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진 게 소진돼 불안할 때 '나'를 벗어나면 새 길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언젠가는 나도 이런 것을 만들고 싶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출렁이게 하고 확 쏟아버리게 하는 것."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구 끝의 온실' 등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과학소설(SF) 작가로 떠오른 김초엽은 고등학생 때 영화 '토이 스토리 3'를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작가는 '편협한 독자'가 아닌 '잡식성 독자'로 변모해 이것저것 읽어 나갔습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북팀장의 북레터
“언젠가는 나도 이런 것을 만들고 싶다. 보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출렁이게 하고 확 쏟아버리게 하는 것.”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 ‘지구 끝의 온실’ 등으로 한국을 대표하는 젊은 과학소설(SF) 작가로 떠오른 김초엽은 고등학생 때 영화 ‘토이 스토리 3’를 보고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합니다. 어떤 이야기와 사랑에 빠지는 순간의 기분을 재현하고 싶다는 바람이 ‘쓰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어졌다고요. 이번 주 나온 김초엽의 첫 에세이 ‘책과 우연들’(열림원)에 실린 에피소드입니다. 책은 우연히 만난 영화와 책이 자신을 작가로 성장시킨 과정, 소설가로 살며 마주하는 고민을 풀어냅니다.
김초엽은 작가가 되기 전엔 부지런한 독자가 아니었다고 고백합니다. 조그만 취향의 원 안에서 빙빙 돌며 좋아하는 것들만 좋아하던 편협한 독자였다는 거지요. 데뷔와 동시에 주목받았지만, 쌓인 게 많지 않다는 불안은 곧 창작력 고갈에 대한 두려움으로 이어졌습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 내가 쓸 수 있는 글은 다 써버렸어. 이제 밑천이 바닥난 거야.” 자기 안에는 ‘영감이 샘솟는 연못’도, ‘비밀스러운 이야기보따리’도 없음을 깨달은 순간 바깥으로 눈을 돌렸습니다. 밖에서 재료를 캐내고 수집하고 쓸어 담으면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작가는 ‘편협한 독자’가 아닌 ‘잡식성 독자’로 변모해 이것저것 읽어 나갔습니다. 많은 자료를 접하고 공부하니 아이디어가 서사로 발전하는 길이 보였습니다. 문화비평가 아즈마 히로키(東浩紀)의 ‘관광객의 철학’에서 영감을 받아 중편소설 ‘므레모사’를 썼고, 식물 지리학자들이 내놓은 연구 데이터에 기대 ‘지구 끝의 온실’을 완성했습니다.
여전히 스스로 ‘밑천 없는 작가’라고 느끼지만, 예전만큼 두렵지는 않습니다. 배우고 탐험하는 일, 무언가를 깊이 알아가는 일 모두가 쓰기의 여정에 포함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김초엽의 ‘창작론’은 작가가 아닌 우리에게도 용기와 위안을 줍니다. 가진 게 다 소진된 듯해 불안할 때 ‘나’를 잠시 벗어나면 새 길을 발견할 것이라는 얘기니까요. 책과 영화를 보는 것도 좋고, 수다를 떨며 영감을 얻는 것도 괜찮겠지요. 이번 주 소개하는 책들이 당신에게 ‘우연히’ 다가가 텅 빈 자리를 채워주면 좋겠습니다.
나윤석 기자 nagija@munhwa.com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정숙 여사 인도 방문계획엔 타지마할 없었다...초청 대상도 원래 문체부 장관”
- ‘인구절벽’에 대한민국 침몰 위기… 성장 모멘텀 상실 징후 뚜렷
- [속보] 尹, ‘유병호 문자’ 논란에 “감사원 독립성은 법에 보장...관여할 시간적 여유도 없어”
- ‘내후년 총선출마?’...박지원 “대선 나오라는 사람이 제일 많아”
- [단독] 구속 기간 만료 박수홍 친형, 석방되나? … 검찰 기소가 관건
- 러, 예비군동원령 사태 이어 “현지 北노동자도 탈출중”...우크라 투입 기피
- “시진핑, 2027년까지 대만 침공준비 지시”...CIA국장 “대만 장악 신념 확고”
- “추미애, ‘헬스장’ 설치” → “한동훈, ‘직원휴게실’ 활용”
- “마약류 ‘셀프처방’ 의사 연 7천∼8천명...일 평균 11.6정 투약 의심 의사도”
- [속보] 北, 이틀만에 탄도미사일 두 발 발사…美 항공모함 재전개에 반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