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계 최초 볼보 전기트럭, 어떻게 생산되나
2022. 9. 30. 07:30
-볼보트럭 제1공장, 내연기관 트럭과 혼류생산
스웨덴 예테보리 외곽에 위치한 볼보트럭의 투베(Tuve) 공장은 1982년부터 선진국형 제품을 만드는 제 1공장의 역할을 맡고 있다. 그만큼 숙련된 기술 근로자가 많고 조립 완성도도 가장 높은 곳으로 평가받는다. 최근까지 유로6 엔진, i-쉬프트 더블클러치를 조합한 첨단 내연기관차를 다뤘다. 그러나 볼보트럭의 전방위적인 전동화가 시작되면서 이달부터 대형 전기 트럭도 다루기 시작했다. 세계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11만7,500㎡ 규모의 투베 공장은 전체 근무자 2,700명 중 2,400명이 생산 라인에 투입된다. 2교대로 하루 총 140대의 트럭을 만든다. 보안이 철저한 공장부지에 들어서자 다양한 캡(탑승공간)과 방청 작업을 마친 프레임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여기서 만든 8만7,000여개의 프레임은 각 대륙별로 배치된 공장으로 보내져 각각의 용도에 맞는 차종으로 완성된다.
공장 건물 내부 한 켠엔 대시보드 등 주요 부품을 장착한 캡들이 즐비했다. 캡은 여기서 자체 제작하기도 하지만 생산효율을 높이기 위해 스웨덴 우메오 공장에서 반조립 상태로 가져오기도 한다. 반입된 캡은 추가 조립 전에 기본적인 검사 절차를 거친다. 이후 캡 제작 공정 특징은 승용차와 동일한 앞 유리 부착 과정을 거친다. 면적이 넓은 유리를 한 번에 본딩하는 과정은 도입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어지는 풍경은 트럭 중추 역할의 프레임 조립 공정이다. 프레임 길이는 트랙터, 덤프, 카고 등 제품마다 6~12m에 이르며 축의 개수도 30㎝ 단위로 다르다. 한 가지 공통점은 프레임을 위아래로 뒤집어 조립한다는 점이다. 무거운 부품을 크레인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 내려 작업 생산성을 높이는 것. 먼저 조립한 서브 프레임 와이어링은 메인 섀시와 결합한다. 제품 특성이 반영되는 과정인데 여기서 출고될 국가가 정해지게 된다. 라인 중간에 한국으로 향하는 제품을 뜻하는 'KOR' 문구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날 본 차 중 스웨덴, 영국 다음으로 많았다.
프레임에 주요 부품을 조합하면 벨트를 걸어 원래 자세로 바로 잡는다. 이후 축 위치에 맞게 따라오던 액슬과 크로스멤버, 프로펠러 샤프트 등을 장착한다. 머리 위로는 미리 제작된 엔진이 넘어온다. 각 공정을 거치는 제품은 멈춰있는 게 아니라 컨베이어 벨트 같이 서서히 움직인다. 그럼에도 근로자들은 여유로운 분위기로 작업을 수행한다.
공장 내부엔 부품창고가 많다. 부품들은 거의 실시간 업데이트를 통해 적정 재고 수준을 유지한다. 이는 트럭의 혼류 생산을 돕는다. 투베 공장은 캡 섀시, 트랙터, 덤프 등 여러 차종을 한꺼번에 만든다. 전기 트럭도 마찬가지다. 대형 전기 트럭은 별도 전용 플랫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무거운 중량을 버티며 주행하는 만큼 섀시 자체가 플랫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엔진 대신 모터를 탑재하고 배터리는 프레임 양 옆에 얹으면 된다. 간단한 구조 덕분에 내연기관차와 섞어 만들 수 있는 셈이다.
엔진 또는 전기모터와 변속기를 탑재한 차는 앞서 조립된 하체 부품(머플러, 요소수 관련 장치, 에어탱크, 고전압 배터리 등)과 결합된다. 그리고 완성된 캡을 씌우고 유압 장치 장착, 오일 주입, 휠 조립 등을 마치면 다이나모 테스트기가 있는 최종 검사장에 자력으로 이동한다. 15~25분간 다이나모와 전수검사, 그리고 휠 얼라이먼트를 살피면 비로소 공장을 빠져나오게 된다.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투베 공장은 우메오, 겐트 공장과 함께 탄소중립을 이루고 있다. 트럭 생산 과정에서 탄소 배출을 최소화해 제품 전동화로 향하는 초석을 다진 셈이다. 볼보트럭은 2030년까지 전체 판매의 50%, 2040년까지 전체 제품의 전동화를 통해 완전한 탄소중립을 이룬다는 복안이다. 그리고 이제 막 풀 라인업의 전동화로 한 걸음을 내디뎠다. 그들의 발걸음은 생각보다 가벼워 보인다. 생산 라인의 밝은 분위기가 증명하고 있었다.
예테보리(스웨덴)=구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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