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 프로그래머 추천작1
올해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공식 선정작은 71개국 242편이다. 지난해 70개국 223편보다 확대됐고, 어느 때보다 수준 높고 풍성한 작품들로 채웠다. BIFF 프로그래머들은 “지난해 작품이 ‘대박’이라고 말했는데, 그보다 더 좋은 작품들을 선정했다. 프로그래머들이 관객과 함께 나누고픈 작품을 위주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 왕따·강도사건 등 묵직한 주제…독창성 두드러져
■ 정한석-한국
올해는 신인감독의 영화에서 독창성과 다양성이 두드러진다. 뉴 커런츠의 두 작품이 올해 경향을 가장 잘 드러낸다.
★괴인(이정홍/대한민국)은 영화의 리듬과 정서적 흐름이 독특하다. 이야기 자체는 평이하다 볼 수 있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기이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지옥만세(임오정/대한민국)는 소재와 전개 과정이 특히 좋다. 왕따를 겪은 두 여고생이 가해자에게 복수하러 떠나는 내용이다. 하지만 가해자가 종교에 귀의해 변해버린다. 그 과정에서 피해자가 겪는 고민을 담았다. 가장 힘줘 말하고 싶은 부문은 신설된 ‘한국영화의 오늘-스페셜 프리미어’ 섹션이다.
★20세기 소녀(방우리/대한민국)는 넷플릭스가 제작한 작품으로 김유정 변우석 박정우 노윤서 배우가 출연한다. 1999년 고등학생을 풋사랑을 다뤘다. 그 시절 사랑했던 분은 향수에 젖을 것이다.
★소년들(정지영/대한민국)은 CJ의 공동제작 작품으로 한 시골에서 일어났던 실화인 강도치사사건의 재수사를 영화화 했다. 설경구 유준상 허성태 염해란 진경 이 출연한다. 한 인간에 대한 예의, 정의 같은 부분을 진솔하게 풀어낸다.
★다음 - 소희(정주리/대한민국)를 추천한다. 사회 문제를 감성적이면서 예리하게 설득시킨다.
# 참혹한 내전 속 소년과 소녀…이라크 쓰레기산 이야기
■ 남동철-일본·서아시아
개·폐막작이 각각 이란과 일본의 작품이다. 올해는 서아시아에서 이란 영화가 강세다.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두 편이 선정됐다. 베니스 경쟁부문에도 두 편이 뽑혔다.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두 편씩 초청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이란 영화 중에선 ★라이프&라이프(알리 가비탄/이란)를 추천한다. 작고 고요하지만 큰 울림을 가진 영화다. 시골마을 선생님이 온라인 수업에 빠진 학생을 직접 찾아가는 내용이다. ★추방된 사람들(수다드 카아단/영국·시리아·프랑스)도 추천한다. 내전 탓에 천장에 구멍이 뚫리고 그곳으로 밧줄과 함께 소년이 소녀를 부른다. 소녀와 소년의 놀이가 전쟁 상황과 대비된다. 참혹한 상황 속 순수한 부분을 그린다.
★공중정원(아메드 야신 알 다라지/시리아)은 전쟁이 끝난 이라크의 쓰레기 산에 있는 섹스돌의 이야기를 담았다. 극한의 상황에서 인간의 더러운 욕망을 그렸다.
★플랜75(하야카와 치에/일본)는 가상의 미래에 75세 노인을 국가가 안락사 시켜준다는 설정을 담았다. 한국에서도 주목되는 고령화 사회 문제이기에 국내에서도 반향을 일으킬 수 있다.
# ‘기괴함의 대가’ 크로넨버그 등 믿고 보는 거장 작품들
■ 박도신-미주·영어권
거장들의 작품 중 ★아마겟돈 타임(제임스 그레이/미국)을 추천한다. 100% 감독의 경험은 아니지만 일부 자신의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자전적 작품이다. 인종차별 같은 사회적 이슈가 주제로 등장할 뿐만 아니라 출연진도 탄탄하다. 앤소니 홉킨스, 앤 해서웨이가 주연을 맡았다.
★미래의 범죄들(데이빗 크로넨버그/캐나다·그리스·프랑스·영국)도 눈길을 끈다. 데이빗 크로넨버그는 기괴함의 대가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 기괴함을 집대성한 느낌이다. 대형 화면으로 크로넨버그의 작품을 감상할 기회는 흔치 않다. 크로넨버그의 팬이라면 놓칠 수 없는 작품이다.
★이니셰린의 밴시(마틴 맥도나/아일랜드·영국·미국)는 감독을 거장의 반열에 올릴 수 있는 작품이다. 가장 특이하면서도 인상 깊은 영화다. 별 것 없는 스토리라인이지만 긴장감과 흡인력이 상당하다. 아카데미상까지 노려볼 수 있지 않을까 예측한다.
거장의 작품은 아니지만 ★애프터썬(샬롯 웰스/영국·미국)도 인상 깊었다. 성인이 된 여성이 아빠와의 터키여행을 회상하는 영화다. 처음부터 끝까지 회상 장면이다. 감동적인 작품이다.
# 유머러스하게 풀어낸 인종차별…가족영화 애니도
■ 서승희-서·중유럽, 아프리카
유럽의 영화 강국이 다수 포함돼 편수가 37편으로 상당히 많은 편이다. 특히 올해는 갈라 프레젠테이션의 초청작 두 편이 모두 유럽에서 나왔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에 초청된 ★노바디즈 히어로(알랭 기로디/프랑스)를 추천한다. 유머러스하게 프랑스 곳곳에 깔린 인종차별 클리셰를 풀어냈다. 주인공 메데릭이 이성에게 구애하는 동안 테러 사건이 일어난다. 범인이 아랍인일 것이라 예상하는 와중에 메데릭은 우연히 아랍인에게 방 한 칸을 내어주게 된다. 사건의 전개 속에서 주인공의 고민을 담았다.
유럽의 애니메이션 작품 ★블랙 파라오, 숲속의 남자, 그리고 공주(미셸 오슬로/프랑스·벨기에)도 가족이 함께 보기 좋은 영화다. 3가지 이야기가 섞인 작품이다. 주인공이 모두 불의에 맞서 싸운다. 명화들이 눈 앞에서 움직이는 느낌이다.
★여덟 개의 산(펠릭스 반 그뢰닝엔, 샤를로트 반더미르히/이탈리아·벨기에·프랑스)도 꼭 관람했으면 좋겠다. 여성을 앞세우는 영화가 많은데 남성의 우정을 다뤘다. 10대 초반에 만난 두 친구의 이야기다. 영화를 보고 나면 마음이 맑아지고 생각이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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