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일본.. '총'아닌 '칼' 집어 든 5가지 이유는?

박세희 기자 2022. 9. 30.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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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결투를 앞두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와 함께 지정학적으로 일본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재래식 무기로도 영토를 온전히 지킬 수 있었다는 것, 일본에서 칼은 개인의 명예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 기독교와 서양에 대한 반발의 일환으로 총을 배척하는 풍조가 자리 잡았다는 것, 총을 사용하는 것이 칼보다 덜 아름답다는 다소 미학적인 이유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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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을 버리다

노엘 페린 지음

김영진 옮김│서해문집

당신이 결투를 앞두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칼과 총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면? 당신은 망설임 없이 총을 택할 것이다. 총을 두고 칼을 집어 들 이가 있을까 싶지만, 18세기 일본이 그랬다.

다트머스대 교수를 지낸 미국의 수필가이자 영문학자인 노엘 페린이 쓴 ‘총을 버리다’(Giving up the Gun)는 역사에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을 이야기한다. 더 발전된 군사 무기를 포기하고 보다 원시적인 무기로의 회귀를 택한 일본.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총이 일본에 도착한 것은 1543년. 일본에 닻을 내린 첫 번째 유럽인들이 가져온 이 총을, 일본인들은 불과 10년도 지나지 않아 대량 생산했다. 16세기 말 일본은 어떤 유럽 국가보다도 많은 총을 사용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화약 무기에 대한 저항이 커져 갔는데, 이는 이 효율적인 화약 무기가 정작 그것을 사용하는 병사들을 무색하게 만든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

총을 사용하기 전 일본에서 치러졌던 일반적인 전투는 매우 많은 수의 일대일 결투와 소규모 혼전으로 구성돼 있었다. 그들은 서로에게 자신을 소개한 뒤 짝을 지어 싸웠다. 이런 전투는 참전한 사람들 수만큼이나 많은 영웅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총은 이야기를 말살했고 일제 사격은 당황한 병사들이든 냉철한 병사들이든 무차별하게 죽였다. 이 때문에 총기에 반감을 가진 사무라이들이 다수 나왔다.

책은 일본이 어떻게 총에서 손을 뗄 수 있었는지를 5가지 이유로 설명하는데 이러한 사무라이들이 인구의 8%를 차지할 정도로 많았다는 게 첫 번째 이유다. 이와 함께 지정학적으로 일본은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재래식 무기로도 영토를 온전히 지킬 수 있었다는 것, 일본에서 칼은 개인의 명예를 드러내는 상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었다는 것, 기독교와 서양에 대한 반발의 일환으로 총을 배척하는 풍조가 자리 잡았다는 것, 총을 사용하는 것이 칼보다 덜 아름답다는 다소 미학적인 이유 등이다.

“진보는 멈출 수 없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그리고 만약 그런 역행이 일어난다면 퇴보나 침체 같은 결과로 이어질 거라고들 한다. 하지만 일본의 역사는 이런 견해를 뒷받침하지 않는다. 일본인들은 분명 선택적 통제를 실행해 무기에서 후퇴하면서도 다른 수십 가지 분야에서는 진전을 이뤘다.

1979년 지은 이 책이 2022년 번역돼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핵무기의 위협 아래 살고 있는 우리에게 진보는 멈출 수 없는 게 아니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아닐까. 이 책에 따르면 ‘진보’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난 불가항력적인 무언가는 아니라는 게 확실하다. 152쪽, 1만6500원.

박세희 기자 saysay@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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