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숙제 푼 산은, 구조조정 마침표는 언제?

노명현 2022. 9. 30. 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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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수 포기 경험..실사 등 주요 절차 변수
HMM·KDB생명 등도 주인 찾기 속도낼 듯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대우조선해양 '주인 찾기'라는 큰 숙제를 하나 풀었다. 한화그룹과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위한 조건부 투자합의서(MOU)를 체결하며 첫 발을 뗐다.

하지만 마침표를 찍기까지 갈 길이 멀다. 한화그룹과 '스토킹호스'(한화와 조건부 투자 합의‧계약 체결 후 경쟁입찰 절차 진행해 최종 투자자 선정) 방식으로 매각을 진행해 인수 의사를 가진 또 다른 기업이 있는지 확인이 필요하고 이후 실사과정을 거쳐야 한다. 특히 과거 한화가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포기한 경험이 있다는 점에서 이번 빅딜이 마무리될 때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이와 함께 KDB생명과 HMM 매각도 남아 있다. 매각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 예상됐던 대우조선해양에 비해선 수월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강 회장이 '신속한 매각'을 강조하는 만큼 속도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마침표 찍기 가능할까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공식화한 이후인 27일부터 경쟁 입찰을 공고하고 내달 17일까지 한화 외 기업을 대상으로 입찰의향서 접수를 받는다. 이어 최대 6주간(4+2주) 상세실사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실사를 마치면 최종 투자자를 선정하고 본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인데 관건은 역시 대우조선해양의 재무구조와 조선업 경쟁력 등을 판단할 수 있는 상세실사다.

한화는 지난 2008년에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나선 바 있다. 당시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위해 6조3002억원을 제시했다. 하지만 대우조선해양 노조 반대와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한 자금경색, 이에 따른 잔금납부 방식에 대해 산업은행과의 이견이 발생했다. 여기에 조선업황이 악화되면서 한화는 산업은행 측에 본계약 전 정밀실사를 요구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한화의 대우조선해양 인수는 무산됐고, 한화와 산업은행은 이행보증금 반환 소송을 통해 법적다툼을 벌였다. 지난 2018년 대법원 판결 끝에 한화가 이행보증금 일부(1951억원)를 돌려받았다. 한화로의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관련기사: 아시아나 인수결렬 수순, 한화가 떠오른다(20년 9월4일)

이번 계약에는 이행보증금 관련된 조항은 없다는 게 강 회장 설명이다. 강석훈 회장은 "이행보증금 관련된 조항은 없다"며 "(한화가 최종 투자자 선정되면)한화가 실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우발채무가 발견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1~2개의 경우가 포함됐지만 통상 상호의무준수로 대체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선 이번 계약을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재무안정성이 개선될 여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이후 대규모 당기순손실이 지속되고 자본총계 중 2조3000억원이 신종자본증권(만기가 없거나 매우 길고 채권처럼 매년 일정한 이자나 배당을 주는 금융상품)으로 구성됐다"며 "신종자본증권의 차입금적 성격과 보통주 전환 관련 불확실성 등을 감안하면 실질적인 재무안정성은 열위한 수준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KDB생명‧HMM도 신속 매각 가능할까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본격화된 만큼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HMM과 KDB생명, 아시아나항공 등의 매각에도 관심이 쏠린다. ▷관련기사: [산은 강석훈호 항로는]②'구조조정 재벌' 오명 벗을까(8월4일)

우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에 대해선 미국의 기업결합 승인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경쟁당국인 미국과 유럽연합(EU), 중국과 일본(필수적 신고국), 영국(임의적 신고국) 등의 승인 절차가 남아 있다.

강석훈 회장은 "미국 판단이 연내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며 "유럽도 미국 결정에 준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보여 딜이 성사되도록 외교부와 산업부 등과 협조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HMM과 KDB생명 매각에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올초 사모펀드 운영사인 JC파트너스에 KDB생명을 매각하려 했지만 JC파트너스 대주주 적격성 문제로 계약을 해지한 바 있다. 이에 새로운 인수자를 구해야 하는 상황인데, KDB생명의 실적 안정과 최근 금리 인상 등으로 매각 여건이 나아졌다는 평가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KDB생명은 매각 준비를 위한 자문사 선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며 “아직 공식 매각에 착수하거나 시기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HMM도 산업은행 체제 아래서 실적 정상화를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다. 해양수산부도 HMM 공공보유 지분을 단계적으로 매각해 민영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2분기 기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는 HMM 지분을 각각 20.69%, 19.96% 보유하고 있다. 이들이 보유한 전환사채(CB)를 고려하면 전환 시 지분율은 70%까지 올라간다. 다만 매각은 현재 관리주체인 해양진흥공사가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

노명현 (kidman0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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