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부산 의원 14명.. 조직적 세금 유용 의혹
국회의원들이 집단으로 공모해 세금 수천만 원을 당의 싱크탱크 운영 자금으로 유용한 예산 비리 의혹이 뉴스타파 취재로 드러났다. 의원들은 예산 지급 신청서를 허위로 꾸미는 등 세금을 타내기 위해 국회사무처를 속인 정황도 포착됐다.
의혹을 사는 의원들은 부산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의원 14명이다. 장제원 의원을 포함해 김도읍, 김미애, 김희곤, 박수영, 백종헌, 서병수, 안병길, 이주환, 이헌승, 전봉민, 정동만, 하태경, 황보승희 의원 등이다.
국회 예산 검증 중 ‘부산 지역 국회의원 세금 유용 카르텔’ 의혹 확인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 부산 지역 국민의힘 의원 14명은 국민의힘 부산시당의 싱크탱크인 부산행복연구원의 운영 자금이 부족해지자, 정책연구용역을 한 것처럼 꾸미는 수법으로 국회 예산 수천만 원을 타내 당 싱크탱크 운영비로 유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국민 세금이 특정 정당의 싱크탱크 자금으로 둔갑한 조직적인 ‘세금 유용’ 의혹이다.
이런 사실은 부산행복연구원에 참여한 여러 내부 인사들의 증언을 통해 파악됐다. 세금도둑잡아라 등 시민단체들은 ‘국회의원 세금 유용 카르텔’ 의혹에 연루된 의원 14명 전원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부산 국민의힘 국회의원 14명, 자당 싱크탱크에 세금 3,300만 원 몰아주기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석 달 앞둔 2021년 1월 7일, 국민의힘 부산시당은 싱크탱크인 부산행복연구원을 공약개발단으로 전환해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공약 개발에 나섰다. 교수, 전직 공무원 등 60여 명이 참여했고 분야별로 9개 팀이 꾸려졌다.
이로부터 약 3주 뒤인 2021년 1월 27일, 부산 지역 국민의힘 국회의원 15명 가운데 14명이 국회 예산으로 정책연구용역 10건을 동시에 발주한다. 1건에 세금 330만 원이 투입된, 전체 3,300만 원 규모의 용역이었다.
용역 10건은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공약 개발에 참여하던 부산행복연구원 인사들이 전부 독차지했다. 국회의원들이 수천만 원의 세금을 자당의 싱크탱크 소속 연구자들에게 몰아줬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항변했다. “좋은 정책과 공약을 만들려고 의원과 싱크탱크가 힘을 합친 것이다”, “사익을 앞세워 용역을 몰아준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부산시에 현안들이 많이 있으니까 그런 것을 정책적으로 발굴하자는 취지로 한 것으로 알고 있고, 국회의원의 활동이라는 것이 지역구 활동, 국정이 다 연계돼 있는 것인데 그런(세금 몰아주기) 시각으로만 볼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김희곤 국민의힘 국회의원
그렇게(세금 몰아주기) 보시는 것보다 부산 발전 현안을 다들 생각하고 염려하는 입장, 마음을 가지고 그 일이 추진됐던 것입니다.
- 백종헌 국민의힘 국회의원
과연 그럴까. 부산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이 발주한 정책연구용역 10건의 결과 보고서를 모두 검증했다.
엉터리 보고서 ① ‘2017년 통계’를 ‘현재 통계’로 둔갑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부산 사상구, 3선)과 이주환 의원(부산 연제구, 초선)은 2021년 1월, 정책연구용역을 공동 발주했다. 장 의원은 ‘원조 윤핵관’으로 같은 당의 권성동 의원과 함께 윤석열 정부의 핵심 실세다.
용역은 부산대 김 모 교수가 맡았다. 당시 김 교수는 부산행복연구원 청년희망팀장이었다. 연구 주제는 <부산형 청년자치정부>였다.
김 교수가 쓴 정책연구보고서의 서론을 살폈다. 2021년 시점에서 부산 지역 청년 문제의 심각성과 실태, 현황 등을 진단하는데, 제시한 통계 수치는 3~4년 전인 2017년, 2018년의 것이다.
