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적게 타면 보험료 반값".. ESG 금융 상품 잇따라
국내 은행과 보험업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기조 속 친환경·저탄소 활동을 인증하면 우대금리 혜택을 적용하고, 보험료를 할인받을 수 있는 ESG 재테크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하나손해보험이 이달 출시한 자동차보험 상품’ 하나 에코플러스 자동차보험’은 계획한 연간 주행 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미리 할인받는 상품이다. 차량 1대인 고객이 연간 5000km 이하로 운전하면 25%~44%까지 선(先) 할인해주고, 차량 2대 이상 5000km 이하로 주행하면 33%~50% 선할인 해준다. ‘적게 운행하고 탄소 배출을 줄여 보험료도 절감하고, 지구도 구한다’는 게 이 상품의 비전이다.
하나손해보험 관계자는 “연간 주행거리가 짧은 운전자이거나 본인 소유 차량이 여러 대인 운전자라면 고려해볼 만한 상품”이라면서 “적게 탄 만큼 할인 폭이 커지기 때문에 고유가, 고물가, 고금리 시대에 가계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은 최근 전자문서 약정 시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 0.1%P 할인을 고객에게 제공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종이 사용을 줄여 절약된 비용을 환경 보호에 동참한 고객들에게 돌려준다는 취지의 혜택이다. 서류 발행과 서류 보관 센터 운영에 들어가는 연간 약 1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는 게 한화생명 측 설명이다.
은행권에서도 개인과 기업 고객을 대상으로 ESG 실천을 통해 금리 혜택을 주는 ESG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IBK기업은행이 지난달 출시한 ‘IBK탄소제로적금’의 경우, 기본금리는 연 2.5%인데 세대 전기사용량 절감에 따라 우대금리를 최대 연 4%포인트(p)를 주는 1년제 자유적립식 상품이다.
▲적금에 가입한 달부터 10개월 동안 적금 가입 월의 전기사용량(kWh) 대비 월별 전기사용량(kWh) 절감 횟수가 3회 이상인 경우 연 1.0%p, 5회 이상인 경우 연 2.0%p를 제공한다. ▲기업은행 첫 거래 고객인 경우 연 1.0%p, ▲본인 명의 입출금식 통장에서 지로, 공과금 자동이체 실적이 3개월 이상인 경우 연 1.0%p의 금리 혜택을 줘 최고금리가 연 6.5%가 된다.
은행 측은 “이지스엔터프라이즈의 아파트 생활지원 플랫폼 ‘아파트아이’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세대 전기사용량 절감을 통해 ESG 실천을 유도하는 데이터 기반 혁신 상품”이라면서 “i-ONE Bank(개인)를 통해서만 가입할 수 있으며, 월 100만원까지 적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나은행의 ‘에너지챌린지 적금’도 기본금리는 연 1.3%인데, 절전 미션 수행하기, 전년 동기 대비 전력 사용을 절감하는 등 에너지 절약 요건을 충족하면 최대 연 3.3%p 우대금리를 적용해 최고 금리 연 4.6%를 부여하는 상품이다.
신한은행이 내놓은 ‘아름다운 용기 적금’의 경우, 기본금리는 연 2.5%인데 우대금리를 포함한 최고 금리가 연 4.0%다.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알고 실천하기 서약’을 쓰면 연 0.5%p, ‘은행 앱 신한 쏠에 다회용기 사용 실천사진 업로드·공유’하면 연 0.5%p를 적용하는 식이다.
광주은행은 친환경 우수 기업에 최대 0.4%포인트(p) 우대 금리를 지원하는 공익형 ESG 대출상품 ‘ESG 서포트론’을 출시했다. IBK기업은행은 ESG 경영을 추진하는 기업에 최고 0.3%P 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IBK ALL바른기업통장 금리우대 이벤트’를 이달까지 진행했다.
카드사에서는 실물 카드 발행으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줄이려는 시도가 있다. ‘KB국민 EVO티타늄’ 카드의 경우 플라스틱 소재 대신 나무시트와 에코젠 시트가 사용됐다. 신한카드는 작년 8월부터 딥드림 등 인기 카드 4종에 재활용 플라스틱 플레이트를 적용했다.
우리카드의 ‘NU Nature 카드’는 이용 금액의 0.2%를 글로벌 식림 산업에 후원하고, 전기차 충전·대중교통·공유모빌리티 이용 시 혜택을 제공한다. 모바일용 카드 발급을 기본으로 하고, 플라스틱 소재 실물 카드를 발급할 경우 추가 비용을 부과하는 카드사들도 늘고 있다.
‘ESG 경영’이 전 세계 주요 화두인 만큼, ESG와 연계된 금융상품도 늘어날 전망이다. 금융사들이 ESG 상품을 앞다퉈 출시하고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데는 ESG 경영 성과에 반영되는 시스템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는 영향이 크다. 이제는 금융사를 비롯한 기업들의 ESG경영 현황 및 성과가 기업에 대한 가치 평가와 글로벌 투자 유치에 영향을 주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와 금융당국도 저탄소·친환경 활동과 관련한 녹색 분야 지원 비중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상현 한국은행 경제통계국 통계기획팀 부국장은 “소위 ‘지속가능성장’ 환경을 조성하는 데 있어 금융의 역할이 중요해지고 있다”면서 “금융기관의 ESG 금융 대출과 투자가 늘어나고, 정부도 적극적으로 녹색금융 활성화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은 “탄소중립 시대에 미리 대응하지 못하면 지금은 우리가 생각하지 않는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면서 “탄소중립 전환에 실패한 기업과 금융사는 매출과 투자 수익이 줄고 비용은 증가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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