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 CEO "저금리 때나 고금리 때나 미술품 투자는 유망"

곽창렬 기자 2022. 9. 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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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프리즈 서울(Frieze Seoul)' 아트페어 참석차 한국을 찾은 기욤 세루티 크리스티 CEO는 WEEKLY BIZ 인터뷰에서 "최근 들어 전 세계의 많은 미술품 수집가들이 한국을 방문한다"며 "그만큼 한국은 미술품 판매에 중요한 곳"이라고 말했다. /박상훈 기자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폴 앨런은 생전 고가의 미술품에 큰 관심을 보였다. 르네상스 시대의 거장 산드로 보티첼리, 프랑스 인상파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등의 작품을 열성적으로 수집했다. 오는 11월이면 이 그림들이 경매 시장에 나온다. 감정가만 10억달러(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사상 최대 규모의 미술품 경매다.

이 경매를 진행하는 업체는 ‘크리스티(Christie’s)’라는 영국의 미술품 전문 경매업체다. ‘소더비(Sotheby’s)’와 나란히 1700년대에 설립돼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을 양분해온 회사다. 크리스티는 폴 앨런이 수집한 미술품 경매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물밑 경쟁 끝에 승리했다. 기욤 세루티(Guillame Cerruti·56) 크리스티 최고경영자(CEO)는 WEEKLY BIZ와 인터뷰에서 “대형 미술품 경매를 유치하려면 언제나 상당한 경쟁이 벌어진다. 그 전략을 밝힐 수 없지만, 우리에게는 엄청난 성과”라고 말했다.

◇ 기욤 세루티 크리스티 CEO “팬데믹 겪으며 급성장한 온라인 경매”

미술품을 사고파는 시장은 코로나19를 겪으며 더 성장했다. 온라인 미술정보 사이트 아트프라이스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 총액은 171억 달러(약 21조2000억원)에 달해 2020년보다 60% 커졌다. 크리스티의 매출도 지난해 71억 달러(약 8조4000억원)로 2020년보다 54% 증가했다.

-팬데믹을 거치면서 미술품 경매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

“코로나 이전에는 작품을 직접 보지 않고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것을 구매자들이 꺼리는 경향이 있었다. 그런데 팬데믹을 거치면서 점점 많은 사람이 온라인으로 중계되는 경매에 적응하게 됐다. 지금은 실시간 경매로 판매되는 미술품의 73%를 온라인 입찰자가 가져간다. 팬데믹 이전만 해도 온라인 판매로 거둬들이는 수익이 전체의 1%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10%를 넘는다. 팬데믹 이전 온라인에서 판매된 미술품의 평균 가치는 약 5000달러였는데, 지금은 2만 달러를 넘어섰다. 놀라운 변화다.”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미술품 시장엔 어떤 영향을 미치나.

“코로나 팬데믹 때 저금리가 지속되는 동안 미술 시장은 호황이었다. 금융 상품에서 큰 수익을 얻기 어렵다 보니 사람들은 미술품 투자가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 금리가 상승해도 미술품 투자는 유망하다고 생각한다. 저금리든 고금리든 미술품은 좋은 투자 상품인 셈이다. 금리 상승기에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도 함께 오는데, 미술품은 물가가 올라도 가치를 유지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1년간 금리가 상승하는 동안에도 미술품에 대한 수요는 계속 커졌다.”

-미술품은 암시장에서 거래되고, 탈세 도구라는 인식도 있다.

“미술품은 우리 삶에서 흥미를 만들어낸다는 면에서 가치가 있다. 경제적으로도 불확실성이 심해지는 세상에서 투자 가치가 있다. 장기적으로 그 가치를 잃지 않는다. 미술품이 탈세 문제 등과 완전히 연관돼 있지 않다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이는 극히 드문 경우다. 우리는 회사 소속 준법감시인을 통해 자금세탁 관련 법을 철저히 준수한다. 사람들은 경매가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했고, 실제 팔려나간 가격과 수수료가 얼마인지도 정확히 알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지난 6월 영국 런던 크리스티 경매장에서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작품이 경매되고 있다. /크리스티

◇“NFT 시장 죽지 않을 것”

세루티 CEO는 프랑스 파리정치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하고, 1995년부터 프랑스 중앙정부에서 13년간 경제와 문화 담당 공무원으로 일했다. 2007년 공직을 그만두고 처음 간 곳은 크리스티의 경쟁 업체 소더비였다. 소더비에서 유럽 지역 부회장으로 일하다가 2015년 크리스티로 옮겼다. 두 업체 간의 차이를 묻는 말에 “경쟁 회사에 대해서는 어떤 것도 말하지 않는 게 내 원칙”이라고 답을 피했다.

-일반인 중에는 미술품 가격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경매시장에서 미술품 가격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주어진 순간에 얼마를 내서라도 작품을 사고 싶어하는 경매 참여자가 두 명 있다면, 가격은 엄청나게 올라가게 된다. 물론 그것이 본질적 가치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미술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특히 거장들의 작품 가격은 매우 꾸준하게 상승했음을 알 수 있다. 몇 달 전 뉴욕에서 미국 팝아티스트 거장 앤디 워홀의 대표작인 매릴린 먼로 초상화가 20세기 미술 작품 중 역대 최고가인 1억9500만 달러(약 2500억원)에 낙찰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값비싼 경매를 유치하면, 연봉이 크게 오르나.

“연봉이 문제가 아니라 감정이 벅차오른다. 우리는 수익을 내야 하고, 각종 인사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일반 기업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미술이라는 ‘감성’을 다룬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술품을 수집하는 사람은 대개 (미술품 수집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애정을 쏟는다. 단순히 금전적인 기록을 세우거나 최고의 결과를 얻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예술에 대한 사랑을 공유해야 한다.”

-미술품 시장에서도 MZ세대가 큰손으로 부상하고 있다.

“우리 고객 중 매년 3분의 1 정도는 기존에 우리 작품을 사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이들 가운데 약 30%는 MZ세대다. 작년 크리스티 경매에서 미국 화가 ‘비플(Beeple)’의 NFT(대체불가능토큰) 작품이 6900만 달러에 팔렸다. 이 작품에 100만 달러 이상을 제시한 응찰자가 33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3분의 2 정도가 MZ세대였다. 그들 가운데 75%는 우리가 갖고 있던 고객 명단에도 없었다. 젊은 사람들이 이 정도로 미술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젊은 세대가 큰 관심을 갖는 NFT 시장이 지난해 과열됐다가 지금은 차갑게 식었다.

“기술 발달로 이제는 많은 고객이 실제로 작품을 보지 않고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작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예술가들도 더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을 팔 수 있게 됐다. 대표적인 것이 NFT 미술품이다. NFT는 미술품 구입자들을 위한 도구로 혁신을 가져왔고, 예술가들에게 기회가 됐다.

다만 올해 NFT 미술품은 작년보다 실적이 다소 저조할 것이라 생각한다. NFT미술품 시장은 가상화폐가 주도하는데, 올해처럼 가상화폐 시장이 좋지 않으면 NFT 미술품 시장에도 영향을 준다. 그래도 디지털 아티스트들과 NFT 미술품이 갖는 창의성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미술품 수집가와 작가는 끈끈하게 연대해야 한다. 우리도 NFT와 블록체인에 계속 투자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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