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 '외교참사' 조목조목 반박 .."우리 정치가 어쩌다 이 지경"

민주당 주도 국회 해임건의안 가결 다음날 입장 발표
尹 순방 성과 나열하며 "이게 세일즈 외교 아니면 뭔가"
尹대통령과 통화 사실 밝혀..구체적 내용은 함구

[이데일리 이유림 기자] 박진 외교부 장관은 30일 자신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전날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것과 관련 “착잡한 심정”이라고 밝혔다.

박진 장관은 이날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우리 외교부로서는 처음 있는 일이고, 제 개인으로도 처음 겪는 일”이라며 “우리 정치가 어쩌다 이런 지경까지 왔는지”라고 말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30일 서울 외교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 장관은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의 순방 일정 전반을 ‘외교 참사’라고 깎아내리는 것에 대해 “동의할 수 없다”고 조목조목 반박했다.

박 장관은 “영국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장례식에 대통령 부부가 정중하게 조문했다”며 “유엔총회에선 윤석열 정부의 글로벌 비전에 대해 전 세계 각국 대표단 앞에서 천명하고 큰 박수를 받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 일본의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비롯한 세계 주요 지도자들과 우리 대통령이 만나서 정상들 간에 의미 있는 대화를 했다”며 “캐나다에서는 내년이 양국수교 60주년이기 때문에 경제통상, 과학기술, 원자력, AI, 항공우주 등의 분야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것이 성공적인 조문 외교, 유엔 외교, 세일즈 외교가 아니면 무엇이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국익 외교를 더욱 잘해달라는 야당의 질책 차원에서 경청하겠다”며 “비 온 뒤 땅이 굳는다고, 새로운 계기로 삼아 제가 가진 모든 능력과 열정을 바치겠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해임건의 문제로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했느냐는 질문에는 “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박진 장관 해임건의안은 전날(29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170명 중 찬성 168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가결됐다. 국민의힘은 이번 해임건의안에 반대하며 단체로 퇴장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했다.

민주당은 △한일 정상회담 굴욕외교 논란 △한미 정상의 48초 회동 및 미 의회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부적절 발언 논란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참배 취소 등을 문제 삼으며 박진 장관이 외교 참사의 총체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해임건의는 문자 그대로 ‘건의’이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 반드시 수용해야 할 의무는 없다. 윤 대통령은 본회의 표결에 앞서 서울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서 취재진과 만나 박 장관에 대해 “탁월한 능력을 가지신 분”이라고 치켜세워, 야당의 해임건의에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내비쳤다.

이유림 (contact2@e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