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용견 된 천연기념물' 진돗개,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김지숙 2022. 9. 30. 16: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애니멀피플]
동물복지국회포럼, 진도개보호법 개정안 마련 토론회
"혈통보존센터 건립하고 불합격견 보호 의무 명시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 진돗개에 대한 보호와 관리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은 지난해 8월말 진도군 식용개 농장에서 구조된 천연기념물 진도개 ‘칸쵸’. 라이프 제공

“진돗개는 한국에서 가장 슬픈 개다. 현장 구조견들의 80%가 진돗개 혹은 그 혼종이다.”

가장 사랑 받으면서도 학대 받는 개라 불리는 한국 진돗개에 대한 보호와 관리 개선을 위한 토론회가 국회에서 열렸다.

29일 동물복지국회포럼의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천연기념물 진돗개 보호방안 개선을 위한 한국진도개 보호·육성법 개정 토론회’에서는 수의사, 교수, 변호사, 동물보호단체 대표 등 전문가들이 참여해 현행 ‘한국진도개 보호·육성법’(이하 진도개보호법)의 개정 방향을 논의했다.

전문가들은 1967년 제정된 이후 큰 개정없이 이어져온 진도개보호법이 법의 목적에서부터 용어, 관리 제도까지 크게 손 볼 필요가 있다는 데에 공감했다.

발제자로 나선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지난해 진도군 내 식용개 농장에서 천연기념물 진도개 4마리가 발견되며 유기견, 식용견으로 살아가는 진도견의 실태가 폭로됐다. 진도군은 천연기념물 진도개의 백신, 심장사상충 약을 예산으로 지원받지만 구조견 중 3마리가 심장사상충에 감염된 상태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진도개보호구역인 진도군 내 식용개 농장에서는 천연기념물 진도개 4마리를 포함한 예비견 7마리가 발견돼 충격을 줬다. 라이프 제공

당시 이 농장에서 구조된 64마리의 개들은 모두 진돗개였으며, 그 가운데는 천연기념물 진도개가 부모견인 미심사견 7마리, 천연기념물 4마리가 포함돼 있었다.

논란 이후 진도군이 벌인 자체 실태조사에서도 진도개의 개체수는 큰 차이를 보였다. 지난해 10월 국감에서 진도군이 2020년까지 관리하는 진돗개는 6956마리였으나 실태조사 이후 조사된 천연기념물은 1609마리에 지나지 않았다.

심 대표는 “현행법은 진도개의 보호보다 증식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국비와 도비가 지원되는 천연기념물이지만 사유재산으로 여겨지다 보니 건강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사체마저 불법 매립되는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김경희 부산광역시의회 입법정책담당관은 현행 진도개보호법의 개정 방향과 구체적인 대안을 담은 법안 초안을 공유했다.

김경희 입법정책관은 “현행 법안의 ‘육성’이라는 제목부터 교체해 진도개를 보호·보존하는 입법 취지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또한 법안에 국가의 책무를 명시해 조례가 아닌 상위법으로서 보호 의무를 강화하고, 불명확했던 진도개보호구역을 ‘혈통보존센터’로 집중시켜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안 초안에는 △천연기념물 진도개는 국가가 주체가 되어 보호, 보존 △별도의 혈통보존센터를 지정해 소수 개체를 번식 △불합격견에 대해서는 중성화수술과 동물등록을 의무화 △소유자 변경 시 변경사항 신고 의무화 △진돗개와 진도개를 식용견으로 사용할 경우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등의 내용이 주요하게 담겼다.

지난해 진도군 내 식용개 농장에서 발견된 천연기념물 진도개 4마리. 왼쪽 위부터 진주, 젠, 드림이, 칸초. 라이프 제공

천연기념물 진도개를 부모견으로 하는 진돗개들은 생후 6개월이 되면 천연기념물 등록을 위해 표준체형 심사를 거치게 된다. 심사에 통과하면 천연기념물이 되지만 심사 탈락견은 진도개보호구역 외 반출 혹은 거세(중성화)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심사 탈락개체들의 상당수는 진도군 내외의 개농장으로 이용해 식용개로 도축되고 있다. 개정안은 일부 진돗개의 혈통을 보존한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개들이 번식, 도태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일부 개체를 종 보존에 활용하고, 나머지는 반려동물로서 보호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용어 통일의 필요성도 제기했다. 현재 진도군은 천연기념물을 표준어인 진돗개와 구별해 ‘진도개’라고 쓰고 있다.

구민영 법무법인 올바른 변호사는 “지난해 동물단체가 구조한 개들 중에 천연기념물이 섞여 있었던 것은 관리 주체인 진도개의 업무 태만도 있지만, 심사 적합판정을 받은 진도개도 진돗개와 외형상 명확한 구분점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큰 차이가 없는 순수혈통과 믹스견종을 구분하기 보다는 용어를 정리해 등록견·미등록견 모두를 보호대상으로 둘 수 있는 정의 규정이 개정안에 필요하다”고 강조 했다.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한국 진돗개에 대한 보호와 관리 개선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열렸다. 동물복지국회포럼 제공

한편 진돗개도 동물보호법의 보호대상임을 강조하며 개 식용 금지 문제를 진돗개에서부터 풀어나가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박종원 부경대 법학과 교수는 “당장 개 식용 금지를 동의하기 어렵다는 사람도 천연기념물 식용 금지는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개 식용 금지의 제도화가 어렵다면, 먼저 식용을 목적으로 하는 진돗개들의 사육·판매·유통·식용 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그 위반 행위를 엄벌하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데서부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날 토론회는 황철용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가 진행을 맡고, 심인섭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대표, 김경희 부산광역시의회 입법정책담당관이 발제자로 나섰다.

구민영 법무법인 올바른 변호사, 박종원 부경대학교 법학과 교수, 박민희 동물보호단체 유엄빠 대표, 한민 농림축산식품부 동물복지정책과 사무관이 토론자로 참가했다. 한국진도개 보호·육성법 개정안 초안은 추후 전문가들의 수정과 검증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입법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