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 사실상 거부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가결된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이날 박 장관에 대한 신임을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박 장관을 유임할 가능성이 높다.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논란과 맞물린 박 장관 해임건의 수용 여부를 두고 대통령실과 야당의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게 됐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박 장관은 탁월한 능력을 가진 분이고 지금 건강이 걱정될 정도로 국익을 위해 전 세계로 동분서주하는 분”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시사했다. 윤 대통령은 “어떤 것이 옳은지 그른지는 국민께서 자명하게 아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데 대해 별도 입장은 내지 않았다. 대통령실은 야당이 해임 사유로 내세운 영국·미국·캐나다 순방 ‘외교 참사’ 주장을 적극 반박하고 있어, 내부적으로 박 장관 유임으로 쏠리는 분위기다.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총칼 없는 외교 전쟁의 선두에 있는 장수의 목을 친다는 것은 시기적으로나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맞지 않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북한의 핵무력 사용 법제화와 달러 강세 등을 언급하면서 “지금 어느 때보다 미국과 협력이 절실한 그런 때가 아니겠는가”라며 이같이 말했다. 윤 대통령이 비속어와 함께 ‘바이든’(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언급했다는 논란 등을 민주당이 ‘외교 참사’로 규정한 데 ‘동맹 훼손’을 들어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장관도 자신의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직후 입장을 내고 “흔들림 없이 맡은 바 소임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자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헌법 63조는 ‘국회는 국무총리 또는 국무위원의 해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강제성은 없다. 임면권자인 윤 대통령이 국회의 해임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대로 직을 유지할 수 있다. 다만 해임건의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입법부를 무시했다는 정치적 부담을 대통령이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박 장관을 유임시키더라도 외교안보라인 책임론은 여전히 남는다. 민주당은 박 장관뿐 아니라 김성한 국가안보실장·김태효 안보실 제1차장 교체도 요구하고 있다.
국무위원 해임건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건 헌정 사상 7번째다. 앞선 6번의 해임건의안 가결 사례 중 5명이 자진 사퇴 형식으로 물러났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김재수 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청와대가 해임건의안이 가결된 것을 거부하면서 이듬해까지 장관직을 유지했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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