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장, 與에 '대통령 유감 표명' 협상 불발..野 해임건의 의결 직진

한재준 기자 2022. 9. 2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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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감 표명하면 해임건의 철회' 제안에도 대통령실 답 없어
대통령실, 해임건의안 사실상 불수용..野 "반드시 수용" 압박
김진표 국회의장이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 가결을 선포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2.9.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한재준 기자 = 박진 외교부 장관에 대한 해임건의안이 2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진표 국회의장과 야당은 '순방 외교'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 유감 표명을 전제로 해임건의 철회를 타진했지만 불발되면서 박 장관은 87년 체제 이후 해임건의안이 의결된 4번째 국무위원이 됐다.

해임건의안 의결로 정국은 급속도로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윤 대통령이 사실상 해임건의안 수용 불가 입장을 내자 야당은 국정감사에서 외교 참사의 책임을 묻겠다며 강대 강 대치를 예고하고 있다.

국회는 이날 오후 6시 본회의를 열어 박 장관 해임건의안을 재석의원 170명 중 찬성 168명, 반대 1명, 기권 1명으로 가결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 상정에 반발하며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지난 27일 해임건의안을 당론 발의한 더불어민주당은 국회법에 따라 국민의힘 교섭단체 대표 연설이 예정된 이날 오전 본회의에 해당 안건을 상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 국회법상 해임건의안은 국회에 보고된 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에 표결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기간 내에 표결 절차를 밟지 않으면 해임건의안은 자동 폐기된다.

이에 국민의힘 측이 반발하자 김 의장은 여야 간 의사일정 협의를 주문하며 본회의를 정회했다.

표면적으로는 여야 간 협의의 시간을 준 것이지만 김 의장은 윤 대통령의 입장 변화를 요청하기 위해 해임건의안 상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장은 이날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 순방 외교와 관련한 유감 표명 및 책임자들에 대한 조치를 전제로 민주당의 해임건의안 철회를 설득하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한다.

민주당 또한 김 의장의 제안에 동의했지만 대통령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장께서는 대통령의 진솔한 유감 표명, 외교부 장관의 사과와 함께 이번 외교·안보라인의 책임 있는 인사에 대한 조치를 취한다면 민주당이 발의한 해임건의안의 철회를 설득해보겠다는 입장으로 끝까지 여당을 설득하고, 그것을 대통령실에 전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대통령실이) 의장의 제안을 받았다면 민주당도 심각하게 고민할 부분이 있었다"며 "결국 돌아온 것은 묵묵부답이었다. 결국 오늘 상황은 전적으로 대통령이 시작하고, 대통령이 빚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더불어민주당 단독 처리로 국회를 통과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피켓 시위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공동취재) 2022.9.29/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국회의장의 제안을 사실상 거절한 대통령실은 의결된 해임건의안에 대해서도 불수용을 시사하고 있어 향후 정기국회에서 여야 대치는 심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해임건의안에 대한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해임건의까지 갈 사안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힌 만큼 윤 대통령이 해임건의안을 수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의결된다고 하더라도 법적 구속력이 없기 때문이다. 다만 현행 헌법 체제 이후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국무위원 대부분이 자진 사퇴했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제 해임' 규정이 삭제된 현행 헌법 체제(87년 체제)에서는 임동원 통일부 장관(2001년)과 김두관 행정자치부 장관(2003년)이 해임건의안 의결 직후 사임했다. 지난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만 해임건의안 의결에도 직을 고수했다.

민주당은 외교 참사의 책임자로 윤 대통령을 지목하며 해임건의안을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박 원내대표는 "(해임건의안이) 이송되면 최종적으로 인사권자인 대통령의 판단이 남아있다"며 "의회 민주주의를 전면 부정할 것이 아니면 국민을 대표하는 대의기관의 결정사항을 반드시 수용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박 장관을 향해서도 "국회의 해임건의 결과를 이송받는 것과 무관하게 거취를 정해주는 것이 보다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하고 있다. 2022.9.29/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반면 국민의힘은 해임건의안을 의회 폭거로 규정하며 강하게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야당이 정부를) 좀 도와주고 응원해줘야지, 흠을 잡아 확대하고 확장하고, 실질적 속내는 대선 불복의 뜻이 있는 것 같다"며 "민주당은 말로는 '국익'이라고 하면서 실질적으로는 대한민국 국익이 어떻게 되든지 간에 대통령과 정부가 잘못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해임건의안에 대한 불수용을 건의할 것이냐'는 물음에 "이미 대통령의 뜻이 다 밝혀지지 않았나. (해임건의안은) 국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박진 장관은) 잘하고 있는 외교부 장관이라고 이미 말씀하지 않았나"고 답했다.

hanantwa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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