 박정우(옹성우)를 만날 수 있을까.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한 장면. [사진 제공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백미는 앞서 언급한 '조조할인'을 비롯해 이문세의 '알 수 없는 인생' '애수', 신중현 '미인', 이승철의 '잠도 오지 않는 밤에' '안녕이라고 말하지 마', 최백호의 '부산에 가면' 등 익숙한 노래가 종합선물세트처럼 차려졌다는 점이다. 염정아·류승룡 배우의 노래 주위로 모여드는 단역들의 안무도 꽤 수준이 높고 화려해 객석에서 노래를 흥얼거리게 된다. 첫사랑을 둘러싸고 마지막에 나오는 반전이 재밌고, 특히 세연의 마지막 축제를 열어주는 진봉의 마음도 설득력이 높다. 진봉이 세연을 챙기지 않은 이유도 후반부에 나온다.

염정아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아침부터 연습해도 촬영에 들어가면 춤이고 가사고 생각이 안 나서 힘들었다"면서 "이제 뮤지컬 영화는 그만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또 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류승룡은 "진봉의 20대까지 제가 연기한다고 해서 출연 욕구가 상승했다"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뭘까, 그런 생각을 많이 했다. 영화를 찍으며 아내를 많이 생각했는데, 관객분들도 영화를 보고 돌아가는 길에 옆에 있는 사람을 생각해보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영화 `정직한 후보2` 한 장면. [사진 제공 = NEW]
올가을을 책임질 또 하나의 영화는 '정직한 후보2'다. 2020년 배우 라미란이 주연한 주상숙 후보의 '정직한 후보'를 기억하는 관객이라면 더 진해진 웃음을 발견할 수 있겠다.

시장 선거에서 떨어지고 '쫄딱' 망해 백수가 됐던 상숙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하며 강원도지사가 되고, 옛 버릇을 고치지 못하고 방만하게 생활하다 '진실의 주둥이'로 곤욕을 치른다는 설정이다.

강원도의 한 어시장. '3선 금배지'의 영예를 뒤로하고 백수로 전락한 상숙을 카메라가 좇는다. 상숙은 어느 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바다에 빠진 한 청년을 구한다. '시민 영웅'이 바로 과거 서울시장에 도전했던 전 국회의원 주상숙이란 소문이 돌자, 전국의 스포트라이트가 상숙을 향한다. 생선 배를 따던 상숙은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심정으로 강원도지사 선거에서 1위를 차지한다.

부정한 마음을 털어내고 오직 시민을 위해 힘쓴 상숙은 일자리와 주거 문제에 집중하며 최고 지지율을 받는다. 하지만 호시절도 잠시.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더니, 상숙은 또 고약한 옛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오만한 도지사로 변한다. 초심을 잃어버린 그 순간, 공익광고 촬영차 입수한 바닷속에서 할머니의 메시지를 보고는 다시 '진실만을 말하는 입'으로 바뀐다.

삶에서 만난 두 번째 위기 와중에 상숙에게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진다. 대통령이 단독 면담을 청한 자리, 상숙은 대통령에게 걸려온 '북한 1호'의 전화를 대신 받는다. 북측에 쌓인 게 많았던 상숙은 '김 위원장'과 욕설을 주고받는다. 이후의 상황은 끔찍하다. 북한 도발로 전군에 '진돗개 1호'가 발령되고, 전국 도청 중 강원도만 해킹 공격을 받는다. 상숙은 위기를 무사히 넘겨 본래의 자신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영화 '정직한 후보2'가 전작보다 강렬한 이유는 '박 실장' 역할로 나온 김무열마저 '진실의 입' 때문에 고생한다는 점이다. 상숙과 박 실장이 직장인 선배와 후배로서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으며 싸우는 장면은 영화의 하이라이트다. 전작에서 단점으로 지적된 후반부 신파를 이번엔 최대한 제거한 점도 눈길을 끈다.

라미란은 최근 인터뷰에서 "무언가를 결정하고 추진하고 실행해야 하는 사람이 정치인"이라며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말처럼 좀 더 스스로 혹독한 기준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거짓말을 하지 말라기보다는 '어떤 정치를 하겠다'는 방향성이나 의지가 쉬이 꺾이지 않았으면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김유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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