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대출금리 5%시대..은행 문턱도 한계치 다다랐다
회사채 경색에 은행문 두드리지만
수요·공급 모두 금리인상 압박 커
은행들, 우대 혜택 늘리고 싶어도
리스크 관리 뚜렷한 대응책 없어
"당분간 고금리·고환율 체력 관건"
미국의 급격한 금리 인상, 이를 뒤쫓는 한국은행의 행보가 이어지면서 가계 대출 뿐 아니라 기업 대출도 부실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환율 급등까지 겹치며 기업들의 고통은 이중, 삼중으로 가중되는 분위기다.
그간 기업들은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지자 은행 문턱을 두드려왔는데, 이마저도 한계치에 다다랐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대내외 악재의 ‘끝’이 보이지 않는만큼 영세한 곳일수록 한계 차주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정부 및 은행권에서 수백조원에 이르는 지원책을 쏟아냈지만, 이마저도 미봉책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기업대출 평균 5%대 진입, 대출 수요 느는데 공급 줄어=최근 들어 시중은행의 기업대출 금리는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공시된 예대금리차 현황을 봐도 시중 5대은행 기업대출 금리는 지난 7월에서 8월 한 달새에 적게는 0.27%포인트(p)부터 많게는 0.4%p까지 뛴 상태다. 비교적 중저신용 비중이 높은 전북은행, BNK경남은행 등의 경우 기업대출 금리가 이미 5%대에 진입했다. 향후 금리 인상을 고려할 때 평균 5%대 시대가 이미 열린 셈이다.
수요, 공급 측면에서 기업대출 금리는 최근들어 상승 압박을 크게 받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금리 레벨이 높아지면서 기업들은 회사채 발행 시장을 쉽사리 두드리지 못하고 있다. 대신 비교적 금리 메리트가 있는 은행 대출로 눈길을 돌려왔는데, 문제는 은행권마저 기업대출을 조이고 있는 중이다. 차주들이 이자 상환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돈을 빌려주기가 어려운게 현실이다.
기업을 조이는 건 환율 부담도 한 몫 한다. 이미 원/달러 환율은 1440원까지 뚫고 천정부지로 치솟는 중이다. 안전자산 선호가 심해지면서 외환시장에서는 1500원대를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도 심심치않게 나오고 있다. 환율 급등은 수입가격 상승으로 직결되는 만큼 현 상황에서 기업들이 신용등급 개선 등을 통해 금리 인하를 꾀하기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은행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 갖고 있는 부채를 차환하거나, 회사채를 발행하는 직접 자금 조달조차 어려운 상태”라며 “이 때문에 은행으로 대출 수요가 느는데, 취약차주를 관리해야하는 입장에서 대출 공급을 해주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율 안꺾이고, 금리는 계속 올라...지원책 더 하기도 어려워=문제는 앞으로다. 금리, 환율, 물가 등 어느 부분 하나 쉽게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환율의 경우, 과거와 달리 역외의 투기적 공격 없이 환율이 상승해온만큼 달러강세가 진정되더라도 환율이 쉽게 내려오기도 어렵다는 관측이다.
금리 인상도 더욱 앞당겨질 확률이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지난 21일 기준금리를 세차례 연속 0.75%p 올렸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물가상승률 목표치를 달성하기 전까지는 금리인하를 고려하지 않겠다”며 고강도의 통화긴축 기조를 기정사실화했다.
지난달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한 금통위원은 “올해 하반기 이후 재정의 경기부양 효과가 약화되면서 경기둔화가 예상보다 빨라지는 가운데 높은 물가 오름세는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가능성이 상당하다”며 “앞으로 기준금리 인상경로를 결정하는데 어려움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박석현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부부장은 “보통 환율이 오를땐 역외 시장에서 달러매수가 강하게 와 역내와 역외 가격이 벌어지기 마련인데, 최근에는 그런 부분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며 “이런 상황에서 신용스프레드마저 벌어지다보니 한계기업들이 부담을 느낄 수 있는 상황까지 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금리 인상으로 기업들이 한계차주로 내몰릴 확률은 갈수록 높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자이언트스텝으로 기준금리가 3.25%로 인상된다면 4분기 연속 영업이익으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 소상공인은 약 18.6%에 이른다. 영업이익 5% 감소 시 약 19%로 추정된다. 자금여력이 좋지 못한 소상공인이나 중소기업부터 대출에 문제가 생긴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은행 내부에서도 여러가지 시나리오가 오가고 있지만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는 분위기다. 최근 금융당국 또한 금리·환율 상황을 반영해 각 은행에 스트레스테스트 시나리오를 재점검을 지시한 바 있다. 자칫 부실차주 지원에 주력할 경우 은행 건전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얘기다.
시중은행 여신 담당 부행장은 “특별감면제도 등을 통해 조금씩 대출금리를 낮춰주고 있으나, 절대적인 금리 수준이 높아 실효성이 크지 않다”며 “감면폭을 늘려야한다는 얘기도 나오지만, 그렇게 될 경우 은행 영업에도 문제가 생기다보니 딱히 답이 없다”고 전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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