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까먹고.. 까먹으면.. 우리는 행복해질 거야

기자 2022. 9. 3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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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실 작가는 2005년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아동청소년 문학 작가다.

고학년 독자가 읽는 단편동화나 청소년소설에서도 그의 재치와 풍자는 날카롭게 빛나지만 손을 꼭 잡고 도서관에 가야 하는 작은 몸집의 어린이를 대할 때 작가가 가장 신나는 것 같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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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까먹어도 될까요

유은실 지음│창비

유은실 작가는 2005년 ‘나의 린드그렌 선생님’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아동청소년 문학 작가다. 한글을 처음 배우는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유은실의 독자는 다양하지만 그는 유년동화의 독자를 가장 사랑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고학년 독자가 읽는 단편동화나 청소년소설에서도 그의 재치와 풍자는 날카롭게 빛나지만 손을 꼭 잡고 도서관에 가야 하는 작은 몸집의 어린이를 대할 때 작가가 가장 신나는 것 같다고 여겨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하나의 작품 안에는 작가와 독자가 사이좋게 들어 앉아있기 마련이지만 유년동화 안에서 더욱 두드러지게 유은실 작가 자신보다 어린이 독자의 자리가 더 큼지막하게 준비되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서는 정말 거의 반짝이는 어린이만 보인다.

‘까먹어도 될까요’는 유은실의 신작 유년동화다. ‘까먹다’에는 세 가지 뜻이 있다. 사전을 찾아보면 “껍질이나 껍데기 따위에 싸여 있는 것을 내어 먹다” “실속 없이 써 버리다” “(속되게) 어떤 사실이나 내용 따위를 잊어버리다”라고 나온다. 작가는 이 동음이의어를 다람쥐들의 겨울 식량 장만 일화 속에서 명랑하게 활용하면서 우리가 왜 함께 살아가야 하는지 이야기한다.

청소년소설 ‘변두리’에서 “썩혀 버릴 거면서 절대 밤을 나눠 먹지 않는 밤벌레 할머니”를 비판했던 그는 이 사랑스러운 유년동화에서 “아무나 찾아 먹어요”라는 노래를 통해 살아가는 여러 생명이 도토리와 밤을 나누어 먹고 서로 돕는 세계를 그린다.

그는 ‘순례주택’에서도 소유와 분배의 문제를 다룬 바 있다. 그런데 유년동화로 그 이야기를 한다면 어떻게 할까. 일관된 주제 의식은 겉면에 드러나지 않고 주인공 다람쥐의 고민 안에 새초롬하게 숨어 있다. 어린이는 읽는 동안 오직 다람쥐의 어쩔 줄 몰라 하는 마음에 공감하면서 쪼르르 그 뒤를 따라다니게 된다. 그리고 나누어 먹는 것의 의미를 넌지시 깨닫는다.

우리에게는 더 많은 유년동화가 필요하다. 먹을 것이 그렇게나 많아서 냉동실에 가득 꽁꽁 얼려두었으면서 다람쥐의 간절한 겨울 식량인 도토리를 산에서 훔쳐가는 못된 사람들에게도 꼭 이 동화를 읽어주고 싶다. 76쪽, 1만 원.

김지은 서울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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