다 이유가 있었다. 3개 연구기관이 낸 보고서의 내용을 무단 표절해 보고서를 만들었다. 표절한 보고서는 <청년정책 추진 체계 발전방안 연구(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2017년)>, <청년에게 무엇이 필요한가?(경기연구원, 2018년)>, <부산청년종합실태조사(부산발전연구원, 2018년)> 등이다. 출처와 인용 표기는 없다.
김 교수는 3, 4년 전 통계 수치를 그대로 복사해 붙이면서 원본에 나오는 ‘2017년’, ‘2018년’ 표기는 지웠다. 그러고는 ‘현재’라는 단어로 바꿨다. 과거 자료를 무단 베낀 사실을 숨기려는 꼼수로 보인다. 김 교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얼버무렸다.
엉터리는 또 있다. ‘악화할 것으로 전망됨’, ‘청년이 할 수 있도록 문을 연다’. 여러 기관의 자료를 짜깁기하다 보니, 문장의 종결어미조차 통일시키지 않고 제각각이었다. 정책연구보고서의 전체 표절률도 40%에 이른다. 그런데도 장제원, 이주환 두 의원은 정책연구용역의 대가로 김 교수에게 정책개발비 330만 원을 지급하도록 했다.
엉터리 보고서 ② 타 연구기관 보고서의 목차를 ‘복붙’해 정책 제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비서실에서 특별보좌역을 맡았던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부산 남구갑, 초선)과 국민의힘 원내부대표인 안병길 의원(부산 서구동구, 초선)이 공동으로 발주한 정책연구용역 결과 보고서 <부산시 약자동행 정책방안>을 보자. 책임 연구자는 부산행복연구원의 부원장 류 모 씨다.
연구의 핵심에 해당하는 ‘정책 제안’ 부분이 지나칠 정도로 간단하다. 알아보니,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이 1년 전에 낸 연구 보고서 <국공립 등 공공형 보육시설 보육서비스 품질 개선방안(2020년)>의 목차를 그대로 복사해 붙여 넣고 ‘정책 제안’으로 둔갑시켰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1년에 작성한 정책연구보고서인데 본문에 ‘2019년 12월 현재’라고 표기했다. 2020년에 나온 부산여성가족개발원의 연구보고서를 통째로 베끼면서 최소한의 감수나 보정 작업도 하지 않은 것이다. 출처와 인용 표기도 없다.
국회사무처가 낸 <의정활동 안내서>를 보면, 국회의원의 정책연구보고서에서도 ‘다른 논문 또는 도서 등 자료를 인용한 경우 반드시 인용과 출처를 상세히 명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박수영, 안병길 의원은 이런 표절 정책연구용역에 세금 330만 원을 투입하게 했다. 뉴스타파는 류 부원장에게 “정책연구 보고서에 세금이 들어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그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다”고 답했다.
엉터리 보고서 ③ 대학생 기자단 글과 정부 보도자료까지 무단 베껴
이번에는 국민의힘 원내부대표인 김희곤 의원(부산 동래구, 초선)과 국민의힘 부산시당 위원장인 백종헌 의원(부산 금정구, 초선)이 함께 의뢰한 정책연구용역의 결과 보고서 <부산항의 현황과 발전 전략에 관한 연구>다. 부산경상대 장 모 교수가 연구 책임자다. 용역 당시 장 교수는 부산행복연구원의 공정경쟁팀장이었다.
정책연구의 핵심 내용은 ‘새로운 부산항의 발전전략 방안’을 다룬 ‘제3장’에 담겨 있다. 모두 6개의 단락으로 구성돼 있는데, 첫 번째 단락부터 다섯 번째 단락까지는 언론 기사와 칼럼, 대학생 기자단의 글을 베꼈다. 마지막 여섯 번째 단락은 해양수산부의 보도자료를 통째로 복사해 붙여 넣었다.
