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간호사·복지사 '원팀' 구성.. 치료·돌봄 연계 확대해야 [심층기획 - 지역사회 '노인돌봄' 체계 구축]

이정한 2022. 9. 30.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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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고도화되는 재택의료서비스
노인 절반 이상 "아파도 집에서 치료 원해"
초고령사회 문턱서 재택의료 필요성 커져
정부, 11월 '찾아가는 주치의' 시범 운영
1~2등급 수급자 정기 방문해 진료·간호
수가 낮아 의사참여율 낮아.. 활성화 시급
복지부, 통합 재가서비스도 확대 잰걸음
간호사·물리치료사 등과 협업.. 회복 지원
당뇨약과 기관지염약을 복용하는 A(78)씨는 지난 1월 갑작스레 중심을 잃고 넘어져 대퇴골절 수술을 한 뒤 요양병원에 머물다 퇴원했다. 집에 와서도 걷기가 어려워 바닥에 엉덩이를 질질 끌며 움직여야 했다. 평소에도 식사를 잘 챙겨 먹지 않던 그는 거동이 어려워지자 끼니도 자주 걸렀다. A씨의 집을 정기적으로 찾아 진료한 이주리 안산의료사협 새안산의원 재택의료센터 원장은 그의 식습관과 복용약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환자의 생활에 맞게 약을 조정했다. A씨는 지난달부터 외출 연습을 할 정도로 호전돼 일상회복을 준비 중이다.
김창오 건강의집 의원 원장이 환자의 집에 방문해 환자의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건강의집 의원 제공
이 원장은 “70대가 넘고 지병을 오래 앓던 분들이 의사가 처방한 대로 약을 제때 먹고, 요양보호사가 차려놓은 식사를 부지런히 먹는 게 쉽지 않다”며 “노인 환자의 경우 의사가 환자의 생활 공간에 직접 가야 적절한 진료와 처방을 할 수 있을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환자의 상태에 맞게 약을 처방해도 식사량이 줄고 불규칙해지면 약의 정량이 과해질 수 있다. 보호자가 없다면 조절은 더 어려워진다.

◆“집에서 돌봄·치료받고 싶다”

인구·가족 구조가 빠르게 변하면서 돌봄과 의료가 연계된 재택의료 서비스의 필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18년 이미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14%를 넘어 ‘고령사회’에 들어섰고,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고령인구는 2025년 20%를 넘고 2050년에는 40%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독거노인 가구는 꾸준히 증가해 2050년에는 5가구 중 1가구(20.4%)는 노인 혼자 사는 가구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재택의료에 대한 수요는 이전부터 컸다. 건강이 나빠져도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들어가길 꺼리는 노인들이 많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0년도 노인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노인의 56.5%는 건강이 악화해 거동이 불편해져도 재가서비스를 받으며 집에서 머물기를 희망했다.

대한노인병학회 회장인 윤종률 한림대 의대 교수(가정의학과)는 “익숙한 환경에 있으면 심리적인 안정 효과가 커서 우울감 등으로 인지기능이 나빠지는 경우가 줄어든다는 연구보고도 있다”며 “요양병원에 필요 이상으로 사람들이 몰려 있는데 재택의료가 확대되면 이런 사회적 비용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발맞춰 정부도 재택의료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아직은 방문진료를 비롯한 재택의료 체계가 미비한 탓에 의료기관의 참여율이 높지 않은 실정이다. 흔히 왕진으로 불리는 동네의원의 방문진료는 2019년 12월 말부터 시범사업으로 시행됐지만, 지난 6월 기준 전체 동네의원 3만4451곳 중 526곳만이 방문진료 기관으로 등록했다.

◆찾아가는 주치의 재택의료센터

방문진료에 더해 정부는 오는 11월부터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방문진료가 환자의 요청에 따라 일회성으로 의료진이 집을 찾아가는 형태라면, 재택의료는 거동이 불편한 환자를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등 최소 3명으로 구성된 팀이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방식이다. 장기요양 1∼2등급 수급자를 우선 대상으로 월 1회 의사 진료, 월 2회 이상 간호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의 방문진료보다 적극적인 형태로 볼 수 있다. 서비스 대상인 거동이 불편한 노인 환자는 대리처방을 받는 경우가 많은데 환자를 병원으로 옮기는 데만 2∼3명의 사람이 달라붙어야 하는 등 외래진료가 쉽지 않다. 같이 살지 않는 보호자가 환자의 상태를 제대로 전하기 어렵고, 약을 받아가도 앞선 사례처럼 노인 환자가 규칙적으로 조절해 먹기 쉽지 않다. 2019년 장기요양실태조사에 따르면 장기요양 수급자는 평균 3.4개의 만성질환을 갖고 있고 하루 평균 9.8개의 약물을 복용하는데, 대리처방 비율은 31.7%, 아파도 병원을 찾지 못하는 비율이 13%에 달한다. 이에 이동이 어려운 노인들을 대상으로 의료와 돌봄이 연계된 재택의료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시범사업이 성공해 본사업으로 전환되려면 동네의원의 참여율을 높여야 한다.

