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 3.3조→90조..'몸집 26배' 불린 메리츠금융, 비결은

김세관 기자 2022. 9. 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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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100년 금융그룹 '메리츠금융'(上)

[편집자주] 메리츠금융그룹이 '한진가'의 금융 계열에서 100년 금융그룹으로 도약하고 있다. 그 중심엔 설립 100주년을 맞이한 메리츠화재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룬 메리츠증권이 자리하고 있다. 전문경영인 김용범 부회장과 최희문 부회장의 철저한 성과주의 경영 덕분이다. 그 뒤엔 조정호 회장의 믿음이 자리하고 있다.

한진가 막내 조정호의 '믿음'···메리츠금융 자산 26배 불렸다

2005년 한진그룹에서 계열 분리한 손해보험사 동양화재(현 메리츠화재)의 자산은 2조7000억원에 불과했다. 지금 메리츠화재 자산은 28조원에 이른다. 그사이 시가총액은 1700억원에서 3조6000억원으로 21배, 당기순익은 264억원에서 6631억원으로 25배 늘었다.

계열분리 직후 인수했던 메리츠증권까지 포함한 메리츠금융그룹으로 확대하면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2005년 당시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통합 자산은 3조3000억원 수준이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양사의 자산을 합치면 거의 90조원으로 26배 성장했다.

조중훈 창업주의 막내 조정호 회장은 2005년 계열 분리와 인수 등의 과정을 거쳐 한진의 금융 계열사들을 들고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만년 5위'였던 메리츠화재는 장기인보험 시장 1위, 당기순이익 3위 업체로 키워냈다. 특히, 장기인보험 시장 1위는 부동의 1위 삼성화재의 아성을 무너트린 업계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뿐만 아니라 증권사 중 10위권 밖이었던 메리츠증권은 매년 사상 최대실적을 경신하며 지난해에는 7829억원의 당기순이익으로 업계 6위로 올라섰다. 메리츠증권은 올해 상반기에도 4408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역시 상반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증권업계가 어려운 가운데 전년 대비 10.2%의 두자릿수 성장해 리스크 관리에도 능한 증권사라는 평가를 얻었다.

한진그룹 내 비주류였던 금융 계열사를 물려받아 다른 금융그룹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금융그룹을 구축한데는 조 회장의 철저한 성과주의와 '믿고 맡기는' 경영 철학의 결과라는 것이 금융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조 회장의 계열사 관리 방식은 다른 어떤 금융지주와도 다르다. 우수한 전문경영인을 영입하는 곳들은 많지만 전문경영인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하고 이들의 결정에 간섭하지 않는다. 수천억원대 투자까지도 사전이 아닌 사후보고로 마무리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은 이를 방증한다.

신뢰 경영의 결과는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의 CEO(최고경영자) 근속 연수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은 2015년 CEO로 선임돼 3연임에 성공, 2024년 3월까지 최소한 10년간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최희문 메리츠증권 부회장은 2010년 2월 당시 메리츠종금증권 CEO에 올라 12년째 메리츠증권을 이끌고 있다. 올해 초 4번째 연임을 확정하며 2025년 3월까지 임기가 보장된 상황이다.

양사 CEO는 2017년 말 나란히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조 회장이 양 CEO에게 보내는 신뢰가 그만큼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메리츠금융 관계자는 "조 회장의 철저한 성과와 보상주의 원칙이 빠른 시간 안에 손보사와 증권사 모두 성장시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며 "승진 연한이 없어 40대 임원도 많고, 회장이나 부회장보다 연봉 높은 임직원들이 심심치 않게 있는 것만 봐도 조 회장이 어떤 경영 철학을 갖고 금융그룹을 이끄는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100살 메리츠화재, '最古'에서 '最高'로 "2025년 1등 목표"
김용범 메리츠화재 부회장/사진제공=메리츠화재

1922년 우리나라 최초 손해보험사인 '조선화재해상보험'으로 출발해 올해 100주년을 맞는 메리츠화재가 2025년까지 '장기인보험 매출 1위, 당기순이익 1위, 시가총액 1위1'라는 '트리플크라운'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2015년 김용범 부회장이 메리츠화재를 맡은 이후 질주도 빨라지고 있다. 2015년 당시 1690억원 수준이었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6631억원으로 성장했고, 올해 상반기만 4640억원의 순이익을 거둬 올해에도 역대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김용범의 '아메바경영' 도입…성과 중심 조직으로 탈바꿈된 '메리츠화재'

김 부회장은 CEO(최고경영자) 취임후 메리츠화재의 체질과 기업문화를 바꿨다. 기존 손보업계에서는 상상할 수 없었던 파격적인 변화와 혁신을 시도했고, 성과를 낼 수 있는 조직으로 탈바꿈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메바경영'은 김 부회장의 경영 철학이 그대로 반영된 조직 운영이다. 무거운 회사 조직을 부문별 소집단으로 나눠 개개인이 경영자 의식을 갖고 굴러갈 수 있게 했다.

먼저 손익계산서를 부문별로 쪼개 임직원 개개인이 각자의 성적표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성과가 났을 때의 보상도 확실히 챙겼다. 조직의 부속품이 아닌 사업 독립체를 운영하는 '사업가 마인드'를 직원 개개인이 갖도록 하고 실적을 낼 수 있는 체계를 만들려는 노력이었다고 메리츠화재는 설명한다.

보험사의 핏줄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업조직도 본사와 영업점포가 직접 연결되는 구조로 과감히 바꿨다. 절감된 영업관리 비용은 상품경쟁력을 높이면서 동시에 설계사 지원 용도로 활용됐다. 설계사가 행복한 회사를 만들고 이를 통해 회사도 도약하는 동반 성장 모델도 이때 구축됐다.

공격적이고 기존 업계에서 볼 수 없었던 사업비 운영으로 인해 경쟁사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지만 "임직원이 행복해야 회사가 발전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는 김 부회장의 신념은 외부의 시선에 상관없이 그대로 추진됐다.

모든 설계사가 일정 기준만 충족하면 영업관리자인 본부장으로 승격할 수 있고 성과를 계속 내면 임원도 될 수 있는 길도 만들어졌다. 또 비효율적인 보고용 문서 작성과 파워포인트 사용도 금지시켜 문서 작성이 기존 대비 80% 이상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는 "대면 결재를 없애고 전자 결재를 전면 시행해 업무 집중도도 높였다"며 "정기적으로 반복되는 회의는 없애고, 모든 회의는 30분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5년까지 '트리클 프라운' 달성…"당당한 업계 1위 만든다"

김 부회장은 지난 7월 직원들에게 CEO 메시지를 통해 "우리 목표는 2025년까지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는 것"이라며 "장기인보험 1등, 당기순익 1등, 시가총액 1등이 바로 그것"이라고 강조했다.

2025년은 김 부회장이 메리츠화재 CEO로 취임한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수년안에 업계 2~3위가 아닌 당당한 업계 1위 회사를 만들겠다는 목표다. 그동안 손해보험업계에서 이른바 '넘사벽'으로 여겨졌던 삼성화재에 대한 정면 도전이기도 하다.

많은 성장을 거두긴 했지만 메리츠화재의 자산규모는 아직 삼성화재의 3분의 1에도 못미치는 수준이다. 보험사는 자산이 체력을 나타낸다는 점에서 몸집을 더욱 키울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메리츠화재가 최근 5년여간 손보업계에서 메기역할을 한 것은 사실"이라며 "5위가 2~3위권으로 도약하는 것과, 1위를 꿰차는 것은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메리츠화재가 얼마나 성장할 지 관심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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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관 기자 son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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