1. 항만연관서비스허브 (원문: 부산일보 기사)
2. 해양관광비지니스허브 (원문: 한국일보 기사)
3. 글로벌 물류허브 (원문: 데일리로그 칼럼)
4. 스마트항만 (원문: 시퍼스저널 기사)
5. 친환경항만 (원문: 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 글)
6. 부산항만 배후단지 조성 (원문: 해양수산부 보도자료)
보고서 어디에도 출처와 인용 표기가 없다. 정책연구보고서의 전체 표절률은 57%다. 이런 정책연구 보고서에 김희곤, 백종헌 의원은 세금 330만 원을 집행하도록 했다.
엉터리 보고서 ④ 핵심인 ‘결론’의 2/3가 무단 표절·짜깁기
다음으로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부산 북구강서구을, 3선)과 국민의힘 원내 대변인인 김미애 의원(부산 해운대구을, 초선)이 공동으로 발주한 정책연구용역의 결과보고서다.
제목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동남권 전통산업의 재도약을 위해 필요한 첨단 융합기술에 대한 연구>다. 세금 330만 원이 들어갔다. 책임 연구자는 당시 부산행복연구원의 민생경제팀장이던 김 모 교수다.
정책연구의 핵심인 결론 부분의 2/3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인공지능과 데이터 생태계 동향 파악을 위한 연구(2017년)>와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의 <인공지능 기술 발전에 따른 이슈 및 대응 방안(2018년)>을 무단으로 베끼고 짜깁기했다. 전체 표절률도 40%를 넘겼지만, 출처와 인용 표기는 찾을 수 없다.
엉터리 보고서 ⑤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온 글 짜깁기
부산시장과 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을 지낸 서병수 의원(부산 부산진구갑, 5선)과 김미애 의원(부산 해운대구을, 초선)은 세금 330만 원을 들여 <부산시 주거복지 실태와 정책발전방안>을 주제로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했다. 연구 책임자는 부산행복연구원의 또 다른 부원장인 조 모 씨다.
결과 보고서를 확인했다. 전체 분량의 72%가 인터넷 블로그의 글, 부산발전연구원의 보고서 <서민 주거복지 서비스를 향상하려면(2016년)>, <부산시민 주거실태와 정책 방향(2020년)>을 베끼고 짜깁기한 것이다.
다만, 앞선 보고서와 달리 출처와 인용 표기가 있다. 서병수 의원은 “뭐가 문제냐”고 반박했다.
필요한 것은 거기서 우리가, 아니 남의 당에 있는 정책 자료도 우리 당에서 끌어 쓸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필요하다면. 그런데 왜, 무슨 문제가 될까요?
- 서병수 국민의힘 국회의원
출처와 인용 표기를 했더라도 인터넷 검색만 해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블로그의 내용을 그대로 베꼈다는 게 문제다. 세금인 정책개발비 330만 원을 들여가며 굳이 용역을 수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부산 발전을 위해서”라는 국회의원들의 ‘거짓말’
의원들이 부산행복연구원에 몰아준 정책연구용역 10건 중 최소 5건에서 무단 표절과 짜깁기 등 심각한 연구 부정행위가 발견됐다. ‘좋은 정책’을 만들려고 연구용역을 맡겼다는 의원들의 해명은 결국 ‘식언’이 됐다. 이것만으로도 의원들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취재진이 이 같은 문제를 지적하자 일부 의원들은 ‘베꼈지만 의원 정책 활동에 도움이 됐다’는 황당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표절, 짜깁기 등 엉터리 정책연구보고서는 결코 불찰이나 우연의 산물이 아니었고, 이면에 더 큰 예산 비리가 숨겨져 있었다. 뉴스타파는 부산 지역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책연구용역을 수행한 진짜 속셈을 추적했다.
복수의 부산행복연구원 인사 “국회 예산으로 싱크탱크 운영”
취재진은 부산행복연구원에 참여했던 인사들과 접촉하며 엉터리 정책연구용역이 어떻게 진행됐는지 확인했다.
