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파괴공작 막아라'..에너지 시설 경계수위 높이는 유럽

박용하 기자 2022. 9. 29. 21:3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공격 대상 1호' 노르웨이, 석유·가스 시설에 군·경찰 배치
독일도 항로 경계 강화.."해저 가스관 파손, 기후 재앙 초래"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천연가스 수송관인 노르트스트림에서 의문의 훼손 사건이 발생하면서 에너지 시설에 대한 러시아의 파괴공작(사보타주)이 이어질까봐 유럽이 긴장하고 있다. 노르웨이와 독일 등은 기반시설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며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노르트스트림의 연쇄 훼손 사건과 관련된 유럽 각국 인사들의 우려를 소개했다. 서방은 이번 사건을 유럽의 에너지 위기를 자극하고, 가스값 인상으로 반사이익을 노리려는 러시아의 사보타주로 의심하고 있다. 독일 기독민주당(CDU)의 로데리히 키제베터 의원은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은 러시아가 지난 10년간 추구해 온 하이브리드 전쟁의 특징”이라고 지적했다.

서방은 특히 역내 에너지 관련 기반시설에 러시아의 사보타주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은 “유럽이 러시아 에너지를 대체하기 위해 알제리나 아제르바이잔, 노르웨이 등에서 가스를 수입하려 할 경우 러시아는 이들 수송관을 공격해 공급을 막으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우려가 커지자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회원국들의 핵심 기반시설 보호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했다. 특히 사보타주의 주요 공격 대상으로 꼽히는 노르웨이는 이날 석유·가스 시설에 군과 경찰을 배치해 보안을 강화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노르웨이에선 최근 에너지 시설 근처에서 의문의 드론이 잇따라 목격돼 긴장이 커진 바 있다.

앞서 노르웨이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산 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는 유럽의 에너지원으로 인식돼 왔다. 국내에만 약 90개의 석유, 가스 시설이 있고 이들은 9000㎞에 달하는 가스관으로 연결돼 있다.

독일도 기반시설의 보안을 강화했다. 독일 연방경찰은 기반시설 인근 항로에 대한 경계를 강화했으며, 현재 건설되고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터미널과 수중 통신케이블의 보안에도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전쟁 이전 러시아는 전 세계 바다에 걸쳐 있는 주요 통신케이블들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럽에선 노르트스트림 훼손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졌다.

영국 더타임스는 이날 국방부 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수주 전에 바다에 떨어뜨린 폭파 장치가 이번 훼손 사건에 사용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을 내놨다. 다만 정확한 조사에는 시간이 걸릴 예정이다.

한편 해저에는 가스관 파손으로 인해 막대한 양의 메탄가스가 방출되고 있고, 이는 기후에 재앙적인 것이라고 AP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미 스탠퍼드대 기후학자 롭 잭슨 등은 덴마크 정부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최악의 시나리오상 가스관에서 유출된 가스는 7억7800만㎥에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대기와 바다에 배출된 메탄가스는 50만t에 이를 것으로 추산됐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