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해리스 부통령과 성평등

김민아 논설실장 입력 2022. 9. 29.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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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가운데)이 29일 서울 중구 미국대사관저에서 한국의 각 분야 여성 리더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전 피겨 국가대표 김연아, 배우 윤여정, KBS 뉴스9 앵커 이소정씨 등의 모습이 보인다. 사진공동취재단

정치지도자의 일정은 그 자체가 메시지다. 어디에 가고, 누구를 만나는지는 그 지도자의 지향점을 드러낸다. 29일 8시간 동안 한국에 머문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일정은 세 가지였다. 윤석열 대통령과의 만남, 한국 여성 리더들과의 간담회, 비무장지대(DMZ) 방문이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인 해리스는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윤 대통령을 만난 뒤 정동 주한미국대사관저로 이동해 ‘신기원을 연 여성들과의 라운드테이블’에 참석했다. 간담회에는 배우 윤여정, 피겨 스타 김연아, 네이버 대표 최수연, KBS <뉴스 9> 앵커 이소정씨 등이 참석했다. 이들이 여성으로서 부딪혔던 장벽에 대해 이야기할 때마다 해리스 부통령은 개인적 경험을 전하며 깊은 공감을 표시했다고 한다. 또한 현재의 성취에 만족하지 말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취지의 당부를 했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을 접견하고 있다. 한국 측과 미국 측 참석자들의 성비가 대조적이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앞서 지난 5월 윤 대통령 취임식 축하사절로 방한했던 해리스 부통령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 변호사는 성소수자 방송인 홍석천씨와 함께 광장시장을 찾아 화제가 됐다. 6월 한국을 찾은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은 국내 스타트업 여성 창업가들을 만났고, 7월 방한한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은 한국은행 여성 직원들과 간담회를 했다. 성평등 정책을 핵심 어젠다로 추진해온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한국 정부를 향해 일관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해리스 부통령은 방한에 앞서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여성 지위를 보면 민주주의 상태를 평가할 수 있다”며 “윤 대통령에게 그(성평등) 문제를 꺼낼 계획”이라고 예고했다. 백악관 웹사이트에 따르면, 실제 해리스 부통령은 미 행정부가 한국과 전 세계의 성평등 및 여성 지위·역량 강화에 (정책의) 중점을 두고 있음을 강조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당초 “여성 문제와 관련해 해리스 부통령의 언급은 없었던 걸로 안다”고 했다가 백악관 브리핑을 접한 기자들이 추가 질의를 하자 뒤늦게 정정했다. 해당 발언을 못 들은 건지, 들었지만 외면하고 싶었던 건지 궁금하다. 어느 쪽이든, 윤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강조해온 미국과의 ‘가치동맹’을 구현하려면 더 이상 ‘성평등’을 외면하긴 어려울 것이다.

김민아 논설실장 ma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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