취재 결과, 의원들은 자신들의 입법과 정책 개발을 위해 정책연구용역을 수행한 것이 아니었다. 용역을 발주한 진짜 목적은 세금인 국회의원 정책개발비로 부산행복연구원의 운영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사실은 부산행복연구원 최고위급 책임자인 OOO 부원장을 취재하던 중 드러났다. 취재진이 표절, 짜깁기 정책연구보고서를 만든 경위를 묻자, 부원장이 해명하는 와중에 “일반적인 정책연구용역이 아니었다”고 털어놓은 것이다.
돈 1~200만 원 가지고 어떻게 연구 용역이 됩니까. 안 되는 거죠. 정책팀이나 교수들이라도 맨날 오라 해서 계속 얘기하고 이러면 계속 모으고 하기가 쉽지 않잖아요. (정책연구용역비는) ‘지원금’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 OOO 부산행복연구원 부원장
의원들이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할 무렵, 부산행복연구원은 국민의힘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준비하기 위해 교수와 전직 공무원 등 수십 명을 끌어모았다. 그런데 부산행복연구원 운영비 조달이 문제였다. 부산행복연구원에서 공약 개발에 참여한 인사들은 “당시 부산행복연구원이 식사비나 회의비 같은 기본적인 활동비조차 지급하기 어려운 형편이었다”고 말했다.
회의비도 하나도 안 주고 사람만 모아놓고는 무슨 (공약 개발) 분과입니까. 공식적으로 모든 일을 하기 전에는 예산을 확보해 놓고 그 회의 참석하는 사람들한테 기본적인 걸, 왜냐하면 시간을 다 비워서 가는데 자기들 임의대로 하고, 끝나고 나서 회의비라도 줄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없더라고요.
- 부산행복연구원 공약 개발 참여자 ㄱ
이런 상황에서 부산행복연구원의 운영비로 끌어온 자금줄이 바로 세금인 국회의원 정책개발비였다. 세금으로 국민의힘 부산시장 후보의 공약 개발에 참여한 부산행복연구원 인사들의 회의비, 교통비, 식비 등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우리 팀들이 있잖아요. 계속 회의하고 그래서 이제 식사도 하고 그런 거죠. (활동비 조로?) 예, 그럼요. ‘거마비’죠, ‘거마비’. 돈이 많은 것도 아니고 이 사람들이 다 봉사하러 온 건데 그냥 자꾸 와서 회의하고 하라 하니까, 이제 그래서 이제 ‘거마비’조로 준 거죠. 식사하고 그러라고.
- OOO 부산행복연구원 부원장
이런 사실은 당시 부산행복연구원에서 활동한 여러 인사들의 증언을 확보하며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된다.
(국회의원 정책개발비 330만 원은 부산행복연구원 팀원들하고 나눠서 썼다는 말씀이신 거죠?) 예,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회의비’나 ‘식사비’ 이런 걸로 사용을 하신 거죠?) 회의비, 식사비라기보다는 저희들 그냥 ‘수당’으로 다 준 것도 있고 ‘회의비’ 쓴 것도 있고 여러 가지 있는데.
- 부산행복연구원 공약 개발 참여자 ㄴ
부산행복연구원 차원에서도 죄송하고 그렇잖아요. 교수님한테 뭔가 사례를 해야 하는데 방법이 없잖아요. 국회의원님들 1인당 100만 원을 냈는지 얼마 냈는지 모르겠어요. 전체 돈을 모아서 각 분과별로 보고서를 하나씩 내고, 거기에 대한 이제 대가를 그렇게 원고료, 수고비 형태로 그렇게 지불을 받은 거죠.
- 부산행복연구원 공약 개발 참여자 ㄷ
‘세금 몰아주기’ 특혜 의혹 → ‘세금 유용 카르텔’ 의혹으로
여기까지 취재가 이뤄지자 그동안 꽉 막혔던 의문점이 풀렸다. 기본도 갖추지 못한 엉터리 정책연구보고서가 양산된 이유와 함께, 왜 의원들이 보고서를 문제 삼지 않았는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비리 의혹의 본질이 의원들의 ‘세금 몰아주기’가 아닌 조직적인 ‘세금 유용’으로 변했다. 애초에 의원들은 본인의 입법과 정책개발을 위해 정책연구용역을 발주한 것이 아니었다. 운영 자금이 부족했던 부산행복연구원에 돈을 보태기 위해 국회 예산을 타낼 요량으로 용역을 진행했다. 그렇기에 결과보고서의 내용이 어떻든 신경 쓰지 않았다.
