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당 투약비 2억원인데..3년째 건보적용 안되는 이유가
2019년 허가후 급여화 안돼
기존 치료제 월 8회 주사에도
출혈 완전히 안멈춰 추가주사
헴리브라는 월 1회 피하주사로
단기간에 혈액응고 효과 발휘
美·日 등 선진국은 이미 급여화
김씨 자녀가 겪는 혈우병은 몸속에 응고인자가 없이 태어나 피가 멎지 않는 희귀질환이다. 혈우재단백서에 따르면 국내 혈우병 환자는 2509명으로, A형 혈우병 환자가 1746명(69.6%)으로 가장 많다고 알려져 있다. A형 혈우병 환자는 8번 응고인자를 보충하는 기존 치료제에 내성을 가진 '항체 환자'와 그렇지 않은 '비항체 환자'로 구분되는데, 비항체 환자가 1600여 명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높은 비용으로 치료제를 써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던 김씨 자녀에게 희망이 생긴 것은 '헴리브라'라는 치료제를 쓰면서였다. 헴리브라는 스위스 다국적 제약사 로슈의 자회사인 일본 주가이제약이 개발한 A형 혈우병 치료제다. 국내에선 2017년 JW중외제약이 판권을 확보해 2019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를 받았다. 김씨는 "한 달가량 지나고 거의 100% 효과를 보고 있다"면서 "이런 약이 아직도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다른 희귀질환 치료제와 달리 혈우병 치료제가 없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한다. 희귀질환 치료제에 건강보험 재정을 투입하면 일반 국민의 부담이 커지지 않느냐는 질문에, 업계에서는 기존 치료제를 헴리브라가 대체하는 개념이라 건보 재정이 더 투입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기존 치료제의 경우 항체 환자는 10억원, 비항체 환자는 2억원이 드는데, 헴리브라는 항체 환자가 4억원 수준이고 비항체 환자도 2억원 이하로 예상된다. 또한 혈우병의 경우 유전병으로 환자 수가 고정돼 있다. 헴리브라는 기존 치료제보다 강점도 많다. 김효철 전 아주대의료원장(현 김효철김소연내과 원장)은 "헴리브라는 4주에 한 번씩 주사하면 8번 응고인자의 결핍을 보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치료제는 일주일에 2회 이상 정맥(혈관) 주사를 하기 때문에 환자들이 큰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며 "헴리브라는 피하(피부 아래) 주사 방식이기 때문에 혈관을 찾기 힘든 어린아이 등 환자들의 고통을 획기적으로 덜어준다"고 설명했다.
헴리브라가 투여된 A형 혈우병 환자의 출혈 부작용이 적다는 사실은 임상 3상 결과로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적도 있다. 또한 항체가 생성될 위험에서도 완전히 자유롭다. 기존 치료제는 8번 인자에 대해 내성이 생겨 항체 환자가 되는데, 이 경우 비용이 더 많이 든다. 이러한 획기성에 힘입어 로슈는 헴리브라 매출만 작년 30억스위스프랑(약 4조3376억원)을 올린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 따르면 이 약은 2년이 훌쩍 흐른 지금까지 국내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헴리브라 비항체 환자에 대한 급여화는 미국과 일본이 2018년, 영국·독일·스위스·프랑스가 2019년, 이탈리아가 2020년에 이뤄졌다. 국내의 경우 2020년 7월 비항체 환자 급여 확대를 신청했으나 2021년 4월에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분과위원회를 처음 개최한 뒤 올해 4월 2차, 7월에 3차 분과위를 열었다. 이후에도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거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 및 사용량을 협상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이에 대한 비용효과를 분석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급여화 초기 단계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약가가 높은 약이기 때문에 환자 부담을 줄여주는 방향이 될 수 있도록 비용효과성 분석을 진행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혈우병 환자 단체인 한국코헴회 관계자는 "복지부는 환자들의 건강과 치료 환경 개선에 앞장서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급여화가 지연되는 것은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며 "하루라도 빨리 급여화가 이뤄져 혈우병 환우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시균 기자 / 정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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