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 번번이 실패..이번엔 실현될까
(서울=연합뉴스) 서한기 기자 = 기금 소진으로 국민연금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불식하고자 지급 보장을 명문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발언을 계기로 관련 논의에 탄력이 붙어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기금이 바닥나더라도 국가가 의무적으로 국민연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지급보장 명문화 문제는 지금까지 여러 차례에 걸쳐 제기됐지만, 번번이 현실화하지 못하고 물거품이 됐다.
조 후보자는 지난 27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지급 보장을 전제하지 않고는 연금 개혁을 논할 수 없다"며 "연금 개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국회와 협의해나가겠다"고 말해 지급보장 명문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했다.
국민연금 지급보장 명문화는 24년째 소득의 9%에 그대로 묶여 있는 보험료율 인상 문제와 더불어 여태껏 해결되지 않고 남아 있는 해묵은 과제이다.
가깝게는 국민연금의 재정 상태를 진단해서 개혁방안을 모색하는 4차 재정계산 결과가 나온 2018년 8월 말에 문재인 전 대통령이 "국가의 지급보장을 분명히 해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할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라"고 주문하면서 다시 한번 논의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이후 정부는 4차 재정추계 결과를 바탕으로 2018년 12월에 국회에 제출한 제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을 통해 국가 지급보장 명문화를 추진하겠다고 공식화했다.
이어 정부의 이런 지급보장 명문화 방안을 넘겨받아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이 문제를 포함한 국민연금 개혁방안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하지만, 단일안 도출에 실패하면서 다만 국민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 회복을 위해 법 개정으로 국가의 지급 보장을 명문화할 것을 권고하는 데 그쳤다.
이처럼 지급보장 명문화 방안이 입법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한두 번이 아니다.
기금 고갈에 따른 국민 불안감 해소, 다른 공적연금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장복심·유시민 의원이 국민연금 지급을 법적으로 명문화하자는 법안을 처음으로 발의한 이래 18·19·20대 국회까지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이후 논란만 있었을 뿐 경제부처 반대, 여야합의 불발 등으로 결론이 나지 않았다.
21대 국회 들어서는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2020년 7월에 공적 노후소득보장제도인 국민연금의 지급을 국가가 보장하도록 법률에 명시하고, 국가가 연금의 안정적, 지속적인 지급을 위해 시책을 수립·시행하도록 하는 내용으로 국민연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는 지급보장을 명문화한 국민연금 개정안들에 대해 '국가의 잠재적 부채(충당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는 등 국가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관되게 반대입장을 나타냈다.
전문가 중에서도 기금 고갈 시 국가가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하기에 별도의 규정은 필요 없다면서 명문화가 되면 '부담 전가'를 놓고 세대 간 갈등이 유발되고, 모든 것을 국가가 책임진다는 인식으로 연금개혁 추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부정적인 의견을 내는 이들도 있다.
현행 국민연금법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국민연금 사업을 관장하고 실제 사업은 국민연금공단에 위탁하도록 해 궁극적으로는 국가가 국민연금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전제해놓고 있다.
하지만 급여 지급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명시돼 있지 않다.
국민연금법에 기금소진에 대비한 국가 지급의 책임을 강조하는 조항이 있긴 하다.
2014년 1월 국민연금법이 개정되면서 '국가는 연금급여가 지속해서 안정적으로 지급되도록 필요한 시책을 수립, 시행해야 한다'는 내용이 추가된 것이다.
하지만 이 조항은 '국민연금 재원이 부족할 때 국가가 보전해줘야 한다'고 강제하는 의무규정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국회 예산정책처의 해석이다.
국민연금법의 '국가의 책무'를 넓게 해석하면, 정부 대책에는 기금소진 후 국가가 세금을 투입하는 것 외에도 현행 9%인 보험료율을 올려서 가입자한테서 보험료를 더 많이 거두는 방안도 포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공무원연금이나 군인연금,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에서 급여 부족분이 발생하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도록 관련법에 '적자 보전조항'을 명시해 국가 지급을 법적으로 보장하고 있는 대목과 대조된다.
sh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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