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기획-고환율 한계 왔다]⑤환율은 최후 보루..대응 늦으면 공멸

남정현 2022. 9. 30.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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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28일 원·달러 환율 장중 1442.2원까지 치솟아
전문가, 한미통화스와프 속도있는 추진 강조
"외환보유고, BIS권고치 절반 수준…현금 4%"
"기준금리, 다음달 0.75%p 인상도 고려해야"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2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1421.5원)보다 18.4원 오른 1439.9원에 마감했다. 코스피는 전 거래일(2223.86)보다 54.57포인트(2.45%) 내린 2169.29에 , 코스닥은 전 거래일(698.11)보다 24.24포인트(3.47%) 하락한 673.87에 거래를 종료했다.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전광판에 원달러환율이 장중 1441.5원으로 나타나고 있다. 2022.09.28.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원·달러 환율이 1440원선도 속절없이 무너지면서 외환당국의 고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외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안전장치가 돼 줄 수 있는 한미통화스와프가 더 속도감 있게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추가적인 빅스텝(기준금리 0.5% 인상)을 통해 미국과의 금리 차를 줄이는 것 역시 환율 방어로 기능, 일정 부분 대외건전성 유지에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30일 금융시장에 따르면 이틀 전 원·달러 환율은 장중 1442.2원까지 오르는 등 장중 고가 기준으로 2009년 3월16일(1488.0원)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치솟았다. 영국 파운드화 쇼크로 촉발된 금융위기 발생 가능성, 중국 경기 침체에 따른 위안화 약세 등 동시다발적인 글로벌 악재가 겹치면서 주요국 통화가치가 급락하고 있지만, 원화 가치 하락세가 지나치게 가팔라 불안심리가 커지고 있다.

외환당국은 원화 약세를 막기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몸소 경험한 신제윤·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을 찾아 최근 외환시장과 과거 정책 경험, 대응 방안에 대해 2시간가량 의견을 나눴다.

한국은행은 국민연금과 1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했다. 이로써 국민연금이 한국은행에 원화를 제공하는 대신 외환보유고에서 달러를 공급받아 해외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또 기획재정부는 조선사의 선물환 매도 수요를 시중은행과 국책은행이 소화하는 등 연말까지 80억 달러 가량이 국내 외환시장에 공급될 수 있도록 조치키로 했다.

하지만 두 방안 모두 하루 평균 외환시장 거래량도 안 되는 수준이다.

정부는 한미통화스와프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지만, 전문가들은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같은 경제위기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 위한 제도적인 장치로 한미통화스와프가 반드시 필요하단 입장이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론적으로는 지금 통화스와프가 필요 없는 상황이다. 전제조건이 맞지 않는데 스와프를 달라고 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태기 단국대 명예교수는 "환율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제도적인 장치다. 위험부담을 줄이는 제도적 장치다. 한미통화스와프가 그것이다. 정부가 힘을 내서 진도를 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근본적인 문제는 국내서 해결 불가능한 지정학적 문제기 때문에 달러를 가진 미국에 지원을 받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2008년 당시 두 개의 통화스와프가 있었다. 한일 700억 달러, 한미 600억 달러 갖고 있었다. 미국이랑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면 환율 상승도 어느 정도 방어가 될 것이고 외환위기를 막을 수 있다. 지금 한 30개 나라가 이미 외환위기가 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한국이 세계 9위의 외환보유국이라고 하는데 국민을 너무 안심시키려 하는 것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GDP의 반도 안 되는 대만이나 스위스, 홍콩, 대만 등이 우리보다 외환보유고가 더 많다"고 지적했다.

다만 정부는 과거 금융위기 때와 달리 외화보유고가 충분, 대외건전성에 자신감이 있다는 입장이다. 김성욱 기획재정부 국제경제관리관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외환 건전성과 관련해선 외환보유액이라는 최후의 보루를 두고 있고, 민간 대외자산도 어느 정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태기 명예교수는 "달러보유액 자체가 부족한 것은 아니다. 문제는 빠지기 시작하면 아주 빨리 빠진다는 점이다. 유출이 봇물이 터지게 되면 몇 달을 못 갈 수도 있다. 그만큼 외환보유액이 많기 때문에 걱정하지 말라는 것으론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

김대종 교수는 "현재 전체 외환보유고 중 현금이 4%밖에 없다. 미국의 채권 중심으로 돼 있는데 현금 비중을 좀 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당장 급한 불을 끌 수 있는 돈이 없는 것이다. 또 BIS가 권고하는 한국 적정외환보유고는 9300억 달러다. 두 배 이상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10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처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김대종 교수는 "지금까지 한국 기준금리는 미국보다 항상 1%가 더 높았다. 기준금리 인상을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환율 안정에 미치는 영향도 달라질 것"이라며 "당장 0.75% 인상도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 21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 현재 미 기준금리는 3.00~3.25%다. 한은이 다음달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고, 11월 0.25% 인상해 연말 최종 금리가 3.25%가 되더라도 미국과의 금리차는 점도표에 따라 1.25%포인트 벌어지게 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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