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예산 75%는 금융사 분담금..지난해 336억 돌려줘

김형섭 2022. 9.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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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감사원 방만경영 지적 후 감독분담금 감소했다가 올해 8.2%↑
금융사에서 거둬들이는 분담금 비중 높아…감독 '칼날' 무뎌지나
분담금 거둬놓고도 매해 300억~400억원 쓰지도 못해 반환

[서울=뉴시스]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뉴시스 DB) 2021.02.0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금융감독원이 은행, 보험, 증권 등 금융사들로부터 거둬들이는 감독분담금이 지난 5년 간 총예산의 75%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가운데 14%는 다 쓰지 못한 채 금융사에 돌려준 것으로 집계됐다.

30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5년간 감독분담금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올해까지 금감원 총 예산에서 감독분담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75.35%다.

정부 조직이 아닌 반민반관(半民半官) 조직인 금감원은 금융사들이 각출하는 감독분담금과 한국은행의 출연금, 유가증권을 발행할 때 내는 발행분담금 등으로 예산을 구성한다.

이 가운데 감독분담금은 금감원이 금융사들에 대한 감독과 검사라는 일종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으로 걷는 돈이다. 금감원 출범 직후인 지난 1999년 전체 예산에서 41% 수준이던 감독분담금은 이제 금감원 예산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금감원이 거둬들인 감독분담금은 지난 2017년 2921억원까지 늘었다가 2018년 2811억원, 2019년 2772억원, 2020년 2788억원, 2021년 2654억원 등 감소 추세였지만 올해 2872억원이 책정되며 전년대비 8.2% 늘었다.

2017년 전체 예산 대비 79.7%까지 차지했던 감독분담금 비중은 2018년 77.54%, 2019년 77.95%, 2020년 76.80%, 2021년 72.51%, 2022년 72.29%로 감소 추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4분의 3 가량을 차지한다.

[서울=뉴시스]금융감독원의 최근 5년간 총예산 및 감독분담금 규모와 지출예산 구성 현황. (자료=강병원 의원실 제공)

금감원의 감독분담금 규모가 2017년 이후 감소 추세였던 것은 감사원이 금감원의 방만경영을 지적했던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금감원은 지난 2017년 감사원 감사에서 상위직급과 직위수 과다, 국외사무소 확대, 정원외 인력 운영, 인건비 등 방만경영에 기반해 매년 감독분담금을 비롯한 수입 예산만 큰 폭으로 올리고 있다고 지적을 받았다.

이에 여론의 뭇매를 맞은 뒤 금융사로부터 거둬들이던 감독분담금 규모를 한동안 줄였던 금감원이 슬그머니 다시 분담금을 늘리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금감원의 최근 5년간 지출예산 구성을 살펴보면 인건비와 퇴직급여는 매해 증가 추세에 있다.

인건비의 경우 2018년 2023억원, 2019년 2121억원, 2020년 2184억원, 2021년 2206억원, 2022년 2252억원이며 퇴직급여도 같은 기간 248억원에서 287억원으로 증가했다.

[서울=뉴시스]금융감독원의 최근 5년간 감독분담금 반환 규모. (자료=강병원 의원실 제공)

감독분담금 대비 인건비 비중을 살펴보면 2018년 71.97%, 2019년 76.52%, 2020년 78.34%, 2021년 83.12% 등이다. 올해의 경우 감독분담금 중 78.41%를 인건비에 쓴 셈이다.

금감원은 국민들의 돈으로 이윤을 창출하는 금융업을 철저히 관리·감독하기 위해 존재하는 기관이다. 이런 금감원이 금융사들이 내는 분담금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을수록 그 칼날이 무뎌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감사원으로부터 방만경영 지적을 받고도 매해 감독분담금의 상당 부분을 인건비 지출 늘리기에 쓰는 것도 '신의 직장'이란 비판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특히 금감원은 금융사로부터 거둬들인 분담금 가운데 매년 300억~400억원 가량은 다 쓰지도 못한 채 금융사에 돌려주고 있었다.

금감원이 매년 결산 후 남은 분담금을 납부비율대로 금융사에 돌려주는 반환금은 2018년 386억원, 2019년 368억원, 2020년 452억원, 2021년 336억원으로 집계됐다. 반환액이 감독분담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13.73%, 2019년 13.28%, 2020년 16.21%, 2021년 12.66% 등이다.

[서울=뉴시스] 김선웅 기자 =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 2022.07.13. mangusta@newsis.com

금감원이 필요 이상으로 분담금을 거둬 금융사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금감원으로부터 각종 검사와 감독, 제재를 받는 금융사 입장에서는 분담금 요청이 과도하다고 판단돼도 이를 거절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예산안을 의결하면서 올해부터 한은의 금감원 출연을 중단키로 함에 따라 금융사들의 감독분담금 부담이 더 커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의 금감원 예산 출연 규모는 연 100억원 규모인데 금감원이 지출 규모를 줄이지 않는다면 감독분담금을 키워 부족분을 채울 수 밖에 없어서다. 금감원은 한은과 예산 출연 재개 협상을 이어간다는 입장이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분담금 징수 규정 개정으로 내년부터 네이버파이낸셜이나 카카오페이 등 빅테크 기업도 감독분담금 부담 대상이 되지만 이들 회사의 금융부문 규모를 고려할 때 그 비중은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금감원도 강 의원실에 "한은 출연은 금융통화위원회 의결사항으로 현재 한국은행과 긴밀하게 협의 중"이라며 "2023년부터 네이버·카카오 등 전자금융업자에 대한 감독분담금은 영업수익에 은행·비은행 영역 분담요율을 곱해 부과할 예정으로 개별 회사가 부담할 분담금 규모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답변했다.

강 의원은 "금감원은 예산 대부분을 금융사에 의존하고 있는데 분담금 반환금의 규모도 수백억 대에 이를 정도로 매우 크다. 금감원의 금융사 관리·감독의 공정성과 객관성, 합리성에 대한 의문이 나올 수밖에 없는 근본적인 이유"라면서 "이러한 우려를 해결할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phite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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