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펠로시 방한 당시 대통령실에 IRA법 보고"

이지윤 2022. 9. 29.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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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미국에서 만든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준다는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 이 법이 처음 공개된 건 7월27일입니다.

그 뒤 미국 상, 하원을 연이어 통과하고, 공식 발효까지 20일 정도 걸렸습니다.

법이 미 상원을 통과하기 나흘 전인 8월 3일에는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이 한국에 왔죠.

다음날인 4일 오후 휴가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 통화도 했는데요.

그런데 이날 새벽, 주미 한국대사관이 이 법의 핵심 내용을 대통령실과 정부부처에 보고한 사실이 KBS 취재 결과 드러났습니다.

이지윤 기자가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방한한 건 윤석열 대통령 휴가기간이던 지난달 3일 밤이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새벽 주미 한국대사관이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핵심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본국에 보냈다고 산업부가 국회에 대면보고했습니다.

수신처는 대통령실과 외교부, 산업부와 기재부 등이었다고 했습니다.

'3급 기밀'로 지정한 이 보고서엔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자동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법안 핵심 내용이 담겼습니다.

관련 부처들이 이때 처음으로 IRA의 내용을 파악하게 된 겁니다.

하지만 대응 노력으로까지 이어지진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산업부는 국회 보고에서 "한미 FTA 위반 소지가 있다는 점을 알았다"면서도 "보고서에 국내 업계에 대한 영향은 언급이 없었다"고 밝혔습니다.

이 보고서가 확인된 건 당일 아침이라고 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은 오후 2시 반부터 40분간 펠로시 의장과 통화를 했습니다.

하지만 통화 내용 발표에는 IRA 관련 언급은 없었습니다.

[김태효/대통령실 국가안보1차장/8월 4일 : "외교 이슈, 국방 이슈, 기술협력 이슈, 청년 이슈, 여성 이슈, 그리고 기후변화 등의 이슈에 대해서 꽤 구체적으로 장시간 얘기를 나눴습니다."]

[조정식/더불어민주당 외교통일위원 : "우리 측 우려를 전달할 수 있었는데 골든타임을 놓쳤습니다. 대통령실이 과연 이를 제대로 대처했는지 그 과정을 명백하게 밝혀야 합니다."]

대통령실은 주미대사관의 보고서 수신 여부와 대통령 보고 여부 등을 묻는 KBS 질의에 구체적 답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펠로시 의장 방한 당시엔 미 상원에서 법안을 막 논의하기 시작한 단계여서 미국과 구체적 논의를 하기 어려웠던 상황이라고 답했습니다.

KBS 뉴스 이지윤입니다.

촬영기자:조승연/영상편집:최근혁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정치부 이지윤 기자와 좀 더 자세한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대통령실은 주미 대사관의 보고 당시 법안이 막 논의되기 시작한 단계여서 미국 측과 구체적인 논의를 하기 어려웠던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기자]

네, 정리해보면 이렇습니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안이 공개된건 7월 27일이고요.

8월 7일 상원, 12일 하원을 잇따라 통과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법안에 서명한 건 16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의회 상정 직전에 해당 법안의 주요 내용이 대통령실과 관련 부처에 보고된 겁니다.

더구나 당시 법안 최종 통과의 의사봉을 두드리는, 펠로시 하원의장이 한국에 있었던 거고요.

대통령실이 법안 내용의 중요성을 충분히 인지했다면, 법안이 상원에 상정되지 않았더라도 펠로시 의장에게 관련 우려를 전달할 수 있었을 거란 이런 아쉬움이 드는 대목입니다.

[앵커]

산업부는 상원도 상정 안된 법안을 하원의장에게 우려를 전달하는 게 부적절하다, 이런 입장을 내놨는데요. 이 해명은 어떻습니까.

[기자]

사실 우리나라도 아닌 미국 의회에서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을 예측하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안 통과 가능성을 차치하고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법안이라면 의견을 전달할 수 있을 때 충분히 우리 입장을 전달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겁니다.

특히 인플레 감축법의 모법인 '더 나은 재건법'이 지난해 발의됐을 때도 이수혁 당시 주미대사 등 25개국 주미대사가 공동 명의로 우려 서한을 발송한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플레 감축법이 발의된 사실, 또 이 법안이 우리 전기차 수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걸을 인지했다면, 통과 가능성과 별개로 펠로시 의장에게 관련 우려를 전달하는 게 맞지 않았느냐 이런 지적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CG:노경일

이지윤 기자 (easynew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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