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질환 없어도 코로나19 중증 진행 가능..KAIST 등, 중증 신규 위험 인자 규명

김영준 2022. 9. 29.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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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학기술원(KAIST·총장 이광형)은 산·학·병 공동연구를 통해 기저 질환이 없는 저위험군의 신규 코로나19 중증 위험 인자를 발굴하고, 발굴 인자의 과잉 염증반응에 대한 분자 메커니즘을 제시했다고 29일 밝혔다.

생명과학과의 정인경 교수팀이 강창경·고영일 서울대병원 교수, 송경호 분당서울대병원 교수, 문준호 경북대병원 교수, 이지연 국립중앙의료원 교수, 지놈오피니언 사가 참여했다.

코로나19 바이러스(SARS-CoV2)는 지난 2년이 넘도록 확산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6억 명 이상이 감염됐고, 이 중 600만 명 이상이 사망했다. 이런 심각성으로 인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병리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됐고, 단핵구(큰 크기의 백혈구)의 과잉 염증반응으로 인한 중증 진행 메커니즘 등이 밝혀졌다.

하지만 개별 코로나19 환자마다 면역 반응의 편차가 크게 나타나는 현상에 대해서는 앞서 찾은 연구 결과만으로는 전부 설명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중증 코로나19 환자 중에서 당뇨병이나 고혈압 등의 기저 질환이 없는 경우도 빈번하기에 이들이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으로 진행될 수 있는 신규 위험 인자를 발굴하는 것은 환자 맞춤형 치료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

최백규, 박성완 KAIST 생명과학과 석박사통합과정과 강창경 서울대병원 교수가 주도한 이번 연구에서는 기존 기저 질환이 없는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중증 요인을 알아내기 위해, 국내 4개의 병원이 합동해 총 243명의 코로나19 환자의 임상 정보를 수집 및 분석했다. 연구팀은 그 집단의 임상적 특징을 밝히고, 단일세포 유전자 발현 분석과 후성유전학적 분석을 도입해 관찰된 임상적 특징과 중증 코로나19 내 과잉 염증반응 간의 유전자 발현 조절 메커니즘을 분석했다.

그 결과, 기저 질환이 없는 집단 내 중증 환자는 '클론성조혈증'이라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것을 관찰했다. 이는 혈액 및 면역 세포를 형성하는 골수 줄기세포 중 후천적 유전자 변이가 있는 집단을 의미한다. 또한 단일세포 유전자 발현 분석을 통해 클론성조혈증을 가진 중증 환자의 경우 단핵구에서 특이적인 과잉 염증반응이 관찰되는 것을 확인했고, 클론성조혈증으로 인해 변화한 후성유전학적 특징이 단핵구 특이적인 과잉 염증반응을 일으키는 유전자 발현을 유도하는 것을 연구팀은 확인했다.

해외 연구단에서도 유사하게 클론성조혈증과 코로나19 간의 관련성에 주목한 연구들이 있었으나 코로나19와의 관련성을 명확히 밝히지 못했고, 과잉 염증반응으로 이어지는 분자 모델 역시 제시하지 못했다. 이에 반해 공동 연구팀은 생물정보학 기반 계층화된 환자 분류법과 환자 유래 다양한 면역 세포를 단 하나의 세포 수준에서 유전자 발현 패턴 및 조절 기전을 해석할 수 있는 단일세포 오믹스 생물학 기법을 적용해 클론성조혈증이 코로나19의 신규 중증 인자임을 명확하게 제시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앞으로 기저질환이 없는 저위험군 환자라도 클론성조혈증을 갖는 경우 코로나19 감염 시 보다 체계적인 치료 및 관리가 필요함을 의미한다.

이번 연구는 장기화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 속에서 연구계·의료계·산업계로 이루어진 연구팀 서로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코로나19 환자의 신규 중증 인자를 밝히고, 그에 대한 분자적 기전을 제시해 환자별 맞춤 치료전략을 제시한 연구로 중개 연구(translational research)의 좋은 예시로 평가받는다.

KAIST의 최백규 석박사통합과정은 “최신 분자실험 기법인 단일세포 오믹스 실험과 생물정보학 분석 기술의 융합이 신규 코로나19 중증 환자의 아형과 관련 유전자 조절 기전을 규명 가능케 했다”며 “다른 질환에도 바이오 데이터 기반 융합 연구 기법을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송경호 분당서울대병원 교수는 “이번 연구는 임상 현장에서 코로나 환자별 맞춤 치료 전략을 정립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정보를 제공한 연구”라며 “앞으로도 중증 코로나19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임상 정보를 바탕으로 한 맞춤 치료전략 연구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지놈오피니언 대표를 겸임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의 고영일 교수는 “회사에서 개발한 클론성조혈증 탐지 및 분석 기술이 코로나19 팬데믹 해결에 도움이 되어 보람차다”며 “앞으로도 새로운 바이오마커를 발굴 및 분석하는 기술을 개발해 인류의 건강한 삶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서경배과학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김영준기자 kyj85@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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