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환경훼손 대책 마련" 통보 받은 태양광, 30%가 아무조치 안했다

박상현 기자 2022. 9. 3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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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호우시 산사태, 야생생물 고사 등 피해 우려

문재인 정부 시절 설치된 태양광 발전설비 중 상당수가 ‘환경영향평가’를 준수하지 않은 것으로 30일 확인됐다. 환경부가 환경 훼손이 우려되는 부분들에 대책을 수립하라고 통보했으나 끝내 이행하지 않은 것이다. 태양광 설비의 수명은 30년으로, 정교하지 않은 재생에너지 확충 정책의 부작용에 장기간 노출될 우려가 제기된다.

전북 장수군 천천면 월곡리 야산에 설치된 태양광 시설에서 무너져내린 토사가 수풀을 할퀴고 산 아래까지 흘러내린 모습. 2018년 이후 환경보호지역과 산사태 위험 지역에 들어선 태양광 시설은 272곳에 이른다. /김영근 기자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이 환경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환경부가 2017년부터 올해 8월까지 태양광 발전설비 사업 환경영향평가 현황을 파악한 결과, 총 6939건 중 765 건에서 각종 환경 훼손 문제가 발견됐다. 환경부는 ‘협의의견’이란 절차를 통해 사업자 측에 개선사항을 통보했으나 이중 30%에 달하는 219건은 결국 협의 내용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4건, 2018년 55건, 2019년 56건, 2020년 57건, 2021년 24건, 올해는 8월까지 22건이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을 준수하지 않았다. 특히 ‘탈(脫)원전,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정책을 들고나온 문 정부가 재생에너지 확충에 본격 시동을 건 2018년부터 환경영향평가 미준수 건수가 급격히 늘어났다.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지목된 총 건수 가운데 미이행 건수만 추리면 전체의 3% 안팎에 불과하지만, 이들 사업자가 준수하지 않은 협의 내용을 보면 산사태 등 재해 뿐만 아니라 야생생물에게도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내용이 많아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영향평가 때 지적됐으나 이를 개선하지 않은 내용들을 보면, ▲집중호우시 사면(斜面) 붕괴 및 토사 유출로 인한 탁수 발생 대책 미흡 ▲침사지(沈沙池·급히 흐르는 물을 가둬 물에 섞인 모래·흙 등을 가라앉히려 만든 못) 관리 부실 ▲토사 유출 저감시설 미흡 등 기록적 폭우가 잦아진 최근 재해가 우려되는 사항이 많았다.

이는 문 정부 때 산에 나무를 베어내고 비탈면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는 사업자가 늘어났기 때문인데, 안전 우려 및 자연 훼손과 관련한 사항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라 앞으로 예기치 않은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또 ▲양서류·파충류 고사 방지 대책 미흡 ▲야생동물 이동통로 미설치 등 태양광 시설로 인해 야생생물에 피해를 입힐 것으로 우려된 사항들에 사업자가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르면, 환경영향평가 협의의견을 사업자가 지키지 않은 경우 공사 중지나 영업 중지 등을 환경부가 관할 지자체에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에너지 발전소와 달리 태양광은 중·소규모로 운영이 가능해 문 정부 때 사업자가 우후죽순 늘어나 이를 감독해야할 관할 지자체가 환경영향평가 준수 여부를 사후에도 일일이 관리하기 힘들다는 한계가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인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 /뉴스1

임이자 의원은 “전 정부에서 친환경으로 홍보한 태양광 사업이 실상은 자연 파괴와 환경오염의 주범이었다”며 “보조금 집행, 설치 및 운영에서 그 문제가 그치는 게 아니라 사후 환경 훼손 우려까지 피해 범위가 종잡을 수 없게 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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