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데스크] 비속어 논란 해결책

이진명 2022. 9. 30. 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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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말실수가 문제발단
'결자해지'가 해결 지름길
논란·정쟁 서둘러 극복하고
하루속히 민생에 집중해야
불길한 예감은 어김없이 들어맞는다. 머피의 법칙이다. 보수진영 대통령의 첫 미국 순방에는 징크스가 있다. 설마 했지만 이번에도 비켜가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08년 4월 첫 미국 방문에서 중단됐던 미국산 소고기 수입 재개를 위한 2차 협상을 타결했다. 그리고 이튿날 캠프 데이비드에서 조지 부시 전 대통령으로부터 유례없는 환대를 받았다. 이것이 빌미가 돼 이른바 '광우병 사태'로 번졌다. 2013년 5월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취임 후 첫 미국 방문이 있었다. 여러 외교적 활약에도 불구하고 윤창중 당시 청와대 대변인의 성추문이 불거지면서 모든 성과가 묻혀버렸다.

진보진영에서 배출한 문재인 전 대통령은 우연찮게도 첫 중국 방문에서 문제가 터졌다. 2017년 12월 문 전 대통령의 첫 방중은 중국 측의 공항 영접 홀대와 대통령의 '혼밥'으로 적잖은 논란이 일었다. 무엇보다 당시에는 중국 공안의 우리 수행기자 폭행 사건으로 모든 외교적 성과가 매몰됐다.

그런 점에서 넉 달 전 윤석열 대통령은 '참 운 좋은 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첫 한미정상회담을 미국이 아닌 홈그라운드 한국에서 하게 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에서 성사된 한미정상회담은 많은 박수를 받았다. 징크스를 비켜가는 듯했다. 하지만 웬걸, 지난주 첫 미국 방문에서 어김없이 대형 사고(?)가 터졌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다. '이○○'가 들어간 23글자짜리 한 문장 발언이 5박7일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의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논란에 묻혀버린 순방 성과들이 적지 않다. 원조받던 나라 대한민국이 에너지·기후·보건 미래 이슈에 있어서 국제사회에 기여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국격을 높였다. 반도체, 전기차 분야 7개 글로벌 기업으로부터 1조6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것은 역사적인 쾌거다. 우리 기업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예외 적용과 관련해 미국 정치권의 기류를 바꾼 것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의 성과다. 인공지능(AI) 강국을 향한 기반을 마련한 것이나 반도체 장비 업체의 국내 공급망을 완성한 것도 손에 꼽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 대다수는 이런 성과들을 거의 알지 못한다. 영국 여왕 장례식 참석과 유엔총회 연설, 한·캐나다정상회담은 불과 열흘도 안된 일들인데 벌써 기억에서 가물가물하다. 남은 것은 오직 비속어 논란뿐이다.

윤 대통령 비속어 논란의 본질은 '대통령의 말실수'다. 여기에 두 가지 포인트가 있다. 먼저 말실수는 역대 대통령들이 겪은 광우병 사태, 대변인 성추문, 수행기자 폭행의 파급력에 비하면 정말 사소하다는 것이다. 미국도 문제 삼지 않고 있다. 둘째, 이번 문제의 발단이 대통령 본인이라는 점이다. 광우병 사태는 조작과 선동의 결과물로 드러났고, 성추문은 청와대 대변인, 수행기자 폭행은 중국 공안이 일으킨 문제였다. 하지만 비속어 논란의 장본인은 윤 대통령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대통령은 언급 자체를 피하고, 대통령실 참모들의 궁색한 해명과 여당 의원들의 불필요한 옹호가 화를 키웠다. MBC의 자막 왜곡 의혹으로 엮으려 하지만 이는 대통령의 말실수 이후에 벌어진 완전히 다른 사안이다.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비속어 논란과는 별개로 정리해야 한다는 뜻이다.

대통령이 영국·미국·캐나다 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뒤로 정치권이 정쟁에 몰두하는 동안, 원화값과 주가가 떨어지고 물가와 금리가 치솟고 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상처 입은 민생이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하루속히 사태를 수습하고 다시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 비속어 논란 해결책은 멀리 있지 않다. 자신의 말실수에 대한 윤 대통령의 진솔한 '유감 표명' 한마디, 그것이 첫 단추다.

[이진명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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