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익선동 달군 불고기랩..롯데리아 '지운' 까닭
'올드' 이미지 벗고 '우주 콘셉' 파격 실험
"20·30 위한 다양한 신메뉴 이벤트 연구"
'올드보이' 롯데리아가 '힙한' 골목 익선동에 떴다. 롯데리아가 불고기버거 출시 30주년을 기념해 팝업 스토어인 '불고기랩 9222'를 열면서다. '9222'는 불고기버거가 출시됐던 해인 1992년부터 2022까지의 30년을 의미한다. 짧지 않은 시간 동안 롯데리아가 햄버거 팝업스토어를 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롯데리아의 이 같은 마케팅에 업계에선 파격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롯데리아는 2030세대와의 소통을 위해 불고기랩 9222를 선보였다. 그동안 롯데리아는 SNS 상에서 '약자'로 평가됐다. 2030세대 사이에서 '올드'하다는 인식이 컸던 탓이다. 불고기랩 9222은 인스타 명소인 익선동을 정조준했다. 롯데리아는 '롯데리아'를 숨기는 것을 택했다. 일종의 '로고 지우기' 전략이다. 이를 통해 젊은 브랜드 변신을 꾀하겠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한옥 골목에 '우주 콘셉트'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익선동에 위치한 '불고기랩 9222'을 찾았다. 근처에 다다르자 예상보다 큰 규모에 놀랐다. 롯데리아는 이번 행사를 위해 인근 세 개 건물을 한달 간 통째로 빌렸다. 불고기랩 9222은 각각 A, B, C 동으로 나뉜다. 익선동 골목 한구석이 모두 롯데리아인 셈이다. 각 동은 불고기버거의 '미래', '현재', '과거'를 나타낸다. 미래인 A동에서 입장권을 받고 관람을 진행하면 된다. A동에 들어서자마자 심상치 않은 우주 콘셉트의 인테리어가 한 눈에 들어왔다.
A동은 2052년 미래의 롯데리아 스페이스 1호점을 표현했다. 단순히 우주 콘셉트를 빌려온 공간이 아니다. 여러 체험 요소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마치 힙한 오락실과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우주 모형 헬멧을 쓰고 사진을 찍을 수 있는 '360스페이스 존' 등 '몰입형' 콘텐츠를 갖췄다. 마치 무중력 상태인 것처럼 '인증샷'을 건질 수 있는 포토존도 있다. 소소한 오락 요소도 돋보였다. 정확히 30초에 맞춰 시간을 멈춰야 하는 '30초를 잡아라' 코너는 사람들의 승부욕을 자극했다.
이런 미션을 수행하면 입장권에 도장을 찍어준다. 3가지 이상 성공하거나 SNS에 인증샷을 올리면 보상이 따른다. 엽서, 메모지, 스티커 등 불고기 버거 출시 30주년 기념 굿즈를 받을 수 있다. 2030세대의 입맛에 맞게 매장을 구성하려는 노력이 묻어났다. 매장 고객 다수가 2030세대라는 게 롯데리아의 설명이다. 매장은 지난 22일 개관 이후 평일 평균 약 1000명이 방문했다. 지난 주말에는 약 4000명이 다녀갔다. 26일 기준 누적 방문객은 1만명을 넘어섰다.
