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기자가 운영하는 펀·집·숍] 세상에 나쁜 곱슬은 없다

최경진 입력 2022. 9. 30.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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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연의 아름다움 살리는 곱슬머리 관리법
'직모·웨이비·컬리·코일리'
이름 만큼 다양한 곱슬의 모양
'악성' 치부하던 곱슬머리
타고난 머리카락 개성일 뿐
곱슬머리 관리 방법 'CGM'
해외 대비 늦은 '다양성' 인식 보여줘
전용제품 사용·'스크런치' 등
'천연파마' 가꾸며 나 사랑하기

살면서 한 번이라도 ‘사자’라는 별명을 가져봤거나, 미용실에서 돈 내고 눈치보다 돌아온 경험이 있거나, 때 되면 올라오는 곱슬기 때문에 머리에 이불을 덮은 듯 머리카락 층이 두툼해져 본 기억이 있다면 ‘악성 곱슬’이라는 단어도 들어봤을 것이다. 머리카락의 곱슬거리는 정도가 지나쳐 스스로 정리할 때는 물론 미용실에서 매직 스트레이트 파마를 할 때도 남들 두 배 이상의 시간과 돈이 드는 경우 ‘악성’이라는 수식어가 붙어 ‘악성 곱슬’이라고 불리곤 한다.

곱슬이 결코 나쁜 게 아니라 하나의 개성일 뿐이라는 사실을 다시 알려준 단어가 있다. 바로 ‘CGM’.

Curly girl method의 약자인 이 단어는 곱슬머리를 인위적으로 직모로 펴기보다 본연의 아름다움을 극대화하는 방법을 말한다. Lorraine Massey의 저서 ‘Curly Girl : The Handbook’의 내용을 기반으로 한다. 우리가 수많은 매체를 통해 곱슬머리 관리 비법이라고 배워온 방법은 곱슬기를 최대한 죽여 직모에 가까운 상태로 만들고 볼륨을 가라앉게 하는 것이었지만 CGM은 반대로 어떻게 하면 곱슬기를 살리고 볼륨을 줘 컬을 탱글하게 만드는지를 알려준다.

본격적인 CGM에 앞서 곱슬의 유형을 알아보자. 곱슬머리는 크게 직모(straight), 웨이비(wavy), 컬리(curly), 코일리(coily)의 4가지 유형으로 분류한다. 그리고 직모는 1타입, 웨이비는 2타입, 컬리는 3타입, 코일리는 4타입으로 번호를 부여해 숫자가 높을수록 곱슬기가 강한 머리카락을 표현한다. 직모는 생머리처럼 쭉 뻗은 머리를, 웨이비는 약간의 구불거림이 있는 머리를 뜻하며 컬리부터는 회전성이 있는 정도의 곱슬머리를 말한다. 코일리의 경우 용수철처럼 컬의 폭이 좁으면서도 돌돌 말려있는 형태를 띤다. 2, 3, 4타입은 구불거리는 정도에 따라 다시 A, B, C의 단계로 나뉜다. 예를 들어 ‘반곱슬’이라고 불리는 머리는 2A에서 2B까지로 생각할 수 있다. 꼭 파마한 것같이 돌돌 말리는 머리카락의 경우 3A에서부터 정도에 따라 4C 타입까지 생각해볼 수 있다. ‘곱슬’로 통칭하던, 단지 ‘생머리가 아닌’ 머리카락의 유형이 아홉 갈래의 개성으로 나뉘는 것이다.

CGM을 시작하려면 우선 코워시(co-wash)를 한다. 코워시란 머리를 감기 전 컨디셔너로 두피를 닦아내는 것을 말하는데 먼지, 지용성 노폐물 등을 한 차례 씻어주고 샴푸 중 과도하게 수분이 유출되는 것을 막아준다. 다만 지성 두피의 경우 트러블이 생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건조한 모발은 샴푸과정을 건너뛰고 코워시만 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도 한 달에 한 번 혹은 일주일에 한 번 등 주기를 정해 계면활성제가 들어간 세정력이 강한 샴푸를 사용해 머리카락을 닦아내야 한다. 샴푸를 사용할 땐 황산염, 계면활성제, 실리콘이 들어있지 않은 샴푸를 선택한다. 이제는 국내에도 ‘천연샴푸’를 표방한 샴푸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해외 시장에는 곱슬머리 전용 샴푸들이 국내보다 훨씬 더 다양하게 출시돼 있으니 해외 직구를 이용해 구매하는 것도 좋다.

