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속어 파문이 키운 대치 정국..여야, 내달 국감 대충돌 예고
윤 대통령 출근길 문답서 "박진 장관 능력 탁월"..거부 시사
더불어민주당이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강행 처리하면서 강 대 강 대치 정국이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박 장관 유임을 시사하면서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커 협치 공간은 쪼그라들게 됐다. 야당은 ‘의회 무시’ ‘불통정치’라며 대여 공세를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여야는 이날 박 장관 해임건의안 표결을 두고 종일 대치했다. 국민의힘은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방한을 이유로 표결 연기를 주장했지만, 민주당은 단독 표결 강행으로 맞섰다.
해임건의안을 둘러싼 여야 대립은 오전 본회의에서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끝난 후 불붙었다. 김진표 국회의장이 산회 대신 박 장관 해임건의안 의사일정 합의를 위한 정회를 선언하면서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의 ‘외교 참사’ 사과를 외쳤지만 국민의힘 의원들은 “산회하라”고 소리쳤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김 의장에게 해리스 부통령이 오후 6시에 출국한다는 이유를 들며 처리일을 내일(30일)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박홍근 원내대표는 “빈손 외교 무능에 대해 국회가 정부에 책임을 묻는 게 동맹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 않겠냐”며 속개 시간은 오후 6시로 잡혔다.
속개 후에도 두 당 의원들은 본회의장에서 손팻말을 들고 대립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협치파괴, 의회폭거’ ‘거대야당의 국정 발목잡기 중단하라’ 등을, 민주당 의원들은 ‘외교라인 전면쇄신’ ‘대통령은 사과하라’ 등의 구호를 팻말에 썼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의사진행발언에서 “그 누구도 오늘 본회의에서 박진 장관의 해임건의안 상정을 합의한 바 없다”고 했고, 이후 국민의힘 의원들은 본회의장을 떠났다. 속개 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성명서를 내고 “박진 장관은 외교 참사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들의 표결로 해임건의안은 가결됐지만, 윤 대통령은 국회 해임건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뜻을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용산 대통령실 출근길에 “박진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갖춘 분이고, 국익을 위해 전 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이라고 말했다. 직전 원내대표였던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도 본회의 속개에 앞서 “구속력이 없으니까 무시하면 된다”고 했다.
여야 대치는 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박 장관 해임 외에도 외교 참사에 대한 윤 대통령 사과, 외교안보라인 교체를 요구했으나 윤 대통령은 받아들이지 않고 정면 돌파할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민주당도 해임건의안 카드를 꺼내들면서 물러나지 않을 뜻을 분명히 밝혔다.
지금까지 해임건의안이 통과된 6명 장관 중 5명이 물러났다.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횡포’라고 반격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 비속어 파문을 ‘가짜뉴스’로 규정하고, 국민의힘은 MBC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 시작될 국정감사에서 여야 대치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실정을 집중적으로 추궁하기 위해 증인 채택부터 대립해왔다. 정부·여당은 문재인 정권과 이재명 대표 의혹 사건 수사 및 감사를, 민주당은 민생 입법 및 내년도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다수 의석을 각각 무기로 삼고 있어 대치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윤승민·문광호 기자 m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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