의원들이 작성한 지급 신청서에서 조직적 공모 정황 포착
국회의원 14명이 정책개발비 3,300만 원을 받기 위해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공문서를 꼼꼼하게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14명 전원이 조직적으로 공모한 정황이 포착됐다.
국회의원이 연구자에게 용역을 맡기고 그 비용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국회사무처에 신청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소규모 용역비 지급 신청서(이하 지급 신청서)’다. 지급 신청서에는 의원과 직접 정책연구용역 계약을 맺은 사람, 즉, ‘계약 상대자’의 정보를 적고, ‘용역명’, ‘계약 금액’, ‘계약 기간’ 등도 써넣어야 한다.
공모 정황 ① ‘계약 기간: 2021년 1월 27일 ~ 2월 28일’로 모두 동일
먼저 정책연구용역의 시작일과 종료일이다. 지급 신청서를 보면, 10건 모두 용역 시작일이 2021년 1월 27일. 종료일도 2021년 2월 28일로 같다. 열 명이 넘는 의원이 한날한시에 용역을 개시하고 종료하는 것은 역대 어느 국회를 찾아봐도 전례가 없다.
공모 정황 ② ‘용역비: 220만 원’ 갹출?
또 있다. 정책연구용역 10건의 비용으로는 1건에 330만 원씩, 총 3,300만 원의 세금이 투입됐다. 의원별로 얼마를 썼는지 계산했다. 14명 가운데 13명이 전부 220만 원씩 동일하게 썼다.
부산행복연구원의 운영 자금으로 3,300만 원을 책정한 다음, 의원별로 220만 원씩을 갹출했을 것으로 보인다. 박수영 의원만 440만 원을 신청했는데, 당시 박 의원은 부산행복연구원장을 맡고 있었다. 따라서 다른 의원들보다 220만 원 더 세금을 타내게 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모 정황 ③ 소규모 용역비 지급 신청서 ‘일괄 허위 작성’
앞서 언급했듯, 국회의원이 정책연구용역 수행자에게 세금인 국회 예산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돈을 받아야 하는 사람의 이름, 소속, 계좌번호 등의 정보를 써넣은 지급 신청서를 국회사무처에 제출해야만 한다. 그러면 국회사무처가 지급 신청서에 적혀 있는 사람의 계좌로 예산을 지급하는 구조다. 지급 신청서에 이름이 적혀 있는 사람은, 국회의원으로부터 직접 용역을 의뢰받은, 즉, 의원과 직접적으로 계약을 맺은 용역 수행자를 뜻한다.
그런데 취재를 진행하던 중 이상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책연구용역을 수행한 부산행복연구원 관련 인사 중 상당수가 국회의원으로부터 정책연구를 의뢰받거나 국회의원과 계약을 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이 ‘이거 연구를 해 주세요’ 이렇게 얘기를 했나요?) 아니요.
- 부산행복연구원 공약 개발 참여자 ㄷ
(당시에 그러면 국회의원실을 통해서 받으신 건지, 아니면 부산행복연구원을 통해서 의뢰를 받으신 건지?) 부산행복연구원을 통해서 받았죠. 아마 그랬던 걸로 기억합니다.
- 부산행복연구원 공약 개발 참여자 ㄹ
용역이 아니고 그때 공약 사항으로 저희들이 그런 걸 했으면 좋겠다고 하니까. (부산행복연구원을 말씀하시는 거죠? 부산시장 보궐선거.) (부산)시당요. 예 맞습니다.
- 부산행복연구원 공약 개발 참여자 ㄱ
일부 의원들 역시 자신들이 직접 정책연구용역을 의뢰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연구 용역 수행자한테 직접 용역을 의뢰를 하신 건가요?) 그런 건 아닙니다.
