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교육감 선거 때..사교육·교육격차 다 진보교육감 탓

김민제 2022. 9. 29. 17:4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

이명박 전 대통령(왼쪽)이 2010년 11월19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자.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었던 이주호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를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후보로 지명한 가운데, 교육단체들이 지명 철회를 촉구하는 등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 후보자가 교과부 장관 시절 추진한 경쟁교육과 자사고 설립이 사교육과 교육 격차를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지배적인데도, 지난 서울시교육감 선거 과정에서 자성 없이 이 모든 문제의 책임을 진보 교육정책 탓으로 몰아간 데 대한 비판과 우려가 크다.

이 후보자가 가장 최근 교육관을 밝힌 것은 지난 6월1일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선거 때다. 예비후보로 출마한 이 후보자는 진보 교육감 집권 기간 사교육 부담이 커지고 교육 격차가 심화됐다며 자신이 문제를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그는 4월10일 출사표를 던지며 낸 입장문에서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이끄는 좌파교육 세력이 서울 교육을 10년 가까이 독점하면서 학력은 떨어지고 교육 격차는 크게 벌어지고 학부모들은 치솟는 사교육비 부담으로 허리가 휘고 미래세대는 인공지능 시대가 요구하는 역량을 키우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4월20일 기자회견에서는 “공교육에서 학력이 근본이고 사교육비가 가장 중요한데 두 분야에서 완전히 실패했다. 이유는 지나친 좌편향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오히려 이 후보자가 설계한 자사고 도입 등의 폐해라는 분석이 많다. 교육부와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2021년 사교육비 조사 결과’를 보면 자사고나 특목고를 희망할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자사고는 53만5000원, 과학고·영재학교는 51만6000원, 외고·국제고는 49만4000원이었는데 일반고는 32만3000원에 그쳤다. 또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020년 고2 재학생 5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월평균 100만원 이상의 고액 사교육비 지출 비율은 일반고는 13.3%인데 견줘 광역단위 자사고 43.9%, 전국단위 자사고 17.7%이었다. 자사고 진학을 위해 중학생 때부터 사교육을 활발히 하고 진학 후에도 일반고 학생보다 더 많은 사교육을 경험하는 것이다.

자사고 설립으로 인한 고교 서열화의 부작용으로 교육격차가 심화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2018년 서울시교육청 자료를 보면, 학교 유형별 신입생의 중학교 내신 성적을 비교해보니 석차 백분율 10% 이내 학생 비율이 일반고(204곳)는 8.5%인데 견줘, 자사고(당시 23곳)는 18.5%에 달했다. 전경원 경기도 교육정책자문관은 “성적이 좋은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 등 다양한 학생들이 함께 교류하며 성장해야 하는데, 자사고가 성적이 우수한 학생을 선점하면서 일반고는 황폐화되고 이들 간 격차가 유지된다”며 “이 후보자의 학교 유형 다양화가 교육격차를 더 심화시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자 자신도 지난 4월20일 기자회견에서 “수직적인 차별화를 낳았다는 비판은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이 후보자가 향후 시·도교육감들과의 협치를 이뤄내기 힘들 거라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교육감 선거 당시 이 후보자가 진보 교육감 정책을 비판한 발언들은 당시 유력 주자였던 조 교육감을 견제하기 위한 측면이 있지만, 교육정책의 시행주체인 시도교육감들과 수시로 소통해야 하는 교육부 장관으로서는 부적절한 태도라는 지적이다. 현재 서울, 울산, 전북, 전남 등 9곳에선 진보 성향의 교육감이 집권하고 있다.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교육정책학)는 “(이 후보자가) 지난 교육감 선거 때 진보와 보수의 대립구도를 만들어나가거나 기존 교육감의 성과를 비판해왔던 측면들이 존재한다”며 “여기에 자사고나 시장 중심적인 교육 정책을 끌고 나간다면 일부 교육감들과 시민사회와의 충돌은 불가피해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교원단체들은 이 후보자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실천교육교사모임은 “사회적 합의가 최우선인 교육 현장을 자신의 생각대로 재단하고 밀어붙여 놓은 것에 반성 없이 장관직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후안무치한 일”이라며 “임명 35일 만에 초대 장관을 낙마시키고 겨우 찾은 인사가 지지난 정권의 실패한 인물이냐”고 반문했다. 전교조도 “교육은 사라지고 극단의 점수 경쟁만 남았던 엠비(MB) 시절로 교육을 돌리려는 것이냐”며 지명 철회를 촉구했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전임 장관 시절 추진한 정책에 대해 긍‧부정 평가가 엇갈린다”면서도 “국회 청문회가 충실히 이행돼 후보자의 교육 철학 등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