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년 진해항에"..日 막료장이 건넨 '금단의 메시지'
지난 1985년 4월 당시 요시다 마나부 일본 해상자위대 막료장이 최상화 해군 참모총장에게 비밀리에 접촉, 같은해 10월부터 이듬해 3월 사이 서로 자국 군함을 상대국에 입항시키는 '세리머니'를 벌이자고 제안했음을 보여주는 문건이 30일 확인됐다. 안보 협력 관계를 과시하는 차원의 제안으로 한일 양국이 지난 1980년부터 1985년까지 군사 외교 차원에서 군함 상호 방문을 비공개로 양자 협의했던 기록들이 외교부의 올해분 30년 경과 비밀 해제 문건들에서 나타났다.
태평양 전쟁 이후 한국 군함의 첫 일본 기항(1994년12월 도쿄항), 일본 군함의 첫 한국 기항(1996년9월 부산항)으로 알려진 사례보다 10여년 이른 시점이다.
결론적으로 1980년대 한일 군함 상호 방문은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양국의 '밀고당기기' 끝에 불발됐다. 해군이 2017년 4월 이후 처음으로 이날 일본 해상자위대와 연합훈련을 미군과 함께 동해상에서 실시하는 상황과 대비된다.
연합 훈련은 군함 상호 방문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긴밀한 협력으로 거론된다. 군 당국자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한·미·일이 군사 협력을 강화하면서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이기 위해 협력하는 것"이라고 했다.
당시 일측 제안은 '한국 해군 순양함정의 1985년 10월 일본 사세보항 입항·일 해상자위대 측의 1986년3월 진해항 입항'이었다. 문건에 기록된 시기 재임했던 우리 해군 총장과 일본 해상막료장이 각각 최상화, 요시다 마나부였다.
해당 문건에는 "아측 회답이 긍정적일 경우 일 해자대 측은 방위청, 외무성을 통한 실질적 업무 추진을 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고 기재됐다.
해당 문건에 실린 함정 상호 방문 관련 경위에는 "1979년7월 일본 방위청 장관 방한시 양국 국방장관은 동건 실현에 대해 원칙적 합의"라면서도 "1980년8월 외무부가 해사 순항훈련함정의 일본 기항요청에 관한 공한을 일본측에 발송했으나, 일본 측은 당시 국내 문제 이유로 이에 불응"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1982년6월에는 일본 해자대 막료장(당시 마에다 마사루)이 우리 국방부에 군함 상호 방문과 관련한 재요청을 요구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이에 같은해 9월 우리 외무부(현 외교부), 안기부(현 국가정보원)의 의견을 국방부가 취합해 일본 외무성에 '공식 제의 시 수락' 입장을 통보했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외교부·국방부 문건을 종합하면 그로부터 2년4개월 뒤인 1985년1월 요시다 막료장이 주일 미군을 경유해 우리 해군 측에 또다시 군함 상호 방문을 문의했다.
관련 기록에 따르면 최상화 총장은 국방부 지침을 받아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공식 요청이 있으면 1986년도 이후 시행 검토"라고 답변했다.
그 이후 요시다 막료장이 이번에는 최 총장에게 구체적 입항 날짜까지 제시하자 국방부·외무부·안기부는 국방부 정책기획관실에서 회의를 벌였다.
당시 회의 관련 문건에는 민태구 국방정책기획관의 '결론'으로 "80년 아측 제의에 대한 일측의 묵살 경위도 있고 하여국가 위신 문제도 있으므로 이번에는 우선 일측으로부터 정식 제의를 받은 다음 구체 실현 시기 및 방법 등을 검토하는 것이 순서라고 봄"이라고 기재됐다.
하지만 2개월 뒤인 9월 분위기는 일본 측에서 흘러나온 보도와 다르게 흘렀다. 외무부 문건을 보면 당시 권병현 외무부 아주국 심의관(제 4대 주중대사)은 주한 일본대사관 측에 "상호 방문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면서도 "방문시기 등 구체적 문제에 관해서는 국내 및 주변 정세 등 제반 사정을 고려, 시간을 두고 검토하는 것이 좋겠다"며 유보적으로 답변했다. 이는 외무부, 국방부, 안기부가 막판까지 고민한 끝에 사실상 시기상조라는 판단을 내린 결과로 보인다.
당시 관계부처 협의 관련 문건에는 외무부가 군함 상호 방문을 두고 "한일 안보 협력 체계 강화라는 장기적 목표에 기여"한다면서도 "소련, 북한을 자극, 소련의 대북한 군사협력 강화 명분 제공 우려"라는 의견을 냈다. 일 측 의도에 대해서는 헌법 개정 등을 언급하며 "군사력 증강 및 교류에 대한 대내외적 반발 요소 제거"라는 분석을 제기했다.
안기부는 "각하 방일로 양국 간 유대관계가 더욱 공고화되고 있고 장래 해상수송로 확보 등 군사 분야에서 협력 여건도 조성해 나갈 수 있는 계기"라면서도 "북괴가 '한미일 군사동맹' 운운의 대외 비난 선전의 자료로 활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미는 한미상호방위조약, 미·일은 미일안전보장조약에 따라 각각 동맹 관계지만 한미일 동맹은 존재하지 않는다.
당시 국방부의 경우 함정 상호 방문이 원칙적으로 바람직하다면서도 "충분히 협의해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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