긋고 지우고..회화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2022. 9. 30.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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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신발을 벗었다.

박효민 작가는 공원에서 산책하다 만날 법한 풍경을, 유현경 작가는 일상의 풍경에서 출발한 반추상 회화를 내걸었다.

오프닝에서 '달팽이 걸음' 퍼포먼스를 선보인 이건용 작가는 "오늘 퍼포먼스는 회화의 출발점, 다시말해 긋는 것과 지우는 것 두가지 본질적인 행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림이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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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그림의 탄생'전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작가는 신발을 벗었다. 양말도 벗고 맨발로 푸른 종이 위에 쪼그려 앉았다. 한 손에 쥔 백묵으로 사람의 팔 길이가 허락하는 만큼의 반원을 그었다. 오른쪽 왼쪽으로 팔을 움직이자 선이 쌓인다. 여러번 겹쳐그린 선 위로 맨발의 작가가 느릿느릿 전진한다. 한국 아방가르드 대표작가로 꼽히는 이건용의 ‘달팽이 걸음’이다. 작가는 1979년 상파울로 비엔날레에서 해당작업을 발표해, 세계 미술계의 주요작가로 떠올랐다.

미술가의 작가적 역량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전시 ‘그림의 탄생’이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층 전관에서 열린다. 회화, 입체, 설치, 영상 등 한국현대미술가 12인의 150여점 작품이 나온다. 이건용작가를 비롯 서용선, 오원배, 중견작가인 민병훈, 김남표, 변웅필, 윤종석, 송필, 유망작가인 강준영, 박경률, 박효빈, 유현경 등 30대에서 70대의 한국현대미술작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대부분 규모가 큰 대형작품이라 입장과 동시에 작업의 스펙타클에 압도당한다.

서용선 자화상 시리즈. 전시전경 [사진=헤럴드DB]

전시장에 들어서면 서용선의 ‘자화상’시리즈가 압도적 존재감을 자랑한다. 가로 7미터, 세로 5미터에 달하는 이 작품은 다양한 포즈로 정면을 주시하는 자신의 모습을 담았다. 강렬한 붓터치에서 마냥 곱지만은 않은 우리의 삶에 대한 연민이 느껴진다. 회화 앞에 자화상 조각이 배치됐다. 전시를 기획한 김윤섭 아이프(aif) 아트매니지먼트 대표는 “통나무를 몇 번 도끼로 거칠게 찍어낸 흔적으로 마술사처럼 뚝딱 서 있는 사람을 등장시킨다. 도끼를 붓 삼아서 화면을 휘저어 놓은 입체그림 같다”고 설명한다.

오원배 작가는 가로 5미터 세로 6미터에 달하는 ‘무제’시리즈 대작을 새로 제작했다. 높게 자란 거대한 선인장을 초연하게 마주 바라보는 한 남자의 초상이다. 김 대표는 “특유의 무채색 톤이 굵직한 드로잉 선묘에서 회화의 순수한 조형미가 엿보인다”고 말했다.

민병훈작가는 제주의 바다와 숲을 거닐며 채집한 자연의 이미지를 재해석하는 영상작업을, 김남표 작가는 인조모를 바늘로 가다듬어 표현한 해바라기 연작을, 변웅필은 섬세한 선과 세련된 색감으로 2인의 초상을 선보인다.

송필작가는 죽은 껍질을 뚫고 새순을 뻗어내는 청매화 조각을, 윤종석은 점화로 완성한 회화를, 강준영은 세라믹, 페인팅, 오브제를 활용한 설치작업을, 박경률은 3차원적 시점의 평면회화를 전시한다. 박효민 작가는 공원에서 산책하다 만날 법한 풍경을, 유현경 작가는 일상의 풍경에서 출발한 반추상 회화를 내걸었다.

그림의 탄생전 전시전경 [사진=헤럴드DB]

오프닝에서 ‘달팽이 걸음’ 퍼포먼스를 선보인 이건용 작가는 “오늘 퍼포먼스는 회화의 출발점, 다시말해 긋는 것과 지우는 것 두가지 본질적인 행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그림이 어떻게 탄생하는지에 대해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윤섭 대표는 “그림의 순기능과 역할은 작품 자체보다 창작자의 신념에서 제대로 발휘될 수 있다고 믿는다. 판매될 상품 이전에 예술적 감성과 영감을 전하는 작품으로써의 가치에 주목한 전시이다. 한 작품이 태어나기까지 얼마나 대단한 작가적 역량이 필요한지 현장에서 직접 느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림의 탄생’전은 아이프 매니지먼트와 호리아트스페이스가 공동주최하며, 10월 8일까지 이어진다.

그림의 탄생전 전시전경 [사진=헤럴드DB]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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