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객석, 배우/관객, 공연/체험.. 경계를 허물다

이정우 기자 2022. 9. 30.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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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공연 장면. 관객들이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거리에 있는 수조 안에서 배우들이 움직인다. 쇼비얀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랜드 엑스페디션’의 한 장면. 뉴컨텐츠컴퍼니 제공
‘다크필드 3부작’ 중 ‘고스트쉽’ LG아트센터 제공

■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수조·컨베이어벨트 등이 무대

함께 날뛰고 춤추며 광란 축제

■ 그랜드 엑스페디션

관객을 열기구 식탁에 앉히고

미슐랭 1★ 셰프 ‘파인 다이닝’

■ 다크필드 3부작

주인공의 자리에 관객 배치해

어둠속 시각外 모든 감각 자극

이머시브 시어터: 관객이 무대 위 배우들의 연기를 수동적으로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작품에 참여하는 공연. 우리말로 관객 몰입형(참여형) 공연. 개념만 봐선 무슨 말인지 감이 오지 않는다면, 직접 몸으로 겪어보자. 무대와 객석의 경계를 허문 관객 몰입형 공연이 코로나19가 주춤한 사이 물 건너 우리 곁을 속속 찾아왔다.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힙한’ 공연들이다. 눈으로 보기보단 몸으로 부딪친다. 관람이 아닌 체험. 관객은 구경꾼이 아닌 주체가 된다. 객석에 편히 앉아 배우를 멀뚱멀뚱 지켜보겠다는 태도는 넣어둘 것.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몸으로 부딪치는 광란의 축제= 지난 29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FB시어터에서 개막한 ‘푸에르자 부르타 웨이라 인 서울’은 텅 빈 공간만 있을 뿐, 무대와 객석이 따로 없다. 관객들이 서 있는 곳이 객석이자 무대가 된다. 배우들은 앞, 뒤, 좌우, 공중, 그야말로 사방에서 튀어나와 관객들과 몸으로 호흡한다.

특히 공중에서 관객의 머리 바로 위로 커다란 수조가 내려오며 시작되는 ‘마일라(MYLAR)’는 황홀하다. 수조 안 배우들은 헤엄치고, 뛰어다니며 미끄러진다. 수조 속 배우들은 관객들과 눈을 마주치거나 살을 맞대며 교감한다. 3년 만에 귀환한 이번 공연에서 추가된 ‘라그루아(LA GRUA)’에선 공중에서 원을 그리며 내달리는 배우가 폭발적인 에너지를 내뿜는다.

현대인을 상징하는 컨베이어 벨트 위 남자가 장애물 벽을 온몸으로 뚫고 달리는 모습은 시각적 인지를 넘어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끔 한다. 급기야 배우들은 공연장을 헤집으며 스티로폼으로 관객들의 머리를 내려치고, 하얀 부스러기가 깃털처럼 날리면서 공연장은 열기로 달아오른다. 테크노, EDM 등 다양한 음악의 진동이 몸으로 느껴지면, 배우와 관객 구별 없이 날뛰고 춤추며 광란에 빠진다.

‘푸에르자 부르타’(Fuerza Bruta)는 스페인어로 ‘잔혹한 힘’을 의미하고, ‘웨이라’(Wayra)는 잉카 제국을 세운 중남미 원주민 말로 ‘신의 바람’을 뜻한다. 제목처럼 공연은 광란의 고대 축제 같다. 물에 젖든 땀에 젖든 분명 흠뻑 젖는다. 편한 옷, 편한 신발은 필수. 70분 내내 서 있지만, 서 있을 겨를 없이 움직였던 관객들은 공연이 끝나고서야 하얗게 불태웠다는 표현을 실감한다.

◇‘그랜드 엑스페디션’…열기구 타고 파인다이닝= 열기구에 탑승해 세계를 여행하면서 그 나라의 음식을 먹는다는 상상. 쥘 베른의 ‘80일간의 세계 일주’스러운 생각이 실제로 구현된다. 영국에서 온 ‘이머시브 다이닝’ 공연 ‘그랜드 엑스페디션’은 영국, 일본, 러시아, 브라질 등으로 인도하며 시각과 청각은 기본이고, 각종 먹거리를 통해 미각과 후각까지 체험을 확장시킨다. 관객은 열기구 바구니 곳곳에 흩어진 식탁에 앉는다. 그 주위로 프로젝션이 각 나라의 풍경을 보여주면서 그 나라의 음악과 춤이 펼쳐지고, 그 나라의 음식이 서빙된다. 파인다이닝 코스 요리는 미슐랭 1스타 셰프 조셉 리저우드가 맡았다.

관객은 조리 과정, 여행 과정에 있을 법한 활동을 배우들과 함께해볼 수 있다. 각 나라별 분장과 복장으로 퍼레이드를 이어가는 특색있는 레스토랑 정도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SNS 감성을 자극하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국내엔 처음 선보이는 공연으로 30일부터 내년 3월 1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카오스홀.

◇‘다크필드 3부작’…“모든 관객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싶었다”= 다크필드 3부작은 완전한 어둠 속에서 시각을 제외한 모든 감각을 자극한다. 관객은 영혼과 대화하기 위해 테이블에 손을 올려 놓거나(‘고스트쉽’), 목적지를 모른 채 비행기를 탔다가 공포를 경험한다(‘플라이트’). 또 3층 침대에 누워 무의식의 세계에 빠졌다 깨어났지만 환각 상태인 듯한 느낌을 받는다(‘코마’). 360도 입체음향으로 관객은 정말 그 공간과 상황에 놓여있다는 착각을 일으킨다.

공연을 만든 글렌 니스와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원래 주인공이 있어야 할 위치에 관객을 넣어 상상한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연기와 미리 녹음해둔 음향 등은 모두 관객이 특별한 상황 속 주체로서 직접 체험하도록 거드는 역할만 한다. 서울 강서구 마곡에 새 둥지를 트는 LG아트센터 서울의 블랙박스 공연장 ‘U+ 스테이지’의 첫 작품. 공연은 10월 22일부터 11월 19일까지.

이정우 기자 krust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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