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은 바보야!" 러시아 병사의 한탄

정원식 기자 2022. 9. 2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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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침공 초 전화 감청
연인에 민간인 살해 실토
민가 약탈 "어떤 TV 원해"
미국 법무부가 꾸린 러시아 전쟁범죄조사팀을 이끄는 엘리 로젠바움 국장이 28일(현지시간)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증언하기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그의 뒤로 우크라이나 이르핀에서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사망한 일가족의 사진이 보인다. 워싱턴 | EPA연합뉴스

“엄마, 이 전쟁은 우리 정부가 저지른 가장 멍청한 짓이에요.” “푸틴은 바보야.” “우리는 애들처럼 속았어.”

뉴욕타임스(NYT)는 2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당국이 개전 초기인 지난 3월 러시아 병사들의 전화통화를 감청한 기록을 입수해 보도했다.

3월에 전황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러시아 병사들은 규정을 어기고 고향의 가족과 친구들에게 전화로 전장의 열악한 상황과 고충을 털어놨다. 세르게이라는 이름의 병사는 “탱크와 장갑차가 불타고 있고 우크라이나군이 다리와 댐을 폭파시켜서 움직일 수가 없다”고 말했다. 한 병사가 “일부 병사들이 우크라이나군 시신에서 벗긴 군복을 입고 다니는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군복이라 우리 것보다 좋다”고 말하는 내용도 나온다.

3월 중순쯤 러시아는 이미 상당한 병력 손실을 겪은 것으로 보인다. 니키타라는 이름의 병사는 어머니와 통화하며 “우리 연대 병력의 60%가 죽었다”고 말했다. 세르게이는 “공수부대 400명 중에서 38명만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부차 등에서 저질러진 학살에 대한 책임을 부인했지만 병사들의 대화가 전하는 진실은 정면으로 배치된다. 세르게이는 연인에게 “그들을 보내주면 우리 위치가 노출될 수 있어서 숲으로 끌고 가서 총살하기로 결정됐다”고 말했다. ‘왜 포로로 삼지 않고 죽였느냐’는 연인의 질문에 세르게이는 “포로로 삼으면 먹여야 하는데 식량이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이는 대로 다 죽이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약탈은 일상이었다. 우크라이나 민가를 숙소로 사용했던 한 병사는 “금고를 열었더니 520만루블(약 1억원)이 나왔다”고 말했다. 세르게이는 연인에게 “어떤 TV를 원해? LG 아니면 삼성?”이라고 물었다.

3월 말 러시아군이 키이우주에서 후퇴하면서 병사들의 좌절감은 깊어졌다. 안드레이라는 이름의 병사는 아내에게 “한 명은 질질 울고 다른 녀석은 자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지휘관들이 계약을 파기하고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병사들에게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며 위협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한 병사는 어머니와 통화하며 “이곳에 파시스트라고는 없다. 누구도 이 전쟁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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