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평화상 수상자 벨로 주교, 아동 성 학대 의혹 제기

동티모르 비폭력 독립운동 이끌어

교황청, 3년 전 사태 인지하고 징계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카를로스 벨로(사진) 로마 가톨릭교회 주교가 아동을 성(性) 학대했다는 의혹이 29일 제기됐다. 교황청은 1990년대 동티모르에서 이 같은 추문이 있었다는 사실을 3년 전에 이미 인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청은 이날 성명을 내고 벨로 주교에게 지난 2년 동안 징계를 내려왔다고 밝혔다. 마테오 브루니 교황청 대변인은 "성 학대 사건을 다루는 교황청 부서가 2019년 의혹을 접수한 뒤 1년 이내에 제재를 부과했다"고 설명했다. 교황청은 구체적으로 벨로 주교의 사역을 제한하고, 미성년자와의 접촉을 금지하는 등의 조처를 했다고 덧붙였다. 벨로 주교는 모든 처벌을 수용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교황청의 발표는 전날 네덜란드 주간지 더 흐루너 암스테르다머르(De Groene Amsterdammer)가 벨로 주교의 아동 성 학대 의혹을 폭로한 지 하루 만에 나왔다. 이 매체는 벨로 주교가 1990년대 동티모르 딜리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몇몇 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했다고 보도했다. 일부 피해자는 벨로 주교가 가난한 소년을 성적으로 학대한 뒤 대가로 돈을 줬다고 고백했다. 로베르토라는 이름의 피해자는 "14세 때부터 벨로 주교에게 상습적으로 성 학대를 당했다"며 "그가 내 입을 막기 위해 돈을 줬다"고 말했다.

벨로 주교는 1983년 35세 나이로 딜리 교구의 사도 행정관으로 임명됐다. 동티모르 지역을 지배했던 인도네시아군의 잔혹 행위를 전 세계에 알리는 활동을 펼쳤고, 동티모르의 비폭력 독립운동을 이끈 공로를 인정받아 1996년 호세 라모스-오르타 전 동티모르 대통령과 함께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벨로 주교의 성 추문에 가톨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노벨위원회도 벨로 주교 의혹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손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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