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古典여담] 燕雀處堂 <연작처당>

이규화 2022. 9. 29.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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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연, 참새 작, 곳 처, 집 당.

연작처당.

그때 든 이야기가 연작처당이다.

연작처당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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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비 연, 참새 작, 곳 처, 집 당. 연작처당. 처마 밑에 둥지를 지은 제비와 참새가 집에 불이 났는데도 위험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의미다. 마루에 불이 나 둥지로 옮아 붙으려는 데도 방심한 제비와 참새의 어리석음을 지적하는 말이다. 위기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허송세월하는 사람을 빗대는데 쓰인다. 무사안일과 비슷한 의미다. 공자(孔子)의 9세손 공부가 지은 '공총자'(孔叢子)에 전한다.

'공총자'는 공자와 그 후손들의 언행을 모은 책으로, 논세(論世)편에는 공자의 6세손인 공빈(孔斌)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중국 전국시대에 진(秦)나라가 위(魏)나라와 이웃한 조(趙)나라를 침공했을 때였다. 위나라의 대부들은 조나라가 승리하면 조나라에 복종하면 되고, 조나라가 패배하면 피폐해진 틈을 타 공격할 수 있으니 걱정할 것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위나라 재상 공빈은 진나라는 효공(孝公) 이래 싸워서 굴복한 적이 없고 장수들이 훌륭한데 어떻게 피폐해진 틈을 노릴 수 있냐며 반박했다. 대부들은 진나라가 조나라를 이긴다고 하더라도 우리에겐 손해 볼 것이 없다며, 이웃 나라의 수치는 우리나라의 복이지 않느냐고 재반박했다.

공빈은 대부들의 안이함을 경계하고자 옛말을 들어 설명했다. 그때 든 이야기가 연작처당이다. 공빈은 "진나라가 조나라를 이기면 반드시 다른 나라를 공격할 텐데 우리가 공격을 받게 될까봐 두려울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옛사람들의 말 중에 '제비와 참새가 사람의 집에 둥지를 틀고 살면 안전하다고 여기지만 집의 굴뚝에서 불길이 치솟아 마룻대와 추녀를 태우려고 하는데도 재앙이 자신에게 미치는 줄도 모른다'라는 말이 있다"고 했다.

원·달러 환율이 13년 6개월만에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원화가치가 급락하고 주식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제2환란 가능성 얘기도 나온다. 그런데도 정부 경제팀은 "한국경제의 거시 건전성은 양호하다" "불안해할 필요 없다"는 등 위기감이 부족하다. 정책당국이 당황한 모습을 보여서도 안 되지만 마냥 괜찮다고만 해서도 안 된다. 연작처당의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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