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다시 좌향좌?..돌아온 좌파 대부 vs 남미 트럼프 '대선 격돌'

최서윤 기자 2022. 9. 30.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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룰라, 2003~2010년 집권 '전직'..보우소나루, 2019년~현직
10월 2일 1차 투표 50% 이상 득표자 없으면 10월 30일 결선 투표
브라질 대선 포스터. 우측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 좌측이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 2022. 8. 16.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오는 10월 2일 치러지는 브라질 대선은 '좌파 대부'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76) 전 대통령의 '화려한 복귀'와 '남미 트럼프' 자이르 보우소나루(67) 현 대통령의 '극우 연장' 사이 갈림길로 주목받고 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미 2002년 당선해 한차례 연임, 8년간 브라질을 이끈 '노장'이고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2018년 당선해 4년 임기 후 연임에 도전하는 '현직'이지만, 61% 지지율로 당선해 87% 지지율로 내려왔던 룰라는 현 대통령에게 결코 가벼운 상대가 아니다.

현 대통령이 재임 기간 △아마존 파괴와 기후변화 후퇴 △코로나19 방역 포기 △원주민 탄압 △선거 '미리' 불복 및 쿠데타 도모 등 의혹으로 시끄러웠던 인물이라면 더욱 그렇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브라질 대선의 주요 관전 포인트를 짚어봤다.

지난달 31일 (현지시간) 브라질 혼도니아주 포르투 벨류에 있는 아마존 우림에서 산불이 발생해 불길이 확산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브라질 아마조나스주 마니코어 시에 위치한 아마존 열대우림 속 마니코어 강을 비추는 밤하늘의 모습. 2022. 6. 7.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이념 지형 양극단 전·현직 대통령간 대결

룰라와 보우소나루는 '이력'부터 극명하게 갈린다. 룰라는 가난한 농부 가정의 9남매 중 여덟째로 태어나 '꼬마 구두닦이'부터 '14세 금속공장 노동자', 그리고 '브라질 유력 노조 지도자'로 성장한 뒤 노동자와 좌파 지식인을 모아 노동자당(PT)을 창당, 정계에 입문했다. 반면, 보우소나루는 이탈리아계 중산층 가정에서 자라 육군사관학교를 졸업, 1964~1985년 암울했던 군부독재기를 육군 대위로 승승장구하며 보냈다.

두 후보는 세계 최대 열대우림 아마존을 보는 관점에서도 대척점이다. 룰라는 재임 기간 불법 벌목과 채굴 및 가축 방목을 감시, 아마존 삼림 벌채 속도를 늦추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에도 아마존 복원이 주요 공약이다. 반면, 올초 브라질 아마존환경연구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보우소나루 재임 기간 아마존 삼림 파괴는 약 57% 증가했다. 또한 보우소나루는 아마존 상업 탐사를 옹호하고 원주민 영토 보호를 반대해왔는데, 원주민 영토 보호 법령에 단 한 번도 서명하지 않은 대통령은 1988년 브라질 공화국 수립 이후 처음이라고 BBC 코리아는 꼬집었다.

좌우 대립이긴 하지만, 재임 기간 룰라 이름 앞에 붙던 수식어는 '실용 좌파'다. 그는 취임 직후 중앙은행 총재에 역량 있는 보수 인사를 앉히고, 금리를 올려 물가와 환율을 잡았으며, 재정 안정을 위해 긴축을 택했다. 보수도 진보도 아닌, 시의 적절한 정책 판단으로 2002년 세계 13위였던 브라질 경제는 룰라가 내려오던 2010년 7위로 여섯 계단 상승했다. 8년간 그가 빈곤선에서 끌어올린 인구는 4000만 명. 글로벌 시장이 룰라의 당선 가능성에 크게 요동치지 않는 이유다.

지난해 여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병원으로 이송중인 브라질 40대 여성 ⓒ 로이터=뉴스1 ⓒ News1 원태성 기자
지난해 브라질 곳곳에서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이번 시위는 정부의 코로나 대응 실패와 부정부패에 대한 항의로 전국 400여개 도시에서 수천명이 참여했다. ⓒ AFP=뉴스1 ⓒ AFP=뉴스1 ⓒ News1 이정후 기자

◇팬데믹 이후 치러지는 첫 선거

이번 선거는 브라질에서 68만5978명(월드오미터 29일 기준)의 사망자를 낸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러지는 첫 선거란 점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라고 BBC 문도는 짚었다. 인구 2억여 규모 브라질의 누적 확진자는 3469만여 명으로, 세계에서 네 번째로 많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세 번째로 지정한 우려 변이 '감마' 출현지가 브라질이다.

특히 팬데믹을 거치며 브라질 경제는 2021년 침체기에서 다시 회복하고 있지만, 지난 7월 기준 실업률은 9.1%로 여전히 일반 인구가 경제 회복을 체감하기에는 아직 멀었다고 BBC 문도는 평가했다. 또한 펜산(Penssan) 네트워크가 지난 28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브라질 인구의 15%(약 3300만 명)는 현재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고, 또 다른 15%는 식량 불안, 28%는 약간의 식량 부족 상태로, 인구의 절반 이상인 1억 2500만 명이 끼니를 걱정하는 처지인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같은 불황은 2003~2010년 룰라 재임기 높은 원자재 가격에 힘입은 경제 호황과 정부의 적극적인 사회지출로 수백만 명이 중산층으로 올라섰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BBC 문도는 분석했다.

