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없는 '킹달러' 행보 어디까지..전세계 경제 '통곡'

신기림 기자 2022. 9. 30.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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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킹 달러' 시대] ① "외환보유액 맹신 마라"
미국 달러 지폐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달러는 우리의 돈이지만 당신의 문제다(It’s our currency, but your problem)."

지난 1971년 11월 주요 10개국(G10) 회의에서 나온 존 코널리 미국 재무장관의 발언이다. 당시 미국이 인플레이션을 수출하고 있다고 유럽 장관들이 비난하자 코널리가 내뱉은 응수였다.

그리고 전세계 금융시장이 미국의 금리 인상과 달러 강세 여파에 휘청이면서 50년 전 코널리의 발언이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다시 회자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처럼 미국은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40년 만에 가장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리며 달러가 초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잠에서 깨어난 킹달러"

JP모간의 추산에 따르면 주요 무역상대국 통화에 대한 달러의 가치(명목실효환율 기준)는 지난해 말 이후 12% 올랐다. 같은 기간 실효환율로 엔은 12%, 영국 파운드는 9%, 유로는 3% 떨어졌다.

위기에 달러는 전 세계인들이 몸을 숨기는 피난처로 강해지기 마련이다.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가 미국이었지만 역설적이게도 미국의 돈 달러는 강해졌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현재의 달러 강세는 2020년 이후 세계 경제가 겪은 4가지 충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의 마틴 울프 칼럼니스트는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팬데믹, 막대한 재정 및 통화 확대정책, 팬데믹 이후 공급망 정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이 합쳐져 달러의 몸값을 키웠다. 이로 인해 불확실성은 커지고 미국에 강한 인플레이션 압박이 가해졌다.

하지만 미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제때 인플레이션을 잡지 못한채 뒤늦게 금리인상의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며 경제를 침체 위기로 몰아 붙이고 있다. 그리고 유럽은 전쟁 여파에 인플레이션과 강력한 침체 위협을 동시에 받고 있다.

오안다증권의 에드워드 모야 수석시장분석가는 로이터에 "글로벌 경제의 부진에 따른 안전 선호와 연준의 공격적 금리인상이 합쳐져 달러가 새로운 고점으로 치솟았다"며 "킹달러가 잠에서 깨어났다"고 말헀다.

영국 파운드와 미 달러 지폐ⓒ AFP=뉴스1

◇선진국도 속수무책…英 파운드 붕괴

문제는 달러 초강세에 미국을 제외한 세계 각국이 속수무책이라는 점이다. 신흥국 뿐 아니라 다른 주요국들 조차 바싹 긴장하며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지난주 일본은 연초 대비 20% 넘게 내린 엔화를 방어하기 위해 1998년 이후 처음으로 시장 개입을 천명했다. 이번주 영국 파운드는 달러 대비 역사상 최저로 붕괴하며 급기야 영란은행이 긴축 와중에도 2주 동안 국채매입을 통한 시장 안정화에 나섰다. 중국 위안화는 14년 만에 최저로 내려와 환율이 7.2위안을 돌파했다.

하지만 각국의 환율 방어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미국의 달러가 워낙 강해 달러 강세가 멈추지 않는 이상 다른 국가의 통화는 하방 압력을 덜어내도 일시적일 수 밖에 없다.

1980년대처럼 달러 약세를 유도하는 국제공조(플라자합의)도 기대하기 힘들다. 달러 강세는 수입물가를 낮추고 금융환경을 더 긴축화하는 데에 도움을 줘 높은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효과를 낼 수 있어 연준에 강달러는 호재일 수 밖에 없다.

제프리즈의 베츠텔 본부장에 따르면 달러 가치가 10% 오르면 금리가 75베이시스포인트(bp, 1bp=0.01%p) 상승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가 생긴다. 또 달러가 10% 오르면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비로 0.5%p 낮출 것이라고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들은 추산했다.

중국 위안화와 미 달러ⓒ AFP=뉴스1

◇각자도생의 길…외환보유액 맹신 마라

강달러에 대한 국제공조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각국은 각자도생의 길을 걷고 있다. 지난주 일본 정부는 1998년 이후 처음으로 환율시장에 개입을 천명하며 엔화 방어에 나섰고 미국으로부터 일종의 면죄부를 받은 분위기다.

지난 22일 일본의 시장개입 발표 이후 미국 재무부는 일본 정부와 공조해 환율시장에 개입하지는 않았다면서도 일본의 개입을 이해한다는 성명을 내놓았다.

중국 인민은행은 환율에 당국 의지를 더 많이 반영할 수 있는 경기대응변수를 2년 만에 부활시킨 것으로 보인다. 28일 환율이 7.2위안을 뚫고 치솟은 것은 당대회를 한 달 앞두고 당국이 일단 위안화 약세를 어느 정도 허용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됐다.

결국 세계 최대 경제국 미국을 뒤좇는 2인자 중국도 세계의 기축통화 달러의 강력한 힘 앞에서 일단 양보할 수 밖에 없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TD증권의 미툴 코테차 신흥시장 전략본부장은 인민은행이 신경 쓰는 것이 결국 "위안화 하락이라는 방향이 아니라 속도"라고 말했다.

아시아 국가들은 달러 강세에 따라 외환보유액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더 광범위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위기를 겪은 아시아 각국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외환보유액을 늘려 환율을 방어했지만 외환보유액에만 의존할 수 없다고 노무라증권은 지적했다.

ⓒ News1 김초희 디자이너

shinkir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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