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기 "비속어, 대통령 본인도 기억하기 어려워..가짜뉴스만은 퇴치해야"

유정인 기자 2022. 9. 2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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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이 29일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김대기 대통령비서실장이 29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관련해 “가짜뉴스만은 퇴치해야 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현 상황에서 논란을 마무리지을 의사가 없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대통령실 입장에 따르더라도 비속어 사용 가능성은 남지만 9일째 논란에 대한 사과나 유감 표명은 나오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날 방송 영상 자막을 조작했다며 MBC를 검찰에 고발했다. 여권이 이번 논란을 ‘MBC의 자막 조작’으로 본격적으로 몰아가면서 언론압박·탄압 논란도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 발언에서 비롯한 정치·사회적 갈등은 장기화하게 됐다.

김 실장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런 가짜뉴스는 사회를 병들게 하고 국민들을 이간시킬 수도 있고 해서 엄중하게 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김 실장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박진 외교부 장관 해임건의안과 연결해 “미국과의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언론은 한·미 간의 동맹을 이렇게 날조해서 이간시키고, 정치권은 그 앞에 서 있는 장수의 목을 치려고 그러고, 이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했다.

김 실장의 발언은 윤 대통령이 앞서 밝힌 기조의 연장선에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지난 21일 윤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서 한 발언이 “국회에서 이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로 보도된 것을 두고 ‘바이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6일 출근길 문답에서 “사실과 다른 보도로 동맹을 훼손하는 것은 국민을 위험에 빠뜨린다”며 진상규명을 주장했다. 대통령실이 이를 자막에 넣어 처음 보도한 MBC에 입장 표명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내는 등 대응 강도를 높여가는 중이다.

문제 발언에 대한 대통령실 입장은 ‘이 XX’라는 비속어 사용은 불분명, ‘바이든’은 명확히 없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김 실장은 “비속어 논란에 대해서 저도 대통령께 여쭤봤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쭉 나오면서 이야기를 해서 사실 그런 것은 본인도 잘 기억을 하기가 어렵고”라며 윤 대통령이 비속어 사용에 대한 기억이 분명치 않다고 밝혔다. 그는 “잡음과 소음을 없애면 그 말이 안 들린다”면서 “분명해야 뭔가 의사표시를 할 수 있는게 아닌가. 지금 저희도 상당히 혼란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을 사실로 전제해도 현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비속어를 사용했을 가능성은 남는다. 대통령실은 이 같은 가능성에 주목하고 논란 정리에 나서는 대신 보도를 ‘동맹 위협’, ‘가짜뉴스’로 비판 수위를 높이며 언론 공격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논란이 장기화하며 갈등 비용은 늘어나고 있다. 여야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협치는 멀어졌다. 민생·경제 주요 법안, 예산안을 다루는 정기국회는 비속어 진실게임이 주된 화두가 될 가능성이 높다. ‘전국민 듣기평가’화한 논란으로 민심 분열도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은 당분간 출구 전략 가동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실장은 “유불리를 떠나 (가짜뉴스 퇴치는) 우리 사회가 반드시 가져야 할 가치이기 때문에 그것이 확보될 때까지는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희도 언젠가는 엑시트(exit)를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지금은 MBC 쪽도 입장 발표가 전혀 없고 그래서 시간이 좀 걸려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로 출근하며 기자들과 만나 비속어 논란 질문에 답하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

MBC는 이날 입장자료를 내고 “MBC는 자막을 조작하지 않았다”면서 “무엇을 어떻게 조작했는지 명확한 근거나 설명 없이 ‘MBC가 자막을 조작했다’는 입장만 반복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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