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도둑도 도둑"..전기차 공용콘센트 '무단사용' 놓고 갈등 증폭

2022. 9. 30.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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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는 가운데, 전기차 이용자들이 공용시설 등의 콘센트를 이용해 충전을 시도하다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집단거주비율이 유독 높은 한국 상황을 고려하면, 거주지마다 전기차 한 대당 완속충전기를 한 개씩은 마련하고, 관광지 같이 체류시간이 짧은 곳은 급속충전기 위주로 늘려야 한다"며 "그래야 전기차 이용자들의 불만이나 주민들과의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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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콘센트에 전기차 연결했다가 입건
"형법상 전기도 '재물'..절도죄 성립"
전기차 차주들 "충전소 인프라 부족" 불만
전기차 29만대에 충전소는 14만대 그쳐
[123RF]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는 가운데, 전기차 이용자들이 공용시설 등의 콘센트를 이용해 충전을 시도하다 주민들과 갈등을 빚는 사례가 늘고 있다. 전기는 형법에서 재물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무단충전’ 역시 절도죄에 해당한다. 다만 전기차 이용자들 사이에선 고질적인 전기차 충전소 부족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는 불만도 나온다.

20대 전기차 이용자 A씨는 최근 공용주차장에 전기차를 대면서, 근처 공중화장실 콘센트에 충전기를 연결해두고 귀가했다. 비상시에 220V 콘센트로도 충전이 가능하도록 개발된 과금형 콘센트를 이용한 것이다. 이를 본 인근 주민의 신고로 며칠 뒤 A씨는 자신이 절도죄로 입건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형법에선 전기처럼 관리가 가능한 동력도 재물로 간주한다. 이를 훔치면 절도죄를 적용해 6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엄도흥 법무법인 더킴로펌 변호사는 “전기 무단사용 문제가 처음 불거졌을 땐 절도죄에 해당하는지 논쟁이 다소 됐으나, 지금은 실제 처벌받은 판례들이 생기며 정리가 된 상태”라며 “실형까진 아니겠지만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전기차 이용자들이 늘어나면서 수차례 지적돼온 문제다. 지난해에도 광주 지역에서 아파트 단지 상가 주차장 전기 콘센트를 이용해 전기차를 충전한 20대 차주가 절도 혐의로 입건된 사례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관련 불만을 호소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한 아파트 커뮤니티에는 “모든 주차장 콘센트를 막을 수도 없고, 우리 모두 무단충전 차량을 잘 살펴보고 112로 신고하자”고 독려하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이런 문제를 최근 인지하는 분위기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 8월 발간한 ‘국정감사 이슈 분석’에서 “전기차의 개발·보급이 확대되면서 본인의 소유가 아닌 남의 전기를 훔쳐 충전하는, 이른바 도전(盜電) 행위도 비례해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책으로 형법상 처벌 수준 강화와 함께 전기 무단충전 방지 기술을 개발하는 벤처기업에 대한 규제완화를 주문했다.

다만 전기차 이용자들 사이에선 전기차 충전소 공급 부족 문제부터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기 고양 일산 지역에서 주로 전기차를 이용하는 60대 김모씨는 주거지 인근 충전소가 4곳뿐인 데다, 그마저도 전부 완속 충전기다. 김씨는 “배터리가 간당간당한 채로 운전에 나서서 위험한 적이 많다”고 토로했다.

관계부처 등 통계를 보면 이들의 지적에도 일리가 없지 않다. 올해 상반기까지 국토교통부에 누적 등록된 전기차는 29만8633대다. 반면 환경부에 따르면 30일 기준 전국에 설치된 전기차 충전소는 14만5293곳에 그쳤다.

특히 경기도(3만7358곳)나 서울시(2만6939곳)를 제외하면 1만곳 이상의 충전소를 갖춘 지역이 한 곳도 없다. 적은 순으로 ▷세종특별자치시(1626곳) ▷울산광역시(2091곳) ▷전라남도(4524곳) ▷강원도(4680곳) 등이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집단거주비율이 유독 높은 한국 상황을 고려하면, 거주지마다 전기차 한 대당 완속충전기를 한 개씩은 마련하고, 관광지 같이 체류시간이 짧은 곳은 급속충전기 위주로 늘려야 한다”며 “그래야 전기차 이용자들의 불만이나 주민들과의 갈등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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