브라질에 식료품 가격이 치솟으면서 굶주리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룰라 전 대통령의 향수가 짙어지고 있다. 사진은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한 여성이 쓰레기 더미 속 먹을 만한 것을 찾는 모습. 2022. 8. 29.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2021년 1월 6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조 바이든 당선인의 승리 선언 낭독을 저지하려 미 의사당 난입을 시도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윤다혜 기자

◇룰라 선두 속 보우소나루 불복 '쿠데타' 우려

지난해 브라질 대법원이 룰라의 수뢰 혐의 유죄 판결을 취소하면서 룰라의 대선 출마가 거론되기 시작한 이래 여론조사에서는 단 한 번도 보우소나루가 룰라를 꺾은 적이 없다. 올해 3월 FSB 페스키사 조사 결과 1차 투표 예상 득표율은 룰라 43%, 보우소나루 29%로 14%포인트(p)의 격차를 보였다. 현재 시점 가장 최근 조사인 지난 28일 방코제니알·쿼스트 조사에서도 룰라 46%, 보우소나루 33%로 13%p 격차를 유지하고 있다.

이대로면 실제 승부에서 룰라가 50% 이상 득표, 1차 투표로 당선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그간 여러 차례 선거 불복 의사를 밝혀온 보우소나루가 쿠데타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브라질 사회를 덮고 있다. 실제로 보우소나루의 지지자들이 모인 그의 유세 현장에는 '군사 개입'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심심찮게 보인다. 브라질 검·경은 현재 왓츠앱으로 '보우소나루 패배 시 쿠데타 모의'를 한 혐의로 10명 안팎의 저명한 브라질 기업인을 수사하고 있다.

군사 쿠데타까진 아니라도 ,적어도 지난해 1월 6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지지자들이 워싱턴 의사당에 난입해 다수의 사상자를 낸 것과 유사한 사태의 공격이 브라질 대법원 등을 상대로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이스지포라 유세현장에서 '트럼프' 이름이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남미의 트럼프'로 불린다. 2022. 8. 16.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독립기념일에 들고 나온 현수막엔 대선 관련 보우소나루의 '군사 개입'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보였다. 상파울루, 2022. 9. 7.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미국도 중국도 '러브콜'…중남미 좌파 다시 결집할까

룰라는 재임 당시 미국 주도의 '미주자유무역지대(FTAA)'에 대항, 주변 국가들과 '메르코수르(남미공동시장)'를 추진하며 당시 속속 출범한 중남미 좌파 정부들과 '핑크 타이드(좌파 물결)'를 견인한 인물이다. 부시 미국 정부가 규정한 3대 '악의 축'을 꼬집듯, 우고 차베스 당시 베네수엘라 대통령 및 피델 카스트로 당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과 자신을 '선의 축'이라고 부르며 당당한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번 선거를 앞두고 룰라는 캠프 인사를 수차례 워싱턴으로 급파, 미 국무부 당국자들과 접촉해왔다. 취임 이후 관계도 중요하지만, 보우소나루가 혹시라도 선거 결과 불복으로 물고 늘어지는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다. 미 국무부 당국자는 이번 선거 결과가 나오는 즉시 축하 메시지를 내 결과 인정에 힘을 보태주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최근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아울러 룰라 캠프 측은 중국과 러시아, 인도,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브릭스 국가들 및 유럽 측 외교인사들과도 접촉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브라질은 세계 15위 경제국으로서 대두, 쇠고기, 철광석 등 주요 원자재 생산국이자 미국과 중국의 주요 교역 파트너이며 중남미 최대 경제국이란 점에서, 이념과 상관 없이 룰라 정부가 들어설 경우 각국의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 2018년 출범한 △멕시코 로페스 오브라도르 정부를 시작으로, △아르헨티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볼리비아 루이스 아르세 △페루 페드로 카스티요 △칠레 가브리엘 보릭 △온두라스 시오마라 카스트로 △콜롬비아 구스타보 페트로 정부 등 중남미 주요국에서 속속 다시 좌파 물결이 재현하는 점도 룰라 당선 시 브라질 새 정부와의 시너지 기대를 불러일으킨다. 국제사회에서 다시 고립된 △니카라과 다니엘 오르테가 △쿠바 미겔 디아스카넬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3대 정부와의 가교 역할도 예상된다.

35세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해 12월 19일 (현지시간) 산티아고에서 결선 투표서 승리를 한 뒤 지지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내달 2일(현지시간) 대선을 앞두고 부인 로산젤라 다 실바 여사와 유세를 하고 있다. 2022.09.17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이 밖에도 최근 스웨덴과 이탈리아 총선에서 잇달아 극우 정당이 승리하는 등 지난 몇 년간 극우 정치인이 부상하는 점은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의 도전과 맞물려 브라질 대선의 이목을 끌고 있다고 BBC코리아는 전했다. 영국 킹스칼리지런던 브라질·라틴아메리카학과 비니시우스 데 카르발류 부교수는 "브라질은 경제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중요한 국가인 만큼, 룰라 전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극우 세력의 후퇴를 의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브라질 대선 투표에 임할 전체 유권자 수는 1억 5640만 명으로 역대 최다라고 최고선거법원(TSE)은 집계했다. 만약 10월 2일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같은 달 30일 2차 투표를 통해 최종 승자를 가린다. 당선자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4년간 브라질 정부를 이끌게 된다.

노동자당(PT) 룰라와 자유당(PT) 보우소나루 외에도, 민주노동당(PDT) 시로 고메스, 민주운동당(MDB) 시몬 테벳, 브라질통합당(UB) 소라야 트로니케 등 총 12명의 후보가 대권을 겨룬다.

또한 전국 투표를 통해 대통령과 부통령 외에도, 상·하원 의원을 뽑는 총선거 및 각 지역 주지사와 주의원을 교체하는 지방선거가 함께 치러진다. 여기엔 총 178명의 원주민 후보가 출마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브라질 원주민 지도자 소니아 구아자라가 상파울루에서 인터뷰 중 사진을 찍기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2. 9. 21. ⓒ AFP=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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