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시선] 한·일관계, 이제부턴 국내정치다
국민의 이해·지지 없인 개선 난망
“말은 글보다 빠르고, 펜은 칼보다 강하다.” 21일(현지시간) 유엔총회 계기로 이뤄진 한·일 정상의 만남이 ‘회담’인지 ‘간담’인지, ‘한국이 쫓아가서 만난 것인지’, ‘양측이 합의하에 만난 것인지’에 집중되는 것을 보며 든 생각이다. 2년9개월 만에 성사돼 환영받아 마땅한 양국 정상의 대화가 본질과 의미는 사라지고, 정치 공방만 남은 모양새다.
하지만 단어 하나, 표현 하나에 민감한 게 한·일 관계이다. 양측 정부의 책임 있는 당국자 발언, 그리고 양측 언론의 보도 하나에도 양측의 의지와 다르게 상황이 바뀔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 정부의 공식 발표 전에 특종인 듯 보도된 한국 측의 경솔한 기사로 강제징용 문제 해결 논의에 첫발을 떼는 민관협의회의 첫 회의 개최는 열흘이나 지연되었고, 개최 후에도 자문회의 격인 민관협의회 성격을 이해하지 못한 일부 보도에서 피해자 측이 불참한 민관협의회를 ‘반쪽짜리 민관협의회’라고 폄훼하며, 공개된 형태로 사회적 논의를 이루려던 우리 정부의 노력을 우리 스스로 퇴색시켰다. 일본이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흔쾌히 합의했다는 한국 측 당국자의 경솔한 말 한마디에 일본 정부는 크게 불쾌감을 표시했고, 이로 인해 유엔총회에서의 정상회담은 마지막까지 개최 여부조차 불투명했다. 나아가 만나고 싶다는 한국의 거듭된 요청을 일본이 어른스럽게 받아줬다는 일본 측 보도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던 한국의 진심 어린 노력은 ‘굴욕외교’ ‘구걸외교’ ‘저자세외교’로 전락했다. 한국에서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가”라는 여론이 확산한다면, 향후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한국 측 노력은 더 이상 진전되기 어려운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공식 발표한 적은 없지만, 한국 정부는 4차례 민관협의회를 거치며 청취한 다양한 의견을 기반으로 강제징용 문제의 해결 방향을 도출한 듯하다. 원고 측과 피고 측 의견의 접점이 없고, 적게는 14명, 많게는 수만 명의 피해자 간에도 의견이 같지 않은 상황에서 시간이 더 지체되기 전에 현실성 있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국내정치, 그리고 국민감정과 밀접하게 연계된 한·일 관계는 국내의 지지와 동의가 없으면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다. 정부는 보다 공개된 형태로, 국민의 신뢰를 기반으로 이해와 지지를 얻으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며, 언론은 양국의 국익을 위해 보다 신중하게 보도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모든 사안이 그렇지만, 한·일 관계는 특히 보이는 부분, 그리고 언론에 보도되는 것만 보고 판단하기에는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다.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양국의 노력만큼 말의 무게, 글의 책임감이 필요한 시기이다.
최은미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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