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르드족 희생양 삼는 이란 "반정부 시위 개입" 거점 맹폭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김혜리 기자 2022. 9. 29. 2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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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 촉발' 아미니 쿠르드계
이라크 북부 분리세력 겨냥
미사일 등 공격 수십명 사상
이라크 측 "주권 침해" 항의
연대도 국경을 넘는다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29일(현지시간) 수도 카불에 있는 이란대사관 앞에서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됐다가 의문사한 20대 이란 여성의 죽음에 항의하는 연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탈레반은 경고사격으로 여성들을 해산시켰다. 카불 | AFP연합뉴스

이란군이 이라크 북부에서 활동하는 쿠르드계 분리독립 세력의 거점을 공격해 4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알자지라 등이 보도했다.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착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의문사한 뒤 벌어진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 쿠르드 분리주의 세력이 개입했다고 이란 정부는 주장했다. 이란 정부의 실정 책임을 다른 세력에 전가하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쿠르드 자치정부에 따르면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28일(현지시간) 이라크 북부에 있는 쿠르드족 분리독립 무장정파 이란쿠르드민주당(KDPI)의 코야 군기지를 탄도미사일과 자폭 드론으로 공격해 최소 9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다. 이외에도 최소 10곳의 쿠르드 분리주의 세력의 거점이 자폭 드론의 동시다발 공격을 받았다.

삼만 바라잔치 쿠르드 자치정부 보건부 장관은 “부상자 중 상당수의 상태가 위중해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IRGC는 앞서 지난 24일과 26일에도 이라크 내 쿠르드족 거점을 미사일 등으로 공격했다.

이란 정부는 아미니의 의문사로 촉발된 반정부 시위에 이라크 북부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쿠르드 분리주의 세력이 관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지도 순찰대’에 체포됐다가 숨진 아미니는 쿠르드족 출신으로 그의 사망 이후 쿠르드족 주요 거주 지역인 이란 북서부에서 특히 반정부 시위가 격렬하게 일어나고 있다. 이란 북서부 지역에 거주하는 쿠르드족은 10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라크 외무부는 이날 즉각 성명을 내고 “이번 공격은 이라크 주권에 대한 침해이며 우리는 바그다드 주재 이란대사를 소환해 항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도 이날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명의로 낸 성명을 통해 “이란은 국경을 넘는 공격으로 내부 문제와 국민의 정당한 불만으로 인한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학들 집단 파업 시위 확산
강경 진압에 최소 76명 사망

이란에서는 전날 20여개 대학에서 학생과 교사들이 집단 파업을 벌였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시민단체 ‘이란인권’에 따르면 이란 정부가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최소 76명의 시민이 숨졌다. 이란 당국은 이날까지 시위 참여자 1200여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세예드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은 이날 국영방송을 통해 한 대국민 연설에서 “마흐사 아미니의 죽음은 우리 모두를 슬프게 했다”며 “사건을 보고받은 뒤 유족에게 전화를 걸어 애도를 표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시위는 용납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누구나 의견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지만, 폭동은 용인할 수 없다”면서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고 재산을 훼손하는 행위는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 강조했다.

박효재·김혜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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