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힌남노에 1.7조 피해 났는데..기상청 예산 44억↓ '역주행'

황덕현 기자 나혜윤 기자 2022. 9. 30.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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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내년 예산안에서 태풍 25억원, 기후변화 대응 18억 삭감
'국정과제' 탄소중립은 기후변화 감시 1.5억↓ 국제협력 2.3억↓
유희동 기상청장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1 회계년도 결산 및 예비비 지출 승인에 대한 정부 측 인사말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8.23/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세종=뉴스1) 황덕현 나혜윤 기자 = 1조7000억원대 피해를 부른 '초강력 태풍' 힌남노와 '가을태풍' 난마돌 등 계속되는 태풍과 기후재난에도 내년 기상청 관련 예산이 올해보다 43억 8000만원 삭감됐다. 특히 태풍 감시와 관련한 예산이 25억원, 기후변화 대응 예산이 18억원 깎이면서 시급한 기후변화 대응에 안일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태풍과 기후변화 등과 관련한 예산을 우선 순위로 편성해야 한단 의견도 나왔다.

3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상청에서 제출받은 2023년도 세부 예산안을 분석한 결과 기후위기와 태풍 대응 예산이 총 43억 8000만원 삭감됐다.

태풍 예보와 분석, 관측과 관련한 예산(373억3600만원)은 2022년 398억5500만원 대비 25억1900만원 삭감됐고,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예산은 올해 172억2900만원에서 153억6800만원으로 18억6100만원 삭감됐다.

태풍 관련 예산으로는 제주 서귀포 소재 국가태풍센터 사업예산이 올해 10억5300만원에서 내년도 10억100만원으로 5200만원 삭감됐다. 태풍센터는 태풍 재해 경감 및 태풍정보를 생산하고 관련한 연구와 국제업무 협력을 수행하는 기관이다.

한화진 환경부 장관이 지난 9월 26일 제주 서귀포시 국가태풍센터를 찾아 관계자로부터 최근 태풍 특성과 예보상황 등을 설명듣고 있다. (환경부 제공) 2022.9.26/뉴스1

또 해양기상부이(buoy) 등을 통해 남해 먼바다에서 다가오는 태풍 감시 및 진로 예측과 해상을 관측하는 '해양기상관측망 확충 및 운영' 관련 예산은 종전 155억1300만원에서 138억4300만원으로 16억 7000만원이 삭감됐다. 태풍을 관측하는 기상레이더 운영 예산도 91억6400만원에서 80억6500만원으로 10억9900만원 가량 삭감됐다.

R&D 분야에서도 '수치예보 지원 및 활용 기술개발 사업' 중 태풍 분석 및 예측기술 개발 부문 예산과 레이더기반 태풍 분석기술 분야를 연구하는 '국가레이더 통합 활용기술 개발 사업' 예산이 각각 2100만원씩 삭감됐다. 또 위성을 통해 태풍의 발달, 탐지 관련 기술을 개발 수행하는 기상위성 운영 및 활용 기술개발 사업예산도 올해 100억 1500만원에서 97억5900만원으로 2억 5600만원이 깎였다.

신규사업인 태풍분석 자동화 기술 확보를 위한 '위험기상 선제대응 기술개발'은 6억원이 신규 편성됐다. 그러나 태풍 감시와 직간접적인 분야의 감액분이 31억1900만원으로 더 많아 태풍 대응 관련 예산 총액은 줄어든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최근 5년간 국내에 영향을 미치 태풍 수가 총 22개로 연평균 4.4개 발생하고 있지만 예산 부족으로 태풍현업시스템의 유지관리 요율은 6.3%에 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태풍이 북상하면서 장비·시설의 장애가 발생했을 때 태풍 예보관이 1명뿐이어서 긴급 조치가 어렵다는 게 기상청 입장이다.

2023년도 기상청 예산안 사업설명자료에 따르면 최근 3년간 한반도에 접근한 태풍 정보 생산 시 기능오류, 예보협의 불가, 네트워크 장애, 통보 오류와 같은 여러 사고가 연평균 9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태풍 진로와 규모를 예측하는 소프트웨어인 태풍현업시스템의 개발 및 유지 개선 역시 지속적으로 필요하지만, 조달청이 권고하는 SW 유지관리요율인 15%의 3분의 1 수준인 6.3%에 그쳐 안정적인 시스템 유지와 관리가 어려운 것도 기술 지원의 한계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5월24일 대구 엑스코(EXCO)에서 열린 2022 세계가스총회 개회식에 참석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당시 80여개국의 글로벌 에너지 기업 470개사가 참가해 글로벌 화두로 떠오른 에너지 안보, 기후변화, 탄소중립 등에 대해 논의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4/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윤석열 정부는 취임 당시 밝힌 국정과제를 통해 △과학적인 탄소중립 이행방안 마련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대응 및 저탄소녹색경제 논의 적극 참여 등을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기상청의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실제 사업 예산은 18억6100만원 삭감된 것으로 확인됐다. 야권 일각에선 국민 안전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들이 예산 편성에 있어선 '역주행' 중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구체적으로는 기후변화감시자료를 생산하고 관련 인프라를 구축하는 '기후변화 감시·서비스 체계 구축 및 운영' 사업 예산은 종전 21억5600만원에서 20억 1000만원으로 1억4600만원, 정부 간 협의체(IPCC) 대응 사업을 지원하는 '기후과학 국제협력 역량 강화' 사업 예산은 종전 15억2500만원에서 12억9600만원으로 2억2900만원, 기후예측과 기후변화 대응 연구를 하는 '기후 및 기후변화 감시·예측정보 응용 기술개발' 관련 예산은 종전 80억8000만원에서 64억원으로 16억8000만원 등이 삭감됐다.

우 의원은 "태풍의 예측 불가능성으로 인한 국민적 피해가 늘어나고 있고 수해는 국민 안전과 직결된 사안이므로 기상청 예산 편성에서도 우선 순위로 다룰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기상청은 우 의원의 분석·발표에 대해 "태풍의 정확한 예보를 위해서는 관측·분석·연구개발이 종합적으로 고려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상청 관계자는 "해양 기상기지 구축 및 운영사업 등 을 포괄적으로 포함해 보면 13억원 가량 증액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해명했다.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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