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은, 대우조선 지원한 2.3조 회수 깜깜하다
내년 연 10%금리 적용 고민 가중
못 받은 이자조차 출자전환할 판
산업은행(산은)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진행 중인 가운데 최대 채권자인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은 그동안 쏟아 부은 자금을 회수하기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그동안 받지 못한 이자도 오히려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은은 대우조선이 미지급한 영구 전환사채(CB)에 대한 이자를 출자전환하기로 가닥을 잡았다. 수은은 2015년 조선산업 위기 이후 대우조선에 1조6000억원을 투입했고, 1조4500억원을 크레딧 라인(신용 공여)으로 제공했다. 다만 '마이너스 통장' 개념인 크레딧 라인은 사용되지 않았다.
이후 수은은 2015년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포함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세차례에 걸쳐 총 2조3000억원 규모의 대우조선 영구채를 인수했다. 영구채를 포함한 대우조선에 대한 채권·채무액은 현재 총 2조9000억원에 달한다.
산은이 출자전환을 통해 대우조선을 지원한 것과 달리 수은은 당시 지분을 직접 보유할 수 없다는 관련법에 따라 보유 채권을 영구채로 전환하게 됐다. 국제회계기준상 영구채는 자본으로 분류된다.
영구채에 대한 금리는 올해 말까지 연 1%대 저리가 적용되는데 대우조선은 지금까지 이자를 한 푼도 내지 못했다. 그동안 쌓인 미지급 이자만 1192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대우조선 영구채가 기간에 따라 금리가 조정되는 스텝업 구조라 당장 내년부터는 연 10% 이상의 금리가 적용될 예정이라는 점이다. 이 때문에 수은이 보유한 영구채가 대우조선 매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따라 산은과 관계부처는 한화그룹이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수은이 보유한 영구채의 금리를 기존과 같은 연 1%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세워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금융지원은 최소 매각 완료 후 5년간 유지될 예정이다.
또한 수은은 대우조선이 미지급한 이자 1192억원을 출자전환해 주식으로 보유할 방침이다. 앞서 영구채 전환 당시에는 대우조선이 관련법상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식을 보유할 수 없었지만 현재는 가능해진 상태다.
2015년 이후에만 1조6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대우조선에 지원했던 수은 입장에서는 새로운 주인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추가로 자금을 지원하게 된 셈이다. '헐값 매각' 논란은 물론 한화그룹에 대한 특혜 의혹까지 제기되는 이유다.
대우조선 매각 절차가 '스토킹 호스' 방식으로 진행되는 만큼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인수후보자가 등장할 수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스토킹 호스(Stalking-horse)'는 기업을 매각하기 전 인수자를 내정하고서 경쟁입찰로 좋은 조건을 제시할 다른 인수자를 찾는 인수·합병(M&A) 방식이다. 산은은 지난 27일 입찰 공고를 내고 다음 달 17일까지 입찰 의향서를 받는다.
일각에서는 대우조선이 내년부터 흑자로 돌아서는 등 몸값이 높아질 수 있는데 산은이 매각을 지나치게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한다. 수은이 민간기업으로 넘어간 대우조선에 대한 금융지원을 이어가는 것도 논란을 키울 가능성이 높다.
이에 대해 산은은 대우조선 '헐값매각' 논란은 부적절하다며 "근본적 정상화를 위해서는 민간 '주인찾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신규 투자유치를 통해 대우조선의 기업가치가 상승한 이후 주식을 매각하면 자금회수 극대화를 기대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수은도 대우조선이 새로운 주인을 찾아 경영정상화에 성공하면 오히려 영구채 상환 등 채권 회수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은 관계자는 "구체적인 금융지원 방안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당장 내년부터 영구채 이자를 연 10%로 올리는 것은 현실성이 낮다"면서 "그동안 미지급된 이자에 대한 처리 방안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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