동네의원이 방문진료나 재택의료 사업에 쉽사리 뛰어들지 못하는 이유로는 수가 문제가 꼽힌다. 초진의 경우 환자를 찾아가 진료하는 데 1시간가량 소요된다. 현재 왕진료는 12만4280원(환자부담 30%)이다. 진료실에 앉아 환자 5∼6명을 받는 게 소득 측면에서는 더 나을 수 있다. 재택의료의 경우 의사뿐만 아니라 간호사와 사회복지사 등도 필요하기 때문에 동네의원의 비용은 더 커진다.

윤 교수는 “방문 진료했던 의사들이 가급적 많이 참여해서 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정부는 각종 행정 절차의 편의성을 제고하고 포괄적인 진료가 이뤄질 수 있게 비용 지원을 폭넓게 해줘야 한다”고 제언했다.
◆돌봄의 고도화, 통합재가서비스

노후의 필수 요소인 돌봄 서비스 수준을 높이는 정책도 지속해서 시행된다. 2008년 도입된 노인장기요양보험은 노인 돌봄의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노인 10명 중 1명(10.7%)은 장기요양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고 대상자는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기준 93만3511명이 장기요양보험 수급자였는데 2009년(28만6907명)의 3.3배 수준이다. 시설급여를 받으면 요양시설에 입소해 활동 지원을 받고, 재가급여를 받으면 방문 요양·간호·목욕 등 가정 방문 요양서비스를 지원받는다. 다만 현재 재가서비스 기관 약 1만6000곳의 30%(4800곳)는 한 가지 서비스만 제공한다. 수급자들이 각각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기요양기관을 찾아 신청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게 된다. 이에 정부는 방문요양과 다른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는 통합재가기관을 확대해 나가고 있지만 아직은 참여율이 미흡한 상황이다.

통합재가기관은 간호(조무)사, 물리(작업)치료사, 요양보호사 등이 협업해 이용자에게 사례관리, 기능회복훈련 등을 제공한다. 경남 진주의 참사랑재가노인간호 복지주간보호센터의 백윤선 대표는 “주간보호나 방문요양 등 필요한 서비스를 적시에 받을 수 있어서 수급자와 보호자의 만족도가 높다”며 “특히 어르신들이 대부분 근골격계 질환을 갖고 있는데 간호사들이 방문해 관절가동범위 운동을 하는 등 방문요양만으로는 부족한 부분을 채워준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 돌봄수요 급증  지역 통합 안전망 촘촘히” 

“의학적 치료를 포함한 돌봄이 필요해도 내 집에서 가능한 한 오래 생활할 수 있도록 지역 내 돌봄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시대적 과제가 됐습니다.”
유애정(사진)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돌봄연구센터장은 29일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025년 초고령사회 진입에 대비해 지자체 차원의 보건·복지 통합적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돌봄이 필요해도 내 집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역 단위 생활지원체계를 구축해 나가자는 제언이다. 노인층의 핵으로 진입한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가 시설이나 병원에 가지 않고 노후를 보낼 수 있도록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고령화 시대를 사는 노인에게 안정된 자금만이 삶의 질을 담보하진 않는다. 외로움과 고독, 가족·사회와 분리되는 소외감도 이겨내야 한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2018년 ‘지역사회 통합 돌봄 기본계획’을 발표하고, ‘노인 커뮤니티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를 진행하고 있다.

유 센터장은 “(커뮤니티케어 사업을 통해) 지자체가 총괄적인 기능을 담당하고, 공단과의 유기적 연계를 위한 지역케어회의 운영 등이 필수적으로 갖춰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향후에는 베이비부머의 돌봄 수요를 예측해 필요한 자원공급계획을 마련하고, 부족한 자원은 단계적으로 확충해 나가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 센터장은 지역사회 통합돌봄 구현을 위해서는 각 제도권에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제도적 검토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짚었다. 예컨대 건강보험제도에서 재택의료서비스 활성화를,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에서 재가요양서비스 고도화를, 기존 노인보건복지서비스에서는 추가적인 돌봄서비스 제공 등의 방안을 다각적으로 추진해야 정책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당국의 적극적인 홍보 노력과 투자 확충도 강조했다. 그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제공되고 공유될 수 있도록 지역주민들에게 사업을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서비스 제공기관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한 지속적인 투자도 필수다. 노인보건복지서비스는 맞춤형 서비스 제공과 아울러 질 높은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은 욕구에도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한·안병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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