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지 대변신..갯벌서 석유화학 수출기지로

박윤구 2022. 9. 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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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케미칼, 서산 HPC공장 공개
현대오일뱅크·롯데케미칼 합작
중질유 열분해로 에틸렌 추출
LNG발전·화이트바이오 속도
2027년 간척지 매립 증설 검토
올 영업익 2배 늘어 4천억 예상
"불순물이 많고 끓는점이 섭씨 600도까지 올라가는 중질유(원유를 정제하고 남은 잔사유)를 열분해해 에틸렌을 추출할 수 있는 설비는 국내에 이곳뿐입니다. 전 세계에서도 이만한 기술력을 갖춘 사업장은 10여 곳에 불과합니다."

국내 최초의 정유사·석유화학사 합작회사인 현대케미칼이 올해 상반기 상업가동에 돌입한 충남 서산시 HPC(중질유분해설비) 공장을 지난 20일 외부에 처음 공개했다. HPC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중질유와 부생가스, 액화석유가스(LPG), 나프타 등을 활용해 플라스틱·합성고무의 원료인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부타디엔 등을 생산하는 초대형 석유화학 설비다.

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이 무려 3조원 이상을 투자해 66만㎡ 규모 매립지에 세운 HPC 공장은 입구에서부터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냈다. 12층 건물 높이의 대형 가열로(Furnace) 6기를 중심으로 10개 공장과 저장 탱크 시설, 유틸리티 설비, 자동화 창고 등이 수십 개의 대형 파이프로 연결돼 미로를 연상케 했다.

먼저 가열로 내부를 들여다보니 1200도 이상 초고온에서 중질유와 나프타 등이 열분해되고 있었다. 여기서는 그동안 가열로의 원료로 썼던 폐가스(에탄)는 물론 폐플라스틱으로 만든 열분해유 기반의 나프타도 함께 처리할 수 있다.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상 열분해유는 공정 원료로 쓸 수 없지만 현대케미칼은 지난 2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실증 규제 특례를 승인받았다.

60m 높이 가열로 최상층에 올라 둘러보니 순도 99.99%의 에틸렌,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모노머' 공정과 중합 반응을 통해 폴리에틸렌, 폴리프로필렌 등을 제조하는 '폴리머' 공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그 너머에는 주요 제품을 보관할 수 있는 십여 개 대형 탱크와 접안 부두시설이 위치했다. 이를 활용하면 시황에 따라 반제품인 에틸렌을 외부로 판매하거나 구입하는 등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임주 현대케미칼 안전생산본부장 겸 최고안전책임자(CSO)는 "HPC 공장을 설계할 때 정유와 석유화학 사업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하도록 했다. 유가가 오를 땐 정유산업으로, 내릴 땐 석유화학산업으로 수익을 내서 위험을 분산할 수도 있다"며 "탄소 배출 저감에 동참하기 위해 화이트 바이오, LNG 복합발전 설비를 구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5위 에틸렌 생산능력(85만t)을 보유한 현대케미칼은 경쟁사와 달리 17만배럴 규모의 원유 정제설비를 보유하고 있어 석유화학 사업 원료를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

이 같은 독특한 사업구조 덕분에 업계에서는 현대케미칼이 올해 나프타 시황이 역대 최악으로 치닫는 가운데도 대규모 실적 개선을 이뤄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케미칼의 지난해 매출액은 3조7050억원, 영업이익은 2000억원이다. 올해 영업이익은 4000억원, 매출액은 7조원 이상으로 양적·질적 성장을 모두 이뤄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태양광 패널 소재 중 하나인 에틸렌초산비닐(EVA)은 주문 요청이 끊이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현대케미칼은 석유화학 사업 확대를 목표로 2027~2028년께 서산 인근 간척지 66만㎡를 새롭게 매립해 증설 투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산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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