샴푸 후 컨디셔너나 트리트먼트를 사용할 때는 머리를 빗어가며 꼼꼼히 씻어내는데 곱슬머리는 특히 건조한 상태에서 빗질을 할 경우 컬이 풀리고 부스스해질 수 있으니 컨디셔너나 트리트먼트를 사용하는 도중에 빗질을 마쳐야 한다. 머리를 다 감은 후에는 물기만 제거한 뒤 리브인 컨디셔너(물로 다시 헹궈내지 않는 컨디셔너), 헤어오일, 스타일링 제품(젤이나 컬크림) 등을 발라준다. 머리카락의 상태에 따라 순서를 바꾸고 사용하는 제품을 생략하거나 추가할 수 있다. 단어도 생소한 이 제품들은 끈적이는 정도, 제형의 경중에 따라서 다양하게 나뉘므로 자신의 헤어타입에 맞춰 구입하면 된다. 다만 곱슬머리는 생각보다 많은 양의 수분 함량이 필요하다. 머리가 더 부스스하고 더 구불구불할수록 수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컬이 강한 타입일수록 무겁고 끈적이는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관리용 제품까지 다 발랐다면 스크런치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스크런치란 머리카락을 아래에서 위로 들어 올리며 머리카락을 손으로 쥐었다 폈다 하는 행동을 말한다. 머리가 젖은 상태에서 스크런치를 하면 제품이 흡수되고 컬이 잡힌다. 이후 뜨거운 바람을 사용하지 않고,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머리를 말리면 초심자를 위한 곱슬머리 관리 단계가 마무리된다.

CGM을 더 깊게 체험하고 싶다면 보닛이라는 모자를 쓰고 실크 베개를 베고 자거나 머리를 감고 수분을 닦아낼 때 수건 대신 티셔츠, 극세사 타올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디퓨저라는 바람을 분산시키는 도구도 있으니 필요하다면 사용해보는 것도 지혜다.

CGM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유튜브에 CGM을 검색해 영상으로 친절히 배워볼 수 있다. 과거에는 주로 해외 유튜버들이 관련 영상을 많이 제작했었지만 요즘은 국내에서 제작된 영상들도 눈에 띈다. 블로거들 중에서도 CGM을 다루는 블로거들이 많으니 포털을 이용해 정보를 찾아볼 수도 있다. ‘꼽쓰리’라는 곱슬머리를 위한 커뮤니티도 있다.

위의 글을 읽다 보면 용어도 온통 영어로 돼있고 전문 제품도 주로 해외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어릴 때 봤던 만화 속에서 등장인물이 호빵같은 모자를 쓰고 잠자리에 들었던 장면이 기억난다. CGM에 관해 공부하면서 알게 된 이 모자의 명칭은 앞서 말했던 ‘보닛’으로 베개와의 마찰로 컬이 풀어지는 걸 방지하는 목적으로 착용하는 모자다. 외국에서는 아주 오래전부터 다양한 머리카락 유형이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고 다양성에 걸맞은 관리법을 연구, 제품들을 생산해왔음을 보여준다. 다양성에 대한 인식과 마찬가지로 최근 우리나라에 불기 시작한 조금 늦은 CGM 바람이 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드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CGM을 꾸준히 하고 똑같이 곱슬머리를 가진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구불거리는 머리카락이 콤플렉스인 것이 아니라 오히려 컬이 더 강하게 잡히지 않는 것이 스트레스가 될지도 모른다. ‘천연 파마’를 가지고 태어난 곱슬머리인들이 조금 다른 관리법으로 세상에 없던 멋스러움을 가지게 되길 바란다. 최경진 choigj@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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