- 김희곤 국민의힘 국회의원
아니, 내가 직접 의뢰를 안 했죠. (그러면 부산행복연구원을 통해서 그냥 일괄적으로?) 네, 그렇습니다.
- 서병수 국민의힘 국회의원
취재 결과, 문제가 된 10건의 정책연구용역 모두 국민의힘 의원이 아닌 부산행복연구원이 정책·공약 개발을 돕던 인사들에게 일괄적으로 용역을 의뢰해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국회의원 14명이 국회사무처에 제출한 지급 신청서상의 계약 내용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도 의원들은 자신들이 용역 수행자와 직접 계약을 맺고 정책연구를 진행한 것처럼 지급 신청서를 허위로 작성했고, 이를 국회사무처 제출하는 수법으로 예산을 타내, 당 싱크탱크인 부산행복연구원의 운영비로 사용한 것이다. 초유의 ‘국회의원 세금 유용 카르텔’ 의혹이다.
의혹 연루 국회의원 14명 중 6명 “의혹 부인”, 8명 ‘묵묵부답’
뉴스타파는 이번 의혹에 연루된 국민의힘 국회의원 14명에게 질의서를 보내 반론과 해명을 요청했다. 지금까지 입장을 밝혀온 의원은 김도읍, 김미애, 김희곤, 백종헌, 서병수, 하태경 의원 등 6명이다.
의원들은 모두 “부산지역의 현안 등을 발굴하자는 취지로 부산행복연구원에서 주도적으로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한 것일 뿐, 싱크탱크 활동 자금으로 세금을 유용하기 위한 목적으로 정책연구용역을 진행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답변하며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을 부인했다.
나머지 8명의 의원에게도 전화하고 문자메시지도 남겼지만, 누구도 책임 있는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시 부산행복연구원의 원장을 지낸 박수영 의원을 비롯해 장제원 의원도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시민단체 “검찰 수사 통해 ‘국회의원 예산 카르텔’ 의혹 규명해야”
‘세금도둑잡아라’의 공동대표 하승수 변호사(뉴스타파 전문위원)는 “허위로 작성한 지급 신청서를 국회사무처에 제출하고 특정 정당의 싱크탱크에 세금이 지급되도록 한 것은 허위 공문서 작성과 함께 사기 혐의가 적용될 수 있는 범죄 행위”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은 국회의원 14명을 검찰에 고발할 방침이다.
비슷한 비리 사건을 검찰이 기소한 사례가 있다. 2018년 당시 자유한국당 이은재 의원은 ① 보좌관의 지인과 정책연구용역 계약을 맺은 것처럼 허위로 지급 신청서를 꾸미고 ② 이를 통해 국회사무처를 속이는 수법으로 ③ 국민 세금을 빼돌려 의원실 경비 등으로 유용한 비리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로 드러난 바 있다. 검찰은 2021년 12월 29일, 이은재 전 의원을 사기 혐의로 기소했고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은재 전 의원의 예산 비리와 ‘부산 국민의힘 의원들의 세금 유용 카르텔’ 의혹은 규모만 다를 뿐 구조는 거의 같다. ① 국회의원들이 정책연구용역 수행자와 직접 계약을 맺은 것처럼 허위로 지급 신청서를 꾸미고 ② 이를 통해 국회사무처를 속여 ③ 국민 세금인 정책개발비를 자당의 지역 싱크탱크 운영 자금으로 유용했다는 점이다.
뉴스타파는 세금도둑잡아라와 함께하는시민행동,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등 3개 시민단체와 함께 21대 국회의원 300명이 쓴 2년 치(2020년 6월~2022년 5월) 입법 및 정책개발비 집행 자료를 확보해 검증하고 있다. 뉴스타파와 시민단체의 협업 프로젝트 <국회 세금도둑 추적>은 2017년부터 6년째 이어지고 있다.
뉴스타파는 21대 의원들이 수행한 정책연구용역의 지출 증빙 서류 원본과 결과 보고서 497건을 <뉴스타파 머니트레일>에 공개한다. 의원 이름을 검색하면, 얼마의 세금을 투입해 어떤 주제의 용역을 수행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뉴스타파 임선응 ise@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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