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은 더 인상"..에너지 위기에 산업용 요금 올린 정부

박상영 기자 2022. 9. 30.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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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의 한 오피스텔에 설치된 전기계량기. 연합뉴스.

정부가 4분기 전기요금을 기존 예고분보다 추가 인상하기로 했다. 특히, 전력 사용량이 많은 대기업이 내는 요금제는 주택용보다 두 배 넘게 올렸다. 여전히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데다 기업 부담마저 늘어날 수 있지만 요금을 올려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것이 시급하다고 정부는 판단했다. 올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 중인 한국전력이 채무불이행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전기요금 인상을 서두르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30일 한전에 따르면 액화천연가스(LNG)와 석탄 가격이 폭등하면서 발전사에 내는 전력도매가격은 9월 기준, 킬로와트시(㎾h)당 255원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전력을 생산하는 데 드는 비용은 가파르게 늘고 있지만 평균 판매단가는 이에 미치지 못해 전력 판매를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한전 영업적자는 14조3000억원에 달했다. 한전은 부족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사채를 발행하고 있지만 올 연말이면 사채 발행액이 한도를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이 더는 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면 만기가 돌아오는 사채를 상환할 수 없게 돼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지게 된다.

정부는 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수요가 줄지 않으면서 무역적자 폭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비수기인 여름철임에도 지난달 원유·가스·석탄 3대 에너지원의 수입액은 185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96억6000만 달러)대비 88억6000만 달러 증가했다. 이는 8월 무역수지 적자 폭(94억7000만달러)과 맞먹는 수준이다.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여전히 높은 에너지 가격 추이를 감안하면 4분기에도 에너지 수입 증가는 무역수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부는 전기요금을 ㎾h당 30원 올리면 에너지 수입액이 감소해 3개월 간 무역수지 적자가 약 25억달러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정부는 요금을 올려 수요를 줄이는 방식을 택했다. 특히, 전력 사용량이 많은 대기업에 전기절약을 집중적으로 유도하는 것이 수요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고 보고 주택용 인상분(㎾h당 7.4원)보다 9.2원이나 더 올렸다.

실제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산업용 전력사용량 상위 기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가 사용한 전력량(9772GWh)은 같은 기간 1500만 가구가 사용한 전력량(3만8436GWh)의 4분의 1에 달할 정도로 전력 소비량이 많다.

특히, 산업용은 전력 판매단가가 주택용이나 일반용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인상할 여지도 있다.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가 사용한 전력 단가는 ㎾h당 97.71원으로 평균 판매단가(㎾h당 110.41원)을 크게 밑돌았다. SK하이닉스(97.15원), 현대제철(98.06원), 삼성디스플레이(98.22원), LG디스플레이(97.76원) 등 전력 사용량 상위 5개 기업의 단가는 모두 평균 판매단가보다 낮았다.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삼성전자가 하반기에도 상반기와 같은 전력량을 사용한다면 요금은 약 1600억원이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용 전기요금 차등 인상 방침에 대해 경제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주요 선진국도 전기요금을 인상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자국 산업 경쟁력 보호를 위해 산업계에 보조금 지급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근본 해법은 산업계는 물론 일반 가정을 포함한 우리 사회 전반의 에너지 사용 효율화를 위해 시장 원리와 원가에 기반한 가격체계를 정착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최근 고환율·고금리·고물가에 더해 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전기요금 인상은 기업들에 매우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라며 “특히 뿌리산업을 비롯한 중소기업의 부담을 고려하면 걱정스럽다”고 했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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