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비싸면 어때?.. 쓰레기도 '힙'하면 산다
[편집자주] '찐'한 삶을 살고 있는 '찐'한 사람들을 인터뷰합니다. 유명한 사람이든, 무명의 사람이든 누구든 '찐'하게 만나겠습니다. '찐터뷰'의 모든 기사는 일체의 협찬 및 광고 없이 작성됩니다.
가치소비. 똑같은 제품에 돈을 쓰더라도 '가치가 담긴' 것을 사겠다는 것. IT(정보기술)의 발전 속에 자연스레 자기 과시의 시대를 살고 있는 2030세대의 특성이다. 좀 비싸면 어때? 의미가 있으면 기꺼이 지갑을 열 수 있다.
'찐터뷰'는 지난 7월 국내 최대규모 플로깅 단체 '와이퍼스'를 운영하는 황승용씨(36세)와 만나 이 부분에 대한 얘기를 나눴다. 플로깅은 조깅을 하듯 쓰레기를 줍는 활동이다. 그 누구보다 많은 쓰레기를 줍고 있고, 쓰레기 배출 감소를 위한 사회적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황씨와의 대화는 다음과 같이 이어졌다.
- 업사이클 패션 등이 트렌드가 되고 있는 게 '쓰레기 배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을까.
▶"좀 조심스럽다. '소비'로 푸는 방식은 항상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 무슨 말인가.
▶"계속 쓰레기 배출을 줄이는 게 더 의미가 있다는 말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신발을 굉장히 오래 신는 것이랑, 힙하게 유행하고 있는 친환경·업사이클링 신발을 빠르게 버리고 또 사는 것이랑, 뭐가 더 옳은지는 생각해볼 문제다."
- 그린워싱이 될 수 있단 말인가.
▶"생각해보라. 페트병을 모아 만든 티셔츠가 굉장히 유행하고 있다. 그런데 그 페트병 티셔츠를 세탁하면 미세 플라스틱이 배수구를 통해 바로 하천으로 들어간다. 일반 플라스틱 소재와 뭐가 다를까. 그래서 조심스럽다 한 것이다."
▶"그렇다. 그래서 업사이클 분야는 정말 고민을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뭔가 과시하고, 멋져보이고, 이런 식의 업사이클 보다는 소비를 줄여나가는 방식이 맞는 것 같다. 2030세대의 '자신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욕구'를 잘 건드려주는 게 중요하다. '나는 상반기에 옷을 하나도 안 샀다' 이런 걸 자랑으로 여기는 문화가 더 필요할 것 같다."
'찐터뷰'가 소개한 업사이클 기업은 △커피박으로 만든 벽돌 등을 파는 커피클레이 △폐타이어로 신발을 만드는 트레드앤그루브 △폐소방복으로 가방을 만드는 119REO △폐그물 등 해양 쓰레기로 가방을 만드는 컷더트래쉬였다. 모두 필수 불가결하게 우리 사회에서 많이 쓰고 있는 것들을 업사이클할 방법을 모색해온 기업들이다.
대표들이 모두 2030세대라는 특징도 있었다. 업사이클에 뛰어든 이들 젊은 CEO(최고경영자)는 황승용씨의 생각과 비슷한 고심을 거듭하고 있었다. 자신들이 하는 사업이 '업사이클을 위한 업사이클'은 아닌지, 그린워싱은 아닌지. 결국 '덜 쓰는 게' 우선이란 점에 의견이 모아진다.
폐그물을 세척한 후 '그물 모양'을 그대로 살린 에코백 등을 주력으로 팔고 있는 컷더트래쉬의 임소현 대표(27세)는 "쓰레기를 재활용하기 위해서 또 쓰레기를 만드는 식의 제품이 지속적으로 나온다면 업사이클 산업은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역시 소방복 라인을 그대로 살려 업사이클 제품을 만드는 119REO의 이승우 대표(29세)는 "우리가 '진짜 친환경이 맞나' 이런 생각을 반복하고 있다"며 "환경보전을 위해서는 사실 업사이클 이전에 과잉 생산을 하지 않는 게 맞다. '환경'에 대한 고려없이 그저 '업사이클 한다'는 방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소비자분들의 반응을 보면 '착한 것' 만으로는 안 되더라고요. 친환경인 거, 지구를 지키는 거, 다 좋은데, 한계가 있어요. 아무리 착한 의도가 있어도 자기 돈으로 제품을 사는 행위잖아요? 안 예쁘거나, 안 튼튼하거나, 힙해 보이지 않으면 구매를 안 할 수밖에 없는 거죠. 구매까지 연결시키려면 당연히 그래야 합니다. '젊은이들이 좋은 일 하시네요'란 말도 많이 듣지만, 실제로 구매하는 분들은 '예뻐서 산다'고들 하세요."
그래서 업사이클 제품들은 '디자인'에 힘을 준다. 세척과 소재화 과정을 거쳐야 하는 업사이클 특성상 가격을 낮추는 건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폐소방복 가방, 그물 에코백, 폐타이어 신발, 커피박 벽돌 모두 디자인적으로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폐기물'을 그대로 활용했다는 것을 처음에는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제품도 있다.
업사이클 기업들이 디자인을 통해 '힙'해지는 과정을 거치고, 더 많은 판매를 위해 사업을 확장하고. 그게 또 소비를 조장하는 행위가 되진 않을까. 어려운 문제다. 그 '선'을 어느 수준에서 유지하느냐에 업사이클 기업, 산업의 미래가 달렸을 수도 있겠다.
고유미 대표는 커피박으로 만든 친환경 점토에 플라스틱이나 실리콘 등 화학 소재를 섞으면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만 그러지 않는다고 밝혔다. 고 대표는 "제3의 쓰레기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고 언급했다.
폐그물 업사이클로 사업을 시작해 폐플라스틱 등으로 사업을 넓혀가고 있는 임소현 대표는 "수익을 낼 수 있는 부분과, 자원 순환으로 에코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분야를 같이 가지고 갈 필요가 있다"며 "좀 더 혁신하고, 좀 더 디자인을 잘해서, 더 좋은 제품을 만들어내야 업사이클 소비자가 많아진다. 업사이클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거대 기업들과 기관들의 생각이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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