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합 본따 접착제 만든 과학자 "결국 문제는 대량생산"

이영애 기자 2022. 9. 2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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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형준 포스텍 교수, 한국과학기자협회·한국생물공학회 특별미디어 세션 발표
차형준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가 29일 열린 한국과학기자협회-한국생물공학회 공동 특별 미디어세션에서 홍합 단백질로 만든 의료용 생체접착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제주=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거센 파도에도 바위에 단단히 붙어있는 홍합에서 생체모방 접착 단백질의 아이디어를 얻었지만 자연추출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었습니다. 연구용으로 판매하는 홍합 단백질은 1g에 9000만 원 수준으로 가격이 비쌌습니다."

차형준 포스텍 화학공학과 석좌교수는 29일 한국과학기자협회-한국생물공학회 공동 특별 미디어 세션에서 "결국은 양산이 가능해야 의미 있는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28일부터 사흘간 제주에서 개최된 2022 한국생물공학회 추계학술발표대회 및 국제심포지엄에서는 전문가들과 과학·의학 기자들이 과학이슈를 공유하기 위한 미디어 세션이 개최됐다.

차 교수는 생물에서 소재 개발의 아이디어를 얻는 연구자다. 그는 "생명체는 냉혹한 자연환경에서도 잘 적응해 살아가도록 진화했다"며 "생명체의 환경 적응 능력을 우리에게 필요한 기술로 바꾸자는 개념이 생체모방"이라고 말했다.

바닷물은 염화소듐 등의 성분이 인체의 염 성분과 유사하다. 차 교수는 "바다에 적응한 생명체의 전략이 우리 몸에서도 잘 작동할 것으로 생각했다"며 "그중 40년간 국내에서 기초연구가 진행돼있던 홍합을 연구주제로 택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합 단백질을 산업에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대량생산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있었다. 차 교수팀은 홍합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를 미생물에 넣어 단백질을 대량으로 생산하는 기술을 2007년 개발했다. 1만 마리의 홍합이 만드는 단백질량을 1L의 미생물로 만들어냈다. 

차 교수는 "홍합 단백질을 양산한 첫 사례"라며 "이후 양산된 단백질을 여러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표면코팅제, 하이드로겔, 마이크로·나노입자 등 다양한 제형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차 교수팀은 올해 6월 홍합 단백질을 이용해 의료용 생체접착제를 만들어 국제학술지 '케미컬 엔지니어링 저널'에 발표했다. 상처 부위를 봉합사로 꿰매는 대신 연고를 바르듯 도포해 사용할 수 있다.

차 교수는 "영구적 흉터가 남고 혈액·체액 누출 가능성이 있다는 봉합사의 단점을 극복했다"며 "약물전달체에 이 기술을 활용해 약물이 특정 부위에 오래 남도록 하는 등 생체 접착 기술의 활용 범위를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ya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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