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도설] 부산롯데타워

정상도 기자 2022. 9. 30. 03:03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니, 가봤나?"는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1921~2020)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롯데그룹이 부산을 상징하는 건물로 만들겠다는 롯데타워가 대표적인 예다.

'부산롯데타워'다.

부산롯데타워 건립 과정에 부산 시민의 바람을 담아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니, 가봤나?”는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1921~2020)이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다. “당신, 현장에 가보았소”란 의미다. 현장에 답이 있음을 몸소 실천하며 임직원을 독려했다. 혈혈단신 대한해협을 건너 일본에서 맨주먹으로 사업을 시작해 대한민국 재계 서열 5위 롯데그룹을 일군 원동력이다. 경험과 시도를 강조한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1915~2001)의 “이봐, 해봤어?”와 비슷한 결이다. 둘 다 우리 재계에 남겨진 귀한 경영 유산이다.


사람이 생로병사를 겪듯이 기업도 흥망성쇠를 거듭한다. 사람이 먹고 사는 데서 나아가 삶의 의미를 따지듯, 기업도 이윤 창출로 존속하며 사회적 가치 실현에 중점을 둔다. 기업의 영속성(going concern)이 경영의 요체라면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는 지속 가능한 발전을 꾀하는 최신 경영 화두다. 기업을 둘러싼 자연적·인위적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며 조화로운 사회를 이루는 구성체로서 기업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해졌다.

이 때문에 기업이 사회적 약속을 실천하는 일은 이윤 창출을 뛰어넘는 과제다. 롯데그룹이 부산을 상징하는 건물로 만들겠다는 롯데타워가 대표적인 예다. 신 명예회장이 남긴 무형 유형의 자산을 부산시민과 공유하는 계기인 까닭이다. 무형의 자산인 “니, 가봤나”와 더불어 롯데타워는 유형의 자산이다. 그만큼 부산을 사랑하는 마음이 각별했던 고인이다.

하지만 롯데타워 건설 과정은 다소 실망스럽다. 2000년 107층 428m 랜드마크 건물을 공언했으나 340m 건물로 축소됐다. 그 사이 이미 지어진 판매시설에 대한 영업 허가 중단이란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2025년까지 완공하겠다는 이 계획을 두고서도 지역경제 기여도나 디자인 독창성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는 지적마저 나왔다. 시의원이 부산지역 건축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다.

마침 어제 롯데 측은 지난 9일부터 16일까지 온라인 국민투표로 진행한 새 명칭을 발표했다. ‘부산롯데타워’다. 명실상부한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다짐을 덧붙였다. 이를 “니, 가봤나”하는 신 명예회장 경영 화두를 곱씹으며 심기일전 하는 전환점으로 삼아야겠다. 부산롯데타워 건립 과정에 부산 시민의 바람을 담아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울산 울주군 삼동면 신 명예회장 묘소 한편의 너럭바위에 고인의 삶을 축약한 짧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여기 / 울주 청년의 꿈 대한해협의 거인 / 신격호 울림이 남아 있다 / 거기 가봤나?”

정상도 논설실장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