롯데리아를 '지우다'
B동은 2030세대 신진 아티스트 30명과 협업한 공간으로 구성됐다. 방문객들과 함께 작품을 완성시키는 컬러링월 등도 눈에 띄었다. 굿즈샵에서 텀블러와 엽서, 볼펜 등을 구매해가는 고객도 있었다. 특히 커스텀존은 방문객의 창착욕을 자극한다. 내가 원하는 모양으로 티셔츠와 가방을 꾸밀 수 있다. B동의 백미는 루프탑이다. 고즈넉한 익선동의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C동에서는 팝업스토어 한정 메뉴를 맛볼 수 있다. 담양의 떡갈비 음식점 덕인관과 협업했다. 덕인관 한우떡갈비 버거, 타이거불새버거, 전주비빔라이스 불고기버거 등을 판매한다. 가격은 1만원 대 안팎이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덕인관의 떡갈비 레시피를 그대로 사용하면서도 소스는 기존 롯데리아 제품을 사용했다"며 "전주 비빔라이스 버거는 시판 판매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불고기랩 9222는 롯데리아의 색채를 완전히 배제했다. 롯데리아의 '팝업'인지 모르고 입장하는 이들이 대다수였다. 순수하게 루프탑에 올라 SNS 인증샷을 찍으려는 커플, 친구들과 호기심에 들어온 이들이다. 유심히 보기 전까지는 이곳이 롯데리아라는 사실을 알기 힘들다. 이런 '로고 지우기' 전략은 성공적으로 보였다. 관람객이 '여기가 롯데리아 였구나'라고 놀라는 효과가 톡톡했다.
이날 불고기랩 9222 찾은 20대 A 씨는 "익선동에서 저녁을 먹으려고 둘러보다가 외관이 특이해 방문하게 됐다"며 "A동에서 관련 굿즈들을 보고 롯데리아의 팝업스토어인 걸 알았다"고 했다. 이어 "일반적인 롯데리아 매장처럼 '프랜차이즈'스럽지 않아 놀랐다"고 말했다.
불고기랩 9222의 '노림수'
롯데리아는 대표적인 '올드' 브랜드다. 롯데리아가 국내에 등장한 지도 어느덧 43년이 흘렀다. 롯데리아는 더 이상 2030세대에서 '핫'하지 않다. '올드보이'로 취급받는다. 한동안 '롯데리아는 맛없다'는 SNS '밈'에 휘둘려 고생하기도 했다. 신메뉴 출시 정도로는 '반전'을 만들기 힘들다. 2030세대의 마음을 얻을 강력한 한방이 필요했다. 불고기랩 9222에는 이런 고민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매장 자체를 포토존으로 꾸며 SNS 입소문을 타겟팅 한 것도 이 때문이다.
국내 토종 햄버거라는 자존심도 위협받고 있다. 경쟁업체의 '현지화' 공세가 거세다. 더 이상 차별성을 드러내기 힘들다. 맥도날드가 최근 '보성 녹돈' 등 한국표 햄버거를 출시한 것이 대표적이다. 롯데리아의 대표 한국형 버거는 불고기 버거다. 다만 '토종'이라는 인식은 옅어 진지 오래다. 롯데리아는 불고기버거 출시 30주년에 맞춰 '덕인관'과 손을 잡았다. 영리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불고기 버거의 재조명은 물론 앞으로 덕인관과의 협업 신메뉴 출시도 노려볼 수 있다.
현재 국내 햄버거 업계의 경쟁은 치열하다. 버거킹, 맥도날드, 맘스터치, KFC 등 경쟁자가 즐비하다. 여기에 '고든램지버거', '슈퍼두퍼', '파이브가이즈' 등 외국계 프리미엄 버거들도 국내 시장에 속속 진출하고 있다. 롯데리아 등 전통 브랜드의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맘스터치, 맥도날드, 버거킹 등의 매각도 거론되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 커진 상황이다. 자칫하면 시장에서 금방 뒤처질 수 있다는 이야기다. 롯데리아가 롯데리아를 지우고 변신을 시도하고 있는 이유다.
롯데리아 관계자는 "불고기랩 9222는 2030세대와의 접점을 늘리기 위해 오픈한 매장이다. 그동안 젊은 세대 사이에서 롯데리아가 올드 해졌다는 인식이 있었는데 이를 바꿔보기 위해 기획했던 행사"라며 "젊은 고객들의 트렌드 변화를 면밀히 관찰해 이들의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다양한 신메뉴 출시, 이벤트 개최 등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한전진